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분단의 현 안보정세를 감안한다면 현재의 징병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탄핵심판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2월말 아니면 3월초에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2017년은 대선(大選)의 해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는 벌써부터 안보관련하여 위험천만한 주장을 내 뱉고 있다. 작년 프레스센타 외신기자클럽에서는 THAAD배치를 차기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분히 THAAD 배치에 부정적 늬앙스를 풍기고 있다.

그는 미국보다 북한먼저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노무현정권의 행적을 상기한다면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개성공단 재개도 언급했다. 북한 김정은정권을 돕겠다는 표현이다.

이것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노선에 정반대의 행로가 된다. 만약 문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미국과 충돌을 예고하는 먹구름을 보는 듯하다.
 
무엇보다 의 발언 중에 충격적인 것은 군 복무기간을 1년으로 단축한다는 발언이다. 여론은 문 전 대표의 발언을 집중성토했다.

김영삼 정권 이후 대선때마다 복무기간 단축은 단골메뉴로 나왔다. 그 결과 30개월의 육군복무기간은 21개월로 단축되었다. 저출산을 감안한다면 현재로도 병력부족이 예측되는 상황이다.

문 전 대표보다 한 술 더 뜬 사람은 남경필 경기지사다. 그는 징병제 폐지와 월급 200만원 모병제를 주장했다. 야권이 아닌 여권 인사까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남북분단의 현 안보정세를 감안한다면 현재의 징병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더구나 앞으로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군사적 위협까지 현실로 다가온 마당에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도 낭만적 주장이다.

역사적으로도 국민 개병제(皆兵制)인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바꾸면서 국가의 기강이 무너진 것은 얼마든지 찿아볼 수 있다.

신라와 백제 국가의 성패를 가른 것은 바로 軍 동원력 차이
 
삼국시대 삼국 중에 가장 인구가 많았던 나라는 백제였다. 신라가 가장 인구가 적었다. 그런데 백제는 신라에 무릎을 꿇었다. 나당 연합군에 패배했다고 간단하게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는 병력(兵力)동원(動員) 시스템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라는 국가 총동원(國家 總動員) 시스템을 확립했다. 국가 지도층이 화랑이라는 장교양성 시스템도 일조했다. 인구가 적은 국가가 적성국(敵性國)에 대항하는데는 국가 총동원 시스템은 필수불가결한 제도다.

국가 총동원시스템의 핵심은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다. 백제의 경우 중앙군과 지방 귀족이 운용하는 병력동원시스템으로 이원화(二元化)되어 있었다. 그 결과 나당 연합군의 기습에 백제는 지방군을 동원할 수 없었다.

지방귀족이 운용하는 사병(私兵)제도의 한계였다. 백제 중앙정부에 반감을 갖고 있던 백제 지방귀족이 병력 차출에 응하지 않았기에 백제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국민총동원 시스템을 운용한 신라의 전략적 승리였다.
 
로마와 신라의 공통점
 
일개 도시국가였던 로마가 세계를 재패한 패권국(覇權國)으로 성장하는 그 핵심은 로마군대였다. 로마군대는 오직 자유로운 시민만이 입대할 수 있었다. 로마군에 입대한다는 것은 자유시민(自由市民)의 긍지였고 로마성장의 핵심이었다.

만약 노예가 전쟁이 나가서 공(功)을 세우면 자유인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전쟁터에서 전공을 세우는 것은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그렇기에 로마군은 강할 수 있었다. 신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로마와 신라의 성공은 고귀한 책무라고 불리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가 밑바탕이 되었다. 신라의 지도층이 화랑제도로서 군장교로 나가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 것이나 로마의 자유시민이 주축이 된 로마군은 그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로마는 병역제도가 자유시민의 개병제(皆兵制)에서 모병제와 용병제로 바뀌면서 로마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로마의 자유시민이 입대하는 대신 야만족이라 불리던 게르만족이 대거 로마군에 입대하기 시작했다.

게르만 용병은 로마황제의 근위병이 되는 등, 로마군의 핵심은 로마의 자유시민에서 게르만 용병으로 바뀌었다. 로마인의 자랑이던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사라졌다. 결국 로마는 게르만용병대장에 의해 망했다.
 
 모병제로 망한 로마, 병력부족에 시달리는 미국
 
미국도 과거엔 의무복무제였지만 현재는 모병제로 바뀌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젊은이들은 앞다투어 자원입대하였다. 그렇게 자원입대한 용감한 미국의 젊은이들이 용감히 싸워서 미국은 2차대전에서 승리했다.

한국전과 월남전까지도 미국은 의무복무제였다. 그러나 월남전을 계기로 반전(反戰) 사상이 급격히 퍼지면서 미국은 의무복무제도(국민개병제)에서 모병제로 바뀌었다. 그러자 과거 미군의 주축이던 WASP(White Anglo Saxon Protestant)의 비중이 급감하고 있다.

대신에 제3국 젊은이들의 입대가 급증하고 있다. 미군에서 복무하면 가족까지 미국시민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로마군에 급속히 증가하던 게르만족을 연상시킬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군은 병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리 돈이 많은 미국일지라도 모병제에 따른 비용을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월급만 드는 것이 아니라 연금까지도 예산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대통령이 바뀔때마다 선거공약으로 군복무기간 단축을 공약에 내세웠다. 표를 얻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표를 위해 국가안보를 팔아먹는 행위다.

