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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문재인 정권 불신 한국에 등 돌리고 있어 우려된다.
안호원 | 승인 2019.08.04 20:16
한미일 정상
지소미아 파기는 한. 미. 일의 안보 근간을 훼손하는 ‘자해’에 해당한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교수 겸 시인]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조치가 시작 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그 사이 상황이 진정되기는커녕 국제무대에서의 여론전과 일본의 대화 거부, 국내에서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사태는 오히려 악화일로에 있다.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데, 촛불 시위에 맛들인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을 자극시키고 선동하며 감정적으로 대립한다. 급기야는 우려한대로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10시 각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국가'(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에서 배제하고 '화이트국가'란 명칭 자체도 폐지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한. 일관계가 파국을 치닫고 있다.
 
발단은 한국 대법원이 지난 해 10월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판결을 하면서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1965년 한. 일청구권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청구권 협정 3조 분쟁해결 조항에 근거해 단계적으로 한국을 압박해왔다.
 
일본이 화이트국가배제를 예정대로 강행할 경우 한. 일은 경제통상은 물론 안보 분야에서도 갈등이나 협력 중단이 잇따르면서도 1965년 한. 일 국교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을 전망이다. 나아가 그간 동북아의 틀이었던 한.미.일 협력 체제에까지 심각한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누구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최악의 선택
 
70년 가까이 선린우방으로 지내온 한국을 하루아침에 ‘적’(敵)으로 몰아 동북아 평화. 안보를 위협하고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마치 ‘햄릿’의 유명한 두 대사가 머리를 무겁게 하는 나라 형국이다. ‘재앙은 하나씩 오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무리 지어 몰려온다.’ ‘불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다 오늘의 난마 같은 외교 상황과 난항에 직면한 문재인 정권의 전도에 걸맞은 말 같다.
 
이미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문제를 갖고 또 청구한다는 것은 국제 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일본의 입장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타협점을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지혜를 짜내고 협상을 거듭했다면 돌파구를 찾았을 수도 있었다.
 
각의 하루 전날인 1일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방콕에서 만나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 최종 담판을 벌렸지만 양측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강 장관은 화이트리스트 제외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관철이 되지 않을 경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재 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일의 안보 근간을 훼손하는 ‘자해’에 해당
 
한.일 장관회의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한. 미. 일의 안보 근간을 훼손하는 ‘자해’에 해당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갈 데까지 간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여실하게 드러낸 것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도 일본이 시원하게 우리에게 사과 한 일이 없다 나라를 빼앗겼던 우리로서는 가슴을 칠 일이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꺼림 직한 것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앞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도 뒤집었다. 화해. 치유 재단을 해체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해법을 마련하지도 못했다. 강제징용 관련 재판은 ‘사법농단’ 으로 규정해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법정에 세워놓고, 국제적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사드배치는 중단한 뒤 별다른 대책마련도 없이 민간 기업이 두들겨 맞는 시간만 늘리고 있다. 문 정권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양국 관계가 아무리 격렬하게 다투더라도 넘기지 말아야 할 선 이 있다.
 
작금의 현 정부에게 해당되는 최소한의 금기라면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한. 일 간 협력을 깨는 것이다. 강 장관이 일본 고노 장관에게 감정이 섞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재 검토’를 말한 것은 참으로 위험한 말이다.
 
이 협정은 북핵 등 양국이 함께 맞닥뜨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맺은 협정이다. 일본은 우리에겐 하나도 없는 정찰 위성 7대, 이지스 함 6척, 1000km 이상 탐지 가능한 장거리 지상 레이더 4기, 조기 경보기 17대 등 한국보다 월등한 정보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다 총체적으로는 우리가 얻는 군사적 이익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협정을 깨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우리의 현실적 국익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큰 피해를 주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길게 보면 지금의 감정적 대응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통령이 나서 국민들을 선동하기에 앞서 지혜로운 자세가 필요한 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재 검토카드는 협상카드가 될 수 없다.
 
애국. 매국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 국익에 도움 안돼
 
일본은 아쉬울 게 하나도 없다.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이는 꼴이 될 수 있다. 단지 상징적 의미를 가진 것뿐이다. 과거사를 잊을 수는 없지만 거기에 갇혀 있어서도 안 된다. 한.일은 상호간 신뢰를 더 굳건히 쌓아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할 일은 반일(反日)감정을 앞장서서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극일(克日) 정신을 일깨우는 것이다.
 
이분법적으로 편을 가르며 애국. 매국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인 조국의 발상은 참으로 위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반일 프레임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국익과 한. 일 관계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맞대응하겠다는 것을 내비쳤다. 진심이 아니기를 바란다.
 
고집을 부려서는 더욱 더 안 된다. 모든 국민들이 흥분을 해서 일본을 타도하고 불매운동을 한다 해도, 지도층과 대통령은 얼음처럼 냉정해야 하는데, 청와대와 여당 일부 중진들이 오히려 충견(忠犬)을 자처하며 맹목적 선동에다 자해적(自害的)행위까지 거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의 눈에는 집권에 눈이 먼 여당이 일본 경제보복에 나라가 기울어도 일단 내년 총선에서 의석수 확보로, 장기 집권을 획책하며 선동하는 정부와 여당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한국의 중재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일본 경제보복행위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러시아의 영공침범에도, 중국의 사드배치 엄포에도 모두 외면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아직까지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
 
동맹국이라고 자처한 미국이 지금 문재인 대통령을 불신하며 한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한국을 버리더라도 일본을 선택한 것 같다. 일본은 당분간 제3국 중재 위 설치를 거듭 요구하면서 수출 규제를 강화 할 공산이 크다. 간교한 일본은 국제법상 명분을 크기에 비례하는 힘을 행사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정권은 사심(邪心)을 버리고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이에 맞서 문 정권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강경대응은 양국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전략이 필요하다. 현상 동결을 위한 잠정조치를 정치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을 설득,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에 대한 강제집행을 유보하고 일본은 추가적인 수출 규제조치를 유보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본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하지만, 넘지 않을 선을 넘은 건 한국 정부가 아닌 가 생각된다. 또한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파기조건으로 끌어드리는 것은 투정에 불과하다. 일본이 과거사문제를 통상. 안보와 연계하고 있지만 이는 일본에 부메랑이 될 것이다.
 
한국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면 미국의 우호적 개입과 중재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오히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북핵 문제해결을 위한 한.미.일 3국 공조를 어렵게 만드는 안보상 중대한 장애라고 미국을 설득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은 탈냉전 시대에 맞는 전략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양국은 집단적 정체성이 충돌하고 있음에도 북핵 문제에서는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냉전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 중 갈등을 완화하고 역내 평화를 창출해야 하는 탈냉전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일은 대등한 관계를 인정하면서 공통의 이익과 전략적 가치공유를 위해 분쟁을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인식 전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지금은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도 절대 절명의 위기다.
 
갈래와 갈피, 목표와 방향을 정녕 잘 선택해야 하는 혼돈 국면이다. 사심(邪心)을 버리고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청와대와 여당이 되었으면 한다. 일본과의 관계도 선현들의 지혜를 통해 찾으면 모든 게 다 슬기롭게 해결된다. 작은 것을 취하려다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평화’는 ‘말’(言語)로가 아니라 ‘힘’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일본에 대해 증오를 갖기보다 ‘아름다운 복수’를 준비해야 한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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