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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K 추락, 순직 두 조종사의 명복을 빕니다.
고성혁 | 승인 2018.04.06 23:46
F15-K. 사진@보잉
네티즌들은 “제발 살아돌아오길 바란다” 간절함 나타내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공군은 4월 5일(목) 비행사고로 순직한 조종사 故 최 모 소령(추서계급), 故 박 모 대위(추서계급)에 대한 영결식과 안장식을 유가족의 동의를 거쳐 4월 7일(토) 엄수하기로 했다.

영결식은 4월 7일(토) 09시에 소속부대인 제11전투비행단에서 이왕근 공군참모총장 등 군 관계자와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으로 치러진다. 이후, 안장식은 같은 날 16시에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이성용 공군참모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될 예정이다.
 
공군은 추락사고 이튿날인 6일 “오전 10시 40분쯤 추락한 F15-K 블랙박스를 수거했다”고 말했다. 사고 전투기는 공군 11전투비행단에서 20여km 떨어진 칠곡군 야산에 추락했다. 야산의 높이는 해발고도 약 240여미터이다.
 
공군 관계자에 따르면 “2대2 교전하는 방식의 공중기동훈련을 마치고 기지로 복귀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안개와 낮은 구름으로 시계비행이 곤란하여 훈련 전투기들은 기지 복귀 과정에서 착륙단계에 접어들면서 계기비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계기 착륙 비행은 관제사의 유도와 항공기의 전자장비 도움으로 착륙하는 것을 말한다.
 
사고 직후부터 네티즌들은 “제발 살아돌아오길 바란다”면서 간절함을 담아 SNS에 글을 올렸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두 조종사 모두 순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네티즌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중 많은 네티즌들의 눈시울을 적신 글이 SNS에서 공유되었다. 페이스북 계정명이 <무명인의 국방이야기> 에 올라온 글이다.
 
항공기 사고가 나면 공군 조종사 가족들이 가슴 철걱하는 순간과 동료로서의 순직 조종사에 대한 가슴 저미는 마음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 글이다. 이 글은 4월 6일 현재 166명이 공유했다.
 
 
페이스북 무명인의 국방이야기
 
전투기 폭음으로 가득하던 비행장에 갑자기 적막이 감돈다.

마루에서 전투기 폭음을 자장가삼아 자던 아기가 갑작스런 정적에 눈가를 찡그리고, 설겆이를 하던 엄마는 불안한 예감에 일이 손에 안잡히고 얼른 아기 곁으로 간다.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하늘에 구름이 끼었나? 아니면 아침부터 내리던 보슬비가 더 심해진 건가?

옆집 이대위네로 전화를 걸까? 아니야... 괜히 내가 전화를 걸면 놀랄지도 몰라...
이유없이 불안한 마음에 아기가 깨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말동무가 있었으면 하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린다.

뭘까? 뒤통수를 후들겨 맞는 것 같다. 갑자기 왠 초인종이 울리지? 뭐야? 뭐지? 아무 것도 아닐거야...

주저하며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 현관문을 열자 눈가가 새빨갛게 충혈된 대대장 아주머니와 비행대장 아주머니가 서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린다. 눈앞이 아득하다. 아이가 인기척에 놀라 깨어 운다.
항상 아침일찍마다 조종복을 입고 출근하는 아이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오늘도 무사히"라고 기도했는데 이럴 리가 없지...

한두명씩 대대 아주머니들이 모여든다. 누군가는 기도를 하고, 누군가는 내손을 잡는다. "이건 꿈일꺼야! 깨고 나면 아무 일도 없을거야..."

갑자기 전투기 소리가 안들려 불안한데, 관사마저 조용하다. 한참이 지났을까?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놀래서 주저하다가 받으니 친한 아주머니가 옆대대 A대위가 사고가 났다고 알려준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 남편이 아니어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감사의 마음도 잠시, 내가 아니고 남이었음에 부끄러움이 느껴지며, 바로 어제까지 만나서 환하게 웃던 A대위와 그 가족이 떠오르며 왈칵 눈물이 난다.

갑자기 인터폰으로 "비행 stand by, 비행 stand by, 전편조 대대에 대기할 것"
"뭐야? 뭐야?" "뭔일있어?"
대대원들이 작전계로 몰려든다. 전화벨이 불이난다.
runway control에 계시던 대대장님에게서 비행대장에게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던 비행대장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다들 말은 안하지만 입안이 말라간다. 불안한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을까?

