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체부 장관

도종환 문체부장관이「굶어죽는 예술인이 없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과연 도장관의 말은 타당한 것인가?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우리가 잘 알다시피 문학인을 포함한 모든 예술가들은 명예와 자존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고. 누구보다도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며, 불은(不運)과 불우(不遇)를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예술가들에 대한 어떠한 명목의 국가의 지원이나 후원은 예술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고 개입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러면 안 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예술가는 굶어죽을 수 있는 것이다. 예술가는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처럼 권력자 최충헌에 빌붙어 글을 쓸 수도 있으며, 중국 당나라 시인 맹교처럼 일생을 불행하게 보낼 수 있는데, 그러한 것들이 예술가와 예술을 폄훼핳 수 없는 것이다.

예술가는 그리스 신화에서 오디세이가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아내 페넬로페가 기다리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험난한 10년의 여정이든 이백이 촉도난(蜀道難)이라는 시에서 표현한 험하고도 험한 촉나라로 들어가는 길이든 그 길을 가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이다. 최소한의 생활은 예술가를 비롯한 모든 건강한 사람이라면 노동을 통해서 당연히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옛날부터 궁이후공(窮而後工),「궁한 다음에야 아름다운 시가 태어난다.」는 말이 있는데 오늘날도 똑같다 할 것이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언어의 유희만 있지 사람을 감동시키는 작품은 나올 수 없다고 볼 것이다. 확실히 예술은「고통 속에서 살아나고 안락 속에서 사라지는 성질을 가졌다. 그래서 세상에는 빈천했을 때의 작품을 높이 치고 명성을 얻은 후의 것은 눈을 아래도 깔면서 보는 사람도 있다.

예술은「백척간두의 깨달음」이나「벼랑가의 느낌」같은 아슬아슬함이나 간당간당함에서 영혼이 담기고 생명의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니체는「나는 피로써 쓴 글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처절함과 치열함이 없는 예술은 죽은 예술이고 박제된 예술인 것이다.

예술은 규정(規定)하거나 제도(製圖)하는 것이 아니다. 방탕. 일탈. 파격, 게으름, 기행 등과 더불어 가난도 예술의 구성요소이고 영감의 원천인 것이다. 국가가 굳이 예술을 위해 나선다면 사상과 양심에 따른 차별을 없애주고 세계의 다양성을 보장해 주어 예술의 영역을 확대해 주는 것이다.

불운과 불우를 국가가 나서서 제거해 주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예술가에게 리얼리티가 없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닌 것이다. 문체부장관의 말은 갸륵하지만 그 말은 예술가들에게 향할 것이 아니라 약자나 소수자에게 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