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수 푸른한국닷컴 리얼콘칼럼니스트]

요즘 화두가 되고있는 학교 무상급식에 관한 서울시 주민투표가 8월24일로 확정되었다.

그 문안을 보면 ❶번은 2014년까지 그 범위를 예산에 맞춰 실시해 점차적으로 소득하위 50%까지 그 범위를 넓힌다는 단계적 무상급식이고,

❷번은 소득 구분없이 처음부터 전면적으로 실시(초등 2011년, 중등 2012년부터) 한다는 전면적 무상급식안 이다. 다시말해 소득하위부터의 단계적 무상급식과 소득 구분없는 전면적 무상급식 중 하나를 서울시민은 택하게 된다.

그럼, 서울시 주민투표의 정당성은 뭘까?

투표결과에 상관없이 실시자체의 합리적 요건들은 정당성을 강화시키는 중요 항목이다.

먼저 주민투표라는 방식과 서울시 주민투표의 의의를 살펴보자.

사실 현 서울시가 발의한 주민투표는 처음 시도되는 주민청구에 의한 주민투표다. 민주주의 방식에는 직접 민주주의와 간접 민주주의가 있다.

간접 민주주의는 예산 등의 이유로 대부분의 나라가 취하고 있는 형태로서 슘페터, 밀 등에 의해 주장되어 왔는데 하위로부터의 민주적 요구를 막는 제도적 모순이 깔려 있다.

이에 반해 직접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부터 출발한 근원적 민주주의 방식으로 루소,바버 등이 대표적 근대 주장자들이다.

지방차지시대의 주민참여는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로서 여겨지고 있는데, 현대의 진전된 사회에서 국가의 소단위인 지방자치에서조차 직접민주주의를 전면 실시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방정부는 대의 민주제 형태를 보완할 시민참여라는 직접 민주적 요소를 다양한 형태로 도입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 서울시의 주민투표는 그 의의가 크다 하겠다.

(정치적인 관점이 아닌 순수한 입장에서 반대하는 자들의 기저엔 평소 해오지 않던 국민참여제도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이 깔려있다. 하지만, 이런 국민참여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완성됨을 알아야 한다.)

두 번째로는 꼭 주민투표를 해야겠느냐는 투표 반대자들에게 답할 차례다.

이것에 대한 답에는 투표에 대한 신뢰성과 투표결과가 미칠 영향력에 대한 결과론이 함축되어 있다 하겠다.

사실, 투표하면 반드시 생각나는 국가가 하나 있다.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영세중립국인 스위스다. '투표로 날새고 투표로 해가 진다'고 할 정도로 스위스는 직접 민주주의를 근본으로 삼고 있다. 과할 정도다.

국회의원선거,주정부 선거,지방자치의원 선거 등은 이해가 가지만, 1년에 4번씩의 정기적 중요 국가결정에 관한 국민투표 참여를 넘어 지역의 주요 사안이 있을때마다 투표장에 가서 찬반의사를 밝혀야 한다.

우리의 무상급식 관련도 당연히 주민투표가 들어간다. "담배값을 올려야 하나?" "수퍼에서 약을 팔아도 되나?"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워도 되나?" 등 ....투표할 일은 수없이 많다.

이러한 스위스체제에 대해 어떤 마음이 드는가? "헛짓 많이한다!" "예산 낭비다!" "뭐 그런 것까지 투표를....!" 등 대부분 부정적 말이 나옴직하다.

이러한 체계는 스위스의 국가형성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온 그들나름의 방식인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새겨봐야 할 포인트는 그 투표 이후다.

투표율이 40%정도에 불과해 완전한 국민이나 주민의견으로 볼 수도 없지않냐할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철저히 그 결과에 승복한다.

주요문제부터 잡다한 문제까지 국민이나 주민투표로 의결된 안건들은 세밀히 짜여진 법과 규칙들로써 모든 국민들은 당연히 지켜야 할 것으로 여기고 있고 이를 집행하는 국가 공무원들 또한 그 엄정성은 대단하다.

