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종인 전 국무총리. 사진@재단법인 운정 페이스북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서원일 기자=푸른한국닷컴] ‘영원한 2인자’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8시15분 서울 중구 청구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김 전 총리는 2008년 12월 24일 뇌경색이 발병해 그동안 순천향병원,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오며 자택에서 요양을 해왔다.
 
김 전 총리에 대해서는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주역이자 3당통합의 주역으로 문민정부 수립과 DJP 정권의 한 축으로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에 기여한 킹메이커였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반면 군사 쿠데타로 헌정을 파괴해 한국의 민주화 후퇴를 가져온 장본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 강화, 인권 탄압의 조력자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다.
 
그러나 군사 쿠데타 원조, 중앙정보부 창설자, 풍운의 정치인, 영원한 2인자, 경륜의 정치인, 처세의 달인 등 그의 별칭처럼 영욕과 부침을 거듭한 정치인임은 틀림없다.
 
김 전 총리는 공화당 창당과정에서 증권파동, 워커힐 사건, 새나라자동차 사건, 빠찡꼬 사건 등 ‘4대 의혹사건’에 휘말리면서 63년 2월 ‘자의반 타의반’ 첫 외유를 떠났다.
 
그러나 곧 귀국해 같은 해 치러진 6대 총선에서 고향인 부여에서 당선돼 공화당 당의장에도 임명되는 등 정치무대의 전면에 데뷔했다.
 
그러나 1962년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의 쟁점이던 대일 청구권 문제와 관련해 이른바 '김-오히라 메모'가 뒤늦게 공개되면서 굴욕외교를 비판하는 6·3사태가 일어나자 1964년 또다시 2차 외유길에 올랐다.
 
정치적 부침을 겪던 그는 1971년부터 1975년까지 4년 6개월 간 국무총리를 지냈다. 하지만 유신을 옹호한 용기 없는 정치인으로 역시 ‘영원한 2인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전 총리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1980년 민주화 열기로 서울의 봄이 활짝 피자 ‘춘래불춘래(春來不春來.봄이왔지만 봄은 오지 않았다 )“라는 말로 정국의 불확실성을 경고했다.
 
결국 1980년 신군부의 등장과 함께 권력형 부정축재자 1호로 몰려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지만 전두환 정권에 대해 대항해 투쟁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가 유랑생활을 하다 1986년 귀국한 뒤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하고 1987년 13대 대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러나 그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충청권을 기반으로 35석의 국회의원을 확보했다. 오뚝이처럼 정치 일선 복귀에 성공한 것이다.
 
1990년 구국의 결단이란 이름으로 3당통합에 참여해 김영삼(YS) 당시 대선 후보를 지원해 대통령을 만들었으나 평생의 꿈인 내각제를 관철하지는 못했다.
 
결국 자유민주당을 탈당해 자민련을 다시 창당해 자민련 후보로 다시 대권에 도전했지만 선거 막판 ‘김대중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해 DJP 공동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16대 총선 과정에서 공동정권 수장간 앙금까지 생기면서 공조파기가 되었다. 결국 2001년 9월 임동원 당시 통일부 장관 해임안 가결이 되면서 공동정권은 붕괴됐다.
 
2002년 대선에서는 중립을 지켰으나 적극적으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YS와는 달리 암묵적으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김 전 총리는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재기를 시도했으나, 자신의 10선 도전 실패와 함께 고작 4명의 의원만 배출하는 참패를 당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김종필 전 총리의 이력을 볼 때 김 전 총리는 ‘춘래불춘래(春來不春來)’만 느끼다 세상을 떠난 풍운아(風雲兒)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