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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낀 영남(嶺南)의 혼(魂)
정재훈 | 승인 2016.08.29 22:08
경주 불국사
낙동강을 사수해 전세(戰勢)를 뒤엎은 호국정신 발휘

[정재훈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내 고향은 서울이다. 본적은 물론 원적(原籍)도 종로구이니 진짜배기 서울 토박이다.  고향을 언급한 이유는 어떤 지역을 언급함에 있어 자유롭기 때문이다. 오늘은 호국의 고장 영남을 논해보고자 한다. 

* 친절함의 극치를 맛보다. 

몇해 전 경주 여행 中 경험한 일이다. 경주에 도착한 우리는 가스(gas) 충전이 급선무였다. 아까부터 비상연료로 온 것을 아는지라 숙소보다 가스충전소가 절실했다. 네비게이션을 엎데이트 안 해서인지 충전소 주위를 맴돌뿐 육안(肉眼)으로 보이질 않았다. "아~ 멈추기라도 한다면 보험회사에 전화해야 하고 그러면 가족들 기분이 상할 텐데.." 난 더 급해졌다.

그때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지나가고 있었고 언릉 내려 "가스충전소가 이 근처인데 보이질 않네요,어디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남성은 걸죽한 사투리로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한 30미터를 내려갔을까. "도로 공사로 길이 막혀 있으니 위치는 저 곳이지만 유턴을 해서 옆길로 들어가야 가능하다"고 알려줬다. 이유인즉 네비는 공사 중인 길을 가르쳐줬고 우리는 육안으로 안 보이니 자꾸 그 자리만 맴돈 것이였다.

때는 6월 하순이라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음료수 하나 드시고 가세요"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허나 그분은 웃는 얼굴로 "아닙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분의 미소 띤 친절은 5년여가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 공(公)과 사(私)의 냉정한 구분에 놀라다.

20여 년이 지나 다시 찾은 경주는 놀랄만큼 깨끗하고 발전된 모습이였다. 개인적으로 유적지를 볼 수 있었지만 자세한 설명이 듣고 싶어 투어(tour) 버스를 신청했다.

우리 가이드는 50대 초반의 여성인데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일행을 단숨에 장악했다. 그 더운데도 정말 열심히 설명했다.

요령을 피울 수 있음에도 가이드는 정석(定石)을 고집했다. 난 초보임을 직감하고 넌지시 "몇 년차냐"고 물었다. 허나 예상과 달리 "내 저요? 12년차에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불국사(佛國寺)에서 이곳 저곳을 이동하며 주옥 같은 설명을 듣고 있는데 일행 중 한 팀이 자꾸 대열을 이탈(離脫)하는 일이 발생했다.

젊은 남녀인데 설명보다 사진 찍는 게 급했던 모양이다. 문제는 갈 곳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차에 올라타도 그들은 보이질 않았다.

벌써 두번째..가이드는 상기된 얼굴로 유유자적 걸어오는 그들에게 다가가 한마디 하는 듯했다. 차안에 있어 듣지는 못했지만 그 뒤로 늦지 않을 걸 봐선 가이드가 어머니뻘을 무기로 유쾌한(?) 훈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일행 중에는 일본인도 있었다. 가이드가 일어를 좀 하지만 투어 버스의 편리성을 활용하는 듯했다. 이해 못하는 한국어임에도 맨 앞줄에서 경청(傾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마지막 유적지를 보고 가던 중에 아들이 좌석에서 넘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정말 순식간이였다. 별다른 부상은 없었지만 주위분들은 어린애다 보니 놀란 표정으로 우릴 위로 했다. 

가이드도 우리 가족에게 다가와 진심어린 걱정과 위로를 건네며 기사에서 "좀 천천히 가자"는 말을 건네는 배포(排布)를 보였다. 물론 규정 속도로 누구하나 불만족스럽지않게 숙소로 향했다.

난 영남 사람을 이렇게 정의한다. "말투는 투박하고 억세지만 정(情)이 많고 도리를 아는 사람이다"라고 말이다. 단편적인 두 가지 일화로 영남 사람 전체를 평가한다는 건 무리다.

* 호국과 애국의 고장이다

안다! 다만 임진왜란 당시 의병 '곽재우'가 위중한 나라를 구하는 데 큰 공을 세웠고 6.25 때는 낙동강을 사수해 전세(戰勢)를 뒤엎은 것도 결국 영남의 혼(魂)임을 우리는 안다.

요근래 예상치 못한 반발로 호국의 이미지를 다소 먹칠한 건 사실이나 대세를 거스를 순 없고 그것이 영남의 대표 민심이라고 보는 사람도 사실 일부다.

부산은 6.25 당시 조건 없이 팔도(八道) 사람을 품었고, 유일무이한 UN군 묘지가 있는 곳이다. 영남의 기백을 우리 국민은 감사해 하고 있다.

큰 강이 아무리 용솟음쳐봐야 결국 바다로 가게 돼 있다. 영남인들도 이를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영남은 변절(變節)과는 거리가 먼 호국의 고장이고 애국의 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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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jjh7307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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