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한국닷컴 김준일 기자]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보수진영의 ‘난립’ 후보 대 진보진영의 ‘단일’ 후보 구도로 치러졌다. <중앙선데이>는 진보진영의 ‘곽노현’으로의 단일화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하였다.

진보 쪽은 곽노현(한국방송통신대 교수) 교육감으로 단일화했다. 하지만 보수진영은 이원희(전 한국교총 회장), 남승희(전 서울시 교육기획관), 김성동(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김영숙(전 덕성여중 교장), 이상진(전 서울시 교육위원), 권영준(경희대 교수) 후보 등 6명이나 됐다. 그 결과 보수진영은 모두 60% 이상의 표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득표율 34.2%의 곽 교육감에게 패했다.

당시 보수진영이 단일화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후보들이 단일화 원칙에 합의하지 못한 채 이견을 거듭 내다가 결국 제각각 선거를 치렀다.

진보진영도 단일화를 이루긴 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엔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와 곽 교육감, 이부영 교육위원, 최홍이 교육위원, 이삼열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등이 후보로 나섰다.

이 중 박 교수는 지난해 2월 2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진보진영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그 뒤 진보진영에서는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압박이 제법 거셌다.

2개월 뒤인 4월 14일 진보성향 교육운동단체 등 100여 개 단체 인사로 구성된 ‘민주ㆍ진보 서울시교육감 시민추대위’는 곽노현 후보를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뽑았다. 당시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실시된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공청단 투표’ 결과였다. 하지만 5명의 후보 중 2명은 빠진 채 치러진 반쪽짜리 단일화였다.

박 교수는 앞서 4월 5일 단일화 후보 불참 선언을 했고 이삼열 후보도 투표 직전 불참 의사를 표명했다. “선거가 특정 후보에게 편파적이다” “선거 구도가 주로 운동권 계파별로 정해져 있다” 등의 이유였다.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던 곽 후보를 겨냥한 것이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진보진영 후보 중 1위를 달리고 있던 박 교수로서는 사실상 결론이 나 있는 단일화 작업이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4월 실시된 몇몇 여론조사에서 곽 후보를 7.5~16.5%가량 앞서고 있었다.

진보진영에선 이대로 선거를 치렀다간 진다는 위기감이 돌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곽 후보와 나머지 후보 간 단일화 작업에 매달렸다.

결국 이삼열 후보는 정식 후보 등록 전 곽 후보와 단일화했고, 박 교수도 5월 19일 마지막으로 단일화에 합의했다. 박 교수는 이후 5월 21일 교육감 후보에서 공식 사퇴했으며, 곽노현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미 정식 후보 등록을 한 상태로 그의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까지 인쇄가 끝난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수정해 제작하지 못한 채 투표장에 박명기 후보가 사퇴했음을 알리는 별도의 안내문을 붙여놓아야 했다.

극적(?)으로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진보진영은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을 거의 하지 않았다. “박 후보가 대승적 차원에서 용퇴를 결정했다”는 정도였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그토록 선거에 적극적이던 박 교수가 갑자기 사퇴하겠다고 했을 때 교육계에서는 의아해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당시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5000만원의 기탁금도 문제였다. 박 교수가 이미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기 때문에 기탁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게 중앙선관위의 입장이었다.

교육계에선 “박 교수가 예비후보로 뛸 때 돈을 많이 썼는데 그냥 사퇴할 리 없다. 뭔가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도 돌았다고 한다.

검찰은 바로 이 과정에서 곽 후보 측이 박 교수에게 ‘기탁금+∝’를 약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곽 교육감의 측근 인사 계좌에서 박 교수 동생 계좌로 돈이 입금된 시점(올 2·3·4월)은 박 교수가 지난 5월 치러진 서울교대 총장선거를 준비하던 때였다. 그는 이 선거에서 떨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박 교수가 몇 차례 선거 패배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 측은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후보 단일화는 진보진영의 중재에 따른 것이었으며 어떠한 거래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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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기자  news1@bluekoread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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