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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주적된 KBS 대선토론회
서원일 | 승인 2017.04.20 19:35
토론회에 앞서 악수하는 홍준표 후보와 문재인 후보
홍준표 후보는 레토릭이 출중한 인물이지만...

[서원일 기자=푸른한국닷컴]어제(19일) KBS 대선토론은 문재인 후보가 스탠딩 토론을 거부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후 참가를 하였고, MBC토론에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가 불참하기로 해 사실상 빅 토론은 마지막이라는 이유 등으로 상당한 관심을 받을 토론이었다.
 
오늘은 모든 언론과 일인미디어 그리고 소셜미디어가 대선토론 관전평으로 도배가 되고 있다. 관전평의 핵심은 당연히 누가 가장 잘했나가 아닐까 싶다. 필자의 관전평을 적어 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KBS 대선토론회에서 승자는 없다. 승자는 주제가 되어 버린 주적이다. 순위를 메긴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지만 굳이 따진다면, 유승민 1위, 안철수 2위, 홍준표 3위, 심상정 4위 문재인 5위다.
 
유승민 후보는 지난 13일 SBS토론회에서도 디테일과 일관성에서 타 후보에 비해 돋보였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소신이 뚜렷하다는 인상까지 심어주었다. 존재감 자체가 낮은 면이 흠이지만 토론 자체에서는 단연 돋보였다.
 
안철수 후보는 실제 보수가 아니면서 보수인체 하는 페이크 전술을 한다는 의구심을 받아 왔다. 실제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문재인만 안 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른바 차악을 선택함으로써 안철수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측면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안철수 후보도 당연히 이점을 주목했을 것이다. 유승민의 “북한문제만큼은 친북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박지원이 대통령일 것”이라는 취지의 압박에도 무난하게 방어했다.

홍준표나 유승민 입장에서는 안철수는 얼치기 좌파라는 실체를 밝혀야 하는 절박감이 있다. 하지만 안철수는 이들이 원하는 안철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밝혀내지 못하게 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보수 코스프레를 하면서도 전라도의 정서를 지나치게 고려하다보니 김대중 노무현의 햇볕정책에 대한 자기 생각이 없는 것같은 모습을 보인 점이다.  아무튼 지지율 1위인 문재인을 디스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챙기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무난하게 방어를 해 절반의 성공은 달성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홍준표 후보는 레토릭이 출중한 인물이다. 지난 SBS토론에서 세탁기 발언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그만한 소득이 없었다. 문재인의 색깔론제기에 “색깔론이 아니라 본질론이다” “북한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정도가 얻은 소득이다. 반면 잃은 것도 만만치 않다. 설거지 발언에 사과를 했고, 스트롱맨이 아니라 나이롱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홍준표는 현재 지지율면에서 안철수에 못 미치고 있다. 결국 안철수를 찍어내야 문재인과 진영 간 경쟁구도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선토론은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안철수의 실체를 밝히는데 실패했다.

홍 후보가 진주의료원이나 무상급식에 대한 자신의 평소 지론과는 다른 태도로 의심받을 모습은 지지자들에 실망감을 줄 대목이었다. 또한 유승민에게 '이정희를 보는 것 같다'거나 '문재인이 주적이다'라는 발언을 반복하는 모습은 대답이 궁색하거나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게 했다.
 
문재인 후보의 오늘 토론은 애초 불참의사를 유지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에 따른 비용 충당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는 것이 결론적으로 밝혀 졌다.

국가보안법폐지나, 북한인권법 발의에 대한 말 바꾸기로 홍준표 후보에게 ‘막말보다는 거짓말이 더 나쁘다’라는 굴욕적 말까지 들어야 했다. 사드에 대한 애매한 입장에 대해서는 심상정후보에게 대통령은 평론가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고 안철수후보에게는 “문후보 측은 반칙을 일삼는 세력”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홈페이지나 문재인 1번가 등 외형적으로는 철저히 준비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과는 달리 대통령후보 자신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후보로 비쳐졌다, 더욱이 토론 질서를 지키지 않고 흥분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그동안 젠틀맨 이미지 노력에 흠집을 내는 과오도 범했다.

무엇보다 문재인은 이번 토론에서 주적이라는 딱지를 안게 되었다는 점은 그동안 의심을 받아 왔던 안보관에 기름을 붙는 꼴이 되었다. 이정희 처럼 북한을 북한이라 하지 못하고 북이라는 이정희와 같이 북한을 주적이라 부르지 못하는 문재인의 민낮을 보이게 했다. 벌써 아버빌르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을 빗대어 '주적을 주적이라 부르지 못하는 민길동'이라는 조롱이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이번 대선토론의 주제가 주적이 되어 버렸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심상정 후보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 질 수밖애 없다. 그럼에도 홍준표 후보에게 설거지 발언에 대한 사과를 받아 내고 스트롱맨을 자처하는 홍후보에게 나이롱맨이라는 별명을 만들어 주는 센스는 돋보였다.
 
모태 우파인 필자 입장에서는 이번 대선토론회에서 반드시 큰 것을 얻어야 할 홍준표 후보가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유승민이나 심상정은 홍후보가 고려할 상대가 아니다. 지금 문재인을 까서 얻는 것보다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의 2중대고 박지원이 상왕이라는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 하지만 실패했다.

​그동안 진주 의료원 폐쇄, 부자에게 공짜밥을 먹이는 것은 배급제, 선별적 복지가 자신이 추구하는 서민복지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우파를 집결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해 온 핵심 워딩이다.

그러나 이번에 토론회에서는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감이 감사를 받지 않아서 반대했다고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진주의료원 폐쇄는 귀족강성노조와의 정의로운 싸움이라고 자신에 찬 그동안의 모습과 달랐다.

자부해온 일관성도 상실했고 그동안 노력해 온 스트롱맨 캐릭터도 내상을 입었다. 문재인이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었음이 밝혀진 토론회였다면 홍준표는 얻은 것 없는 토론이었다.
 
만약 문재인과 안철수가 MBC 100분 토론에 불참을 한다면 10분 안에 문재인을 제압하겠다는 홍 후보는 기회자체를 잃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 일어난 이유가 궁금하다.

그동안 독고다이로 싸웠고 이제 막 보수가 결집하는 시기에 일관성까지 저버리면서 중도의 눈치를 보는 토론을 준비한 이유가 궁금하다. 혹시 자유한국당의 의중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 상기글은 '대한국인 네이버 블로그 운영자의 글로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서원일  swil@bluekoread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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