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라 리얼콘 칼럼니스트]

보수우파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후보 하나도 못 내놓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런 한심한 꼴을 보다 못한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결국 한국의 보수우파는 이제 한나라당을 버려야 한다는 극언을 했다.

보수우파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당이 되었기 때문에 용도폐기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수우파의 분열로 일시적으로 정권을 내주는 한이 있어도 장기적으로 그것이 보수우파의 앞날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한나라당이 보수우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서의 원칙을 상실했다는 말도 틀린 지적은 아니다. 또 친이, 친박세력이 사안마다 갈등하면서 4년간 적전분열하는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사실이다.

후자의 원인만 아니었어도 오늘처럼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의 비아냥을 들을 정도까지는 안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자의 요인 역시 한나라당의 노선변경이라기보다는 선거를 치러야 하는 대중정당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성격이 더 강하다는 점을 보아야 한다. 즉,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 징후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일의 말대로, 공산주의는 모호하다며 포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북한 체제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대치를 하고 있는 한국의 보수우파로서는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일 수도 있다.

무상보편급식을 반대하고 점진적 복지를 주장한 오세훈도 점진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결국은 무상복지가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미래임을 인정하고 주민투표에 붙였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우파로서도 긍정하지 않을 수 없는 논리이다. 다시 말해, 같은 제품, 같은 서비스를 공짜로 준다는 쪽에 가서 구매를 할 것이라는 점은 바로 우파가 신봉하는 자유시장의 논리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저쪽은 보편무상복지를 내세우는 좌파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말해 그들은 좌파가 아니다.

몇 만원의 급식비도 아쉬운 대다수 서민들의 심리를 표로 계산해 주판알을 튕긴 후의 행동이니 당연히 포퓰리스트로서 사이비 좌파, 즉 기회주의적 좌경주의자로서, 공산사회주의 종주국 러시아에서는 이들을 ‘좌파(левая)'와 구분하여 ‘레박(левак)'이라 하며, 이런 행동을 '레바체스트보(левачество)' 즉, '좌경적 위장'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들을 좌파라고 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산주의는 우리가 북한으로 인한 레드 콤플렉스로 기피, 거부해서 그렇지, 서구에서는 공상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이상주의에 가까운 사상으로 보고 있음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파로서는 싸움이 명확해지고 쉬워진다. 좌파의 주장은 이상주의이기 때문에 추종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고, 지식층에서 이러한 현상은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상을 상대로 싸우는 싸움은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한국 우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는 우파적 이념으로 대항해서는 안 된다. 무기는 보수가 지켜온 인류보편의 가치여야 한다. 그것이 레박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길이다.

레바체스트보는 위장된 허상이기 때문이다. 허상을 상대로 싸우지 못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스스로 해체하는 편이 백 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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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라  suokne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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