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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君子)의 힘
김성춘 | 승인 2019.09.01 17:43
군자(君子)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옛날에 군자(君子)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지만 그 인생은 우리 인생과는 사뭇 달랐다.

그들은 생각이 깊어 헤아릴 수 없었고, 뜻은 높아 좇아갈 수 없었다. 공명이 동남풍을 빌자 동남풍이 불고. 한유가 형산에서 비구름이 사라지길 빌자 비구름이 사라지며, 월명사가 피리를 불자 달이 멈춰 선 것에서 군자가 어떤 사람인줄 알 수 있다.

기원전 7세기경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는「물질은 진화하지만 정신은 쇠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헤시오도스의 이 말은 군자가 옛날에는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없는 것에 대한 약간의 대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군자가 없다고 해서 군자의 기개와 풍모를 우러러보는 사람까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군자는 어떤 사람인가? 군자는 소인(小人)과 대비되는 사람으로 군자는 잘하는 것이 군자노릇뿐이고, 소인은 군자노릇 빼고는 다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군자는 옛날 우리나라나 중국에만 있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성경 속의 예수의 아버지 목수 요셉도 군자였다.

요셉은 정혼녀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된 것을 모르고 이를 부끄럽게 여겨 조용히 없던 일로 하려고 했는데 응당 군자의 마음이었다. 바로 현자가 대낮에 등불을 들고 찾던 사람이고. 남송시인 신기질이 천백번 찾은 사람이었다.

이제 그 군자를 만나러 길을 나선다.

군자는 세속적인 명성을 추구하지 않고 세상의 허영이나 번잡을 싫어하지만 소인은 이와 반대이다.

군자는 금의환향을 무시하고 자기를 알아주는 곳이 있으면 그곳이 고향이다. 그러나 소인은 애써 금의환향하려 하고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고향이다.

군자는 높은 관리가 아니지만 학문과 덕행이 뛰어나고 소인은 높은 관리라도 학문과 덕행이 보잘 것 없다.

군자는 일신일신우일신(日新日新又日新)하니 날마다 새로움에 눈 뜨고 혁신하여 이탁오나 효봉스님처럼 깨닫는다.

그러나 소인은 기존을 맹신하고 안주하니 언제나 각주구검(刻舟求劍)이요 수주대토(守株待兎)이다.

군자는 배우기를 좋아한다. 날마다 독서하고 감격하거나 탄식하니 울거나 춤을 추기도 한다. 그러나 소인은 배우는 것을 꺼려하고 싫어한다.

군자는 군자라도 빌붙지 않지만 소인은 소인에게 빌붙는다.

군자는 너절한 옷이나 거친 음식을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소인은 그렇지 않다.

군자는 이탁오가 말한 것처럼 남의 비호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은 남의 비호를 받는다. 집에 있으면 부모의 비호를 받고. 관직에 있으면 상관의 비호를 받으며, 조정에 있으면 재상의 비호를 받고. 성현이 되면 공맹의 비호를 받으며, 문장을 지으면 반고와 사마천의 비호를 받는다.

군자는 앞에서 칭찬 받기보다는 등 뒤에서 악담 안 듣는 것을 자랑으로 알고. 육신의 즐거움보다는 마음 근심 없는 것을 더 바란다. 그러나 소인은 이와 반대이다.

군자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려 애쓰나 소인은 인간의 잘못을 폭로하는데 열심이다.

군자는 사심에 얽매이지 않고 손익을 따지지 않으며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하나 소인은 이와 정반대이다.

군자는 운명에 과감히 도전하고 자강불식(自强不息)하나 소인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댄다.

군자는 영달하면 천하를 선하게 하고 궁핍하면 자신을 홀로 선하게 하지만 소인은 출세하면 제 가족이나 제 무리만 생각하고 곤궁하면 시기하고 원망한다.

