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역 앞 광장의 이름은 오다노부나가 광장.사진@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편집자 주 :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의 2013년도 일본 항공자위대 기후 기지 항공제 취재 후기 기행문 

한국보다 미래지향적인 일본 언론의 국제정세 보도.
일본에만 다녀오면 짜증부터 밀려오는 현실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지난 2013년 11월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항공자위대 기후기지(岐阜基地)에 취재차 다녀왔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각종 항공기와 무기개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짧은 일정이지만 일본에만 다녀오면 짜증이 먼저 밀려온다. 왜 우리는 일본처럼 못하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전철 역무원이나 버스기사, 택시기사까지 유니폼과 모자까지 단정히 갖춰 입고 일한다. 일하는 모습을 보면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절도있다. 우리나라 전철과는 다르게 일본 전철은 조종실을 유리창으로 볼 수 있다. 기관사를 보면 건널목 통과나 역을 지나칠 때마다 손으로 체크 부분을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운행한다. 메뉴얼 그