스위스가 UN과 EU가입이 안된 이유도 국민투표 결과 때문이다. 법과 규칙은 촘촘히 짜여져 있으며 그것들을 당연히 지킬 근거와 집행의 정당성은 바로 직접 민주주의 정치의 큰 대가다.

스위스 국회의원들은 국가의 중요한 일을 결정짓거나 국민투표 결과를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일 정도에 머물러 있다. 철부지들인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을 생각하면 스위스는 참 현명한 나라다.

결과적으로,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정치가 과도한 예산낭비를 초래한다고 생각할진 몰라도 그 능률성과 국민적 합의에 의한 정당성은 훨씬 큰 이득을 주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들어가는 예산을 문제삼는 자들은 생각해 보라. 백억원이 넘는다는 예산이지만, 앞으로의 대한민국 무상복지에 대한 바로미터를 제시해줄 정당한 근거가 될 것이란 점과 특히, 어떤 안(1안,2안)이든지 무상복지에 결코 만만찮은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면 지금의 주민투표 예산이 과연 낭비라 할 수 있겠는가?

미래를 생각하면 복지의 중대사안에 대해 한번은 물어봐야 할 국민에 대한 예의다.

그 조졸한 법률해석으로 주민투표 자체가 불법이라는 반대자들의 항변이 참으로 하찮은 소리로 여겨지게 됨은 상기와 같은 큰 틀에서 대한민국의 중요사안을 결정하는 대표주자로서의 서울시민들에겐 당연해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특히 유럽의 경기침체는 과도한 복지체계를 떠받들어 온 재정적자가 그 원인이다. 현재를 보고 우리는 미래의 우리 자손들이 지금의 우리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공짜를 순간적으론 누구나 싫어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세상에 진리가 두 개가 있다.

"이 세상엔 공짜는 없다.는 진실"과 "장사치가 손해보고 판다.는 거짓말" 말이다.

 정치인들이 내놓은 복지프로그램이 결국은 결코 공짜가 아니며 절제되지 못한 포퓰리즘적 복지는 가시있는 장미라 할 것이다.

무상급식을 저소득층만 받는다면, '낙인효과'가 나타난다는 민주당의 공언은 오히려 아픔을 배가시키는 꼴이 아닐까? 단지 무상급식에만 치중하면 된단 말인가?

상위계층까지 줄 예산으로 더욱 많은 혜택을 어려운 자들에게 주는게 더 낫지 않을까! 밥먹는 시간만이 중요한게 아니다. 어차피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유럽에선 전면적 무상복지를 도입한 부분이 있지만, 그 폐단이 속속 터져나오고 있어 오히려 국민적 단결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부자가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그 수준이 줄어들면 절망하는 경우는 쉽게 예단할 수 있지 않나? 결국 옛날의 혜택만 바라고 일은 하지않는 악순환으로 국가의 건강성이 심히 훼손되고 복지시스템의 전면적 수술에 유럽 여러나라 국민들은 또 한번 절망하고 있다.

이러한 실제적 예를 보면서, 우리는 복지시스템의 이면충격을 완화하고 일하면서 복지도 누리는 합리적 제도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가?

자원이 빈약하여 오직 국민들의 능력으로만 먹고사는 대한민국에서 잘못된 복지체계는 결국 우리 자손들에게 칼이 되어 돌아 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포플리즘에 취한 국회의원을 앞세운 간접민주주의 대신 직접민주주의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이번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가 법률적 요건(주민투표권자 총수의 1/3이상 투표나 유효투표수 동수가 아닐 것)을 갖춘 결과라면 반드시 승복해야 할 것이며 그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음을 천명한다.

참고로,

주민투표 실시 결과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1/3이상(약 278만명)의 투표와 유효투표수 과반수의 투표로 확정되며,

이 경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주민투표결과 확정된 내용대로 행정 재정상의 필요한 조치를 위해야 하고 그 확정사항에 대해선 2년이내에 이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결정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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