군자는 1911년 테라우치 총독 암살사건에 김구가 연좌 체포되어 17년 형을 언도 받고 복역 중일 때 어머니 곽낙원은 아들을 면회한 자리에서「자네가 그렇게 큰일을 했다고 하니 난 평안감사가 된 것보다 더 기쁘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인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군자는 조선선비 조운흘처럼 해와 달을 구슬로 삼고 청풍명월을 제물로 삼지만 소인은 야명주(夜明珠) 만을 구술로 알고 금잔옥배(金盞玉杯)를 제사상에 올린다.

군자는 조호익처럼 묘향산을 다녀온 후 산속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와 노을을 편애하는 증상인 연하벽(煙霞癖)에 걸리고 두예처럼 춘추좌씨전만을 읽어 좌전벽(左傳癖)이 있다는 것을 이상히 생각한다.

군자는 눈 내리는 정경을 보면 이경전(이산해의 아들)은 송나라 임포처럼 눈 속의 매화를 찾아 서호(西湖)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당나라 정계처럼 파교(灞橋)에서 노새를 타고 시를 읊조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하지만 소인은 화롯불과 솜이불만 생각한다.

군자는 생명과 민생이 우선이고 윤리는 다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소인은 굶어죽는 것은 사소한 일이고 정절을 잃는 것은 아주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군자는 부자도 될 수 있고 귀인도 될 수 있으며 가난할 수도 있고 비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인은 세상은 고정되고 불변이라고 생각한다.

군자는 사람을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크게 사랑할 수도 있고 크게 미워할 수도 있다. 책선(責善)할 수 있는 자는 오직 군자뿐이다. 그러나 소인은 종잡을 수 없고 우물쭈물한다.

군자는 정신적인 합일(合一)을 도모하나 소인은 물질적인 동일(同一)을 추구한다.

군자는 다른 사람이 재난을 당하면 불쌍히 여기지만 소인은 다른 사람이 재난을 당하면 다행으로 여긴다.

군자는 다른 사람과 절교해도 악평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은 그렇지 않다.

군자는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뜻을 굽히고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뜻을 편다. 그러나 소인은 제멋대로이다.

소인은 산이 높아야만 명산이고 못이 깊어야만 신령하다고 생각하나 군자는 산이 낮아도 신선이 살면 명산(名山)이고 못이 얕아도 용이 웅크리고 있으면 영험하고 생각한다.

마굿간에 불났을 때 소인은 말이 괜찮으냐고 묻지만 군자는 사람은 괜찮으냐고 묻는다.

군자는 다름을 좇으나 소인은 같음을 좇는다.

군자와 군자는 도가 같기 때문에 붕당을 이루지만 소인과 소인은 이해관계가 같기 때문에 붕당을 이룬다. (구양수)

군자는 술자리가 무르익을수록 말을 하려하지 않지만 소인은 더 요란하다.

군자는 공도(公道)를 내세우지만 소인은 사사로움을 나타낸다.

군자는 단결을 이야기하고 소인은 결탁을 말한다.

군자는 조정에서 논의하나 소인은 등 뒤에서 수군거린다.

군자는 자신의 잘못을 알아채나 소인은 남의 잘못을 알아챈다.

군자가 여럿 모여도 나라 다스리기는 힘들지만 나라를 망치는 데는 소인 1명이면 충분하다.

군자는 자기를 이 세상에 귀양 온 유배객이나 잠깐 바람 쐬러 온 소풍객으로 여기지만 소인은 이 세상이 영원한 것으로 생각한다.

군자와 군자는 비록 세월은 다르되 길은 같고. 소인과 소인은 세상이 달라도 역시 한 무리이다.

군자는 좋고 싫음이 공정하고 시비가 분명하지만 소인은 좋고 싫음이 사사롭고 시비가 모호하다.

군자는 죽을 때까지 즐거움은 있어도 단 하루의 근심도 없다. 그러나 소인은 뜻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얻지 못한 것을 근심하고 이미 얻었으면 잃을까봐 염려한다.

군자는 세상에 도가 있으면 나타나고 도가 없으면 은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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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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