작전과, 비행전대, 감찰실, 기무대, 작전사령부, 안전관실, 본부, 합참... 수없이 많은 부서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사고 지점으로 달려가고, 나머지 대대원들은 침묵 속에 곧 들이닥칠 사고조사 위원들에게 제출해야 할 서류들과 일지들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몇시간후 가장 듣기 싫었던 소식이 들려온다.
저쪽 구석에서 누군가가 흐느낀다. 누군가는 나즈막히 욕설을 내뱉는다.
나는 대대장님 지시로 아파트로 간다. 아파트 현관을 열고 들어가니 눈이 충혈된 아내가 말없이 안아준다. 그리고는 미리 전화로 일러둔 정복을 건네준다.
정복으로 갈아입는 손이 떨리고, 쉴 새없이 한숨이 나오고, 눈가가 축축해진다.

고향집으로 가는 동안 무엇을 할까? 지난 번에 환하게 웃으면서 맞이해주셨던 부모님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까?

어느덧 부대에서 내어 준 차에 몸을 맡기고 가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몇시간이 지났을까? 저기 A대위의 고향집이다. 초인종을 누르기 위해 내뻗는 손이 떨리고 주저하게 된다. 이윽고 누른 초인종에 아무런 대답없이 현관이 열리고, 아버님이 나오신다. 뭐라 말씀을 드리기 전에 나를 꼭 안아주신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진다. 어머님과 형님 그리고 자매들이 다들 나를 바라보고 서 있다. 힘들게 뗀 입술에서 "죄송... 합니다."

갑자기 어머님이 쓰러지신다. 누님들이 어머니를 붙잡고 같이 우시고 여기 서있는 내가 원망스럽다.

옆대대 사고지만 남의 일은 아니다. 저녁무렵이 되자 작전과에서 공지사항이 내려온다.

빈소 겸 분향소는 부대 체육관. 전 조종사는 00시까지 체육관으로 집결.

이미 기지 지원대와 장교식당, 시설대에서는 익숙한 듯 빈소를 차리고, 체육관 바깥에는 반으로 잘린 드럼통에서 폐목이 불타고, 지원나온 병사들과 부사관단 아주머니들로 분주하다.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자, 시내 꽃집에서 연신 국화화환들이 들어오고, 단상에는 항상 웃던 모습이 아닌 부대 전입시 군기가 바짝들고 짧은 머리의 중위 계급장을 단 A 대위의 사진이 국화꽃에 둘러쌓여 있다.

"짜식... 사진이라도 좀 잘나온 걸 제출하지... 저게 뭐야?"
얼마나 지났을까? 체육관 입구가 웅성대더니 아주머니들의 부축을 받은 A대위 아주머니가 검은 상복을 입고 들어온다. 마치 저승사자에게 끌려오는 사자와 같은 모습이다. 차마 볼 수가 없다. 뒤돌아 서는데, 뒤에서 오열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럴 때는 나가서 담배 한대를 태워야 한다. 하늘로 흩어지는 담배연기에 착잡함도 날려야 한다. 담배를 몇대나 연달아 피웠을까?

차 한대가 입구에 서더니 부모님과 가족들이 내린다. 작은 소란이 있다. 어머니가 안들어 가시겠단다. "내새끼 얼굴보기 전에는 나 저기 못들어간다."고 버티신다. 아버님이 말리셔도, 형님이 말리셔도 한발자국도 안움직이신다.

그러다가 억지로 안으로 들어가시다가 이제는 다시 못볼 아들의 사진속 모습을 보시더니 바로 무너지신다. 뱃속 저 깊은 곳에서 밀려나오는 울음. 나도 무너진다. A대위 아주머니도 시어머니를 붙들고 울고...

아버님이 나오신다. 우리들을 보시더니 연신 "미안합니다. 우리 아들이 폐를 끼쳤습니다. 다른 사람은 다친 사람이 없습니까?"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까?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하나?...

그렇게 밤은 슬픔에 쌓여 깊어간다.
 
16년간 매년 한두번씩 겪었던 일을 이제는 기억의 단편 속에서 꺼내어 이 에피소드, 저 에피소드 섞어서 쓰려 했는데, 괜히 눈물만 자꾸 흘러서 더 못쓰겠네요.
 
故 최필영 소령과 故 박기훈 대위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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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혁  sdkoh40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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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 박진석 2018-04-10 09:34:28

    우리 가족일 수도 있는 두 분이 가셨습니다.
    안타까운 마음 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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