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준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부자아이 가난한 집 아이 편 가르는 나쁜투표 NO, 못된시장 OUT' 민주노동당의 반대 구호다. ’차별급식 NO, 나쁜투표 거부 YES'진보신당의 반대구호다. ‘나쁜 투표, 착한 거부’민주당의 반대구호다.

이들 선동구호에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계층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계층 간 갈등 해소 노력의 모습은 어디에도 볼 수 없다.

결론은 ‘부자아이는 나쁜아이, 가난한 아이는 착한이다’라고 대못을 박고 있다. 지난 날 노 전 대통령이 주장한 ‘강남사람과 점심 먹으면서 균형발전을 이야기할 수 없다’와 같은 맥락이다.

‘투표반대’와 ‘반대투표’와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다. ‘투표반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요, ‘반대투표’는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다.

‘반대투표’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선출할 때나 사용했던 방법이다.

‘무상급식’을 추진해야 한다면 헌법에 보장된 투표권을 행사하여 의사를 밝히면 된다. 원하는 대로 안 되면 몇 년 기다리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오 시장은 9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민투표를 외면하면서 어떻게 참여민주주의를 얘기할 수 있느냐"며 "불참운동은 야당 스스로 패배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말대로 야권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거부운동은 그들이 그렇게 주장했던 참여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 ‘민주주의의 성공의 조건은 참여 민주주의다’라며 시민 참여에 의한 참여 민주주의가 답이라며 투쟁의 민주주의에서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로 나가자“고 역설했다.

시민에 의한, 시민주권사회 실현을 추구한 노무현 정권의 이름마저도 ‘참여정부’였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겠다고 외치는 야권은 노 전 대통령의 ‘참여민주주의’ 철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국가에서 무상으로 급식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아니 무상으로 교육도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가난은 하지만 벌어 생활하는 멀쩡한 부모가 있는 학생들에게까지 무상급식 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정신에 맞지 않다.

민주당이 정말 무상급식을 받는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밥 한끼에 인심 얻으려고 하지 말고 무상급식을 받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그 원인을 없애는 일에 더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무책임에게 자식 나놓고 이혼하는 결손 가정을 막는 일이 더 중요하다. 편모, 편부, 조부모 밑에서 어렵게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무상급식’보다 ‘부모사랑’이 더 필요한 것이다.

무상급식의 문제는 돈 몇 푼의 문제가 아니다. 1-2조원 더 예산이 소요된다고 국가가 거덜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공짜근성, 편한근성, 남탓근성’ 때문에 국가와 가정이 거덜 나는 것이다.

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2부 재판부는 "무상급식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예산에 관한 사항이라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투표문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집행정지 신청의 허용 여부는 본안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이 사건은 본안 소송 승소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법원까지 주민투표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해 주었다.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을 야당이 하는 것은 국법질서를 훼손하는 일이다. 야당은 법 테두리 내에서 합법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국민 주권 행사이므로 야권의 국민주권 포기 강요는 마땅히 비난받을 짓을 하고 있는 것이며 부당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야권은 ‘국민주권, 시민주권’을 포기하지 말고 당당하게 ‘참여민주주의’ 를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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