과거 36개월에서 현재는 21개월까지 줄었다. 우리軍 사병(육군기준)의 복무기간은 36개월 - 33개월 - 30개월 - 27개월 - 24개월 - 21개월로 줄었다. 그런데 이제 18개월로 줄일 것이라고 한다.
 
아주 일시적이지만 복무기간이 늘어났을 때도 있었다. 68년도 울진 삼척지구 무장공비 출몰때는 4개월을 더 복무했다. 40개월까지 복무했다. 준전시(準戰時)체제로 제대특명이 불허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도 1개월간 제대가 불허되었다.
 
2003년 10월부터 육군 및 해병 24개월ㆍ해군 26개월, 2004년 11월부터 공군 27개월로 현역병 군복무기간이 단축되었다. 2012년 현재 현역의 복무기간은 육군 21개월ㆍ해군 23개월ㆍ공군 24개월이며, 공익근무요원의 경우 24개월이다.
 
이렇게 불과 10년동안 군복무기간이 급속히 줄어들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1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과거로 말하면 18방(18개월 방위)수준이다. 일선 장교들의 우려는 무척 크다.

과거와는 달리 기계화, 전자화된 우리 군의 현실에서 볼 때 18개월 복무기간으로는 장비 숙달기간에 턱도 없이 부족한 기간이라고 우려를 내 보이고 있다. “알만하면 제대한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18개월로 줄였다고 해도 또 선거를 치르면 복무기간을 더 줄이려고 할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18개월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표를 위해선 뭐든 해도 좋다는 매우 나쁜 발상이 더 문제다.

정치인의 포퓰리즘과 좌파의 모병제 선동은 더 심해질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현실에는 독약같은 악행(惡行)이다.
 
조선, 모병제 전환 후 급속히 국력 약화
 
흔히 역사에서 못배우는 민족은 망한다는 격언이 있다. 만약 그말이 맞다면 우리는 망해가는 과정에 있다. 왜냐하면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도 의무복무제에서 모병제로 바꿨다가 실패한 역사가 있다.
 
15세기에는 양인(良人) 개병(良人皆兵, 병농 일치 의무복무) 제도가 실시되었다. 15세기 말에는 군역 기피 현상이 발생하여 군포 20필 정도로 군인을 대신 보내는 대립제(代立制)가 성행하였다.

16세기에는 농민이 1년에 군포 2필을 납부하고 군역을 면제받는 방군수포제(放軍收布制)를 실시하였다. 방군(군대 가는 것을 면제해 줌) 수포(국가가 군포를 받고) 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의무 군인 제도였던 부병제(府兵制)가 모병제(募兵制)로 바뀌었다.

17세기에 인징(隣徵), 족징(族徵), 황구첨정(黃口簽丁), 백골징수(白骨徵收) 등으로 군역 제도가 문란해지자 18세기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년에 군포 1필을 납부하는 균역법을 실시하였다. 균역법 실시 후 부족한 군포를 채우기 위해 결작, 선무군관포, 어세, 염세, 선박세 등 부가세를 징수하였다.
 
조선의 국방이 약화된 데에는 이처럼 군역제도의 문란에 큰 이유가 있었다. 이 밖에도 조선의 병역 제도가 지닌 문제점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양반 출신은 군대에 안 간다”는 것이었다. 양반에게는 병역의무가 없는 나라가 조선이었다. 병역 의무가 없으니 군적수포제 아래서 이를 면제받기 위하여 포를 납부할 필요도 없었다. 어찌 국방이 약화되지 않겠는가?
 
북한의 위협 뿐만 아니라 주변국 상황에서도 모병제 전환은 안된다.
 
현재 18개월 복무기간 단축을 주장하는 이들은 18개월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그런데 18개월에서 더 줄어들 여지는 없는가라고 하면 그에 확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명히 다음 선거때가 되면 또 복무기간 단축을 들고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모병제 전환을 주장하는 자들이다. 이들의 주축엔 좌파선동꾼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문제다.
 
과거 로마나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모병제는 돈이 많이 든다. 잘못하다간 나라가 거덜날 수 있다. 조선은 한마디로 군을 기피하고 모병제 전환 후 병역제도의 문란으로 조선말에는 장부상에만 병력이 있고 실제 병력은 없을 정도 였다.

우리의 경우 당장 북한이라는 현실적인 위협상황에서라도 모병제 전환은 안된다. 통일 이후라도 주변의 중국과 일본이라는 위협국을 감안해서라도 국민 의무복무제도는 유지해야 한다.
 
특히 남자에게 의무복무는 또하나의 교육이다. 사회는 조직과 조직의 대결이다. 군대는 남자(여자)가 조직을 배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조직생활을 배울 수 있다. 군대는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규율과 행동을 배울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다른나라보다 앞설 수 있는 경쟁력의 원천이다. 일본의 대기업 간부는 한국젊은이의 적극성과 진취성을 젊은 남자 모두 군대를 다녀와서라고 평하기도 했다. 군대에서 의무복무하는 한국의 젊은이는 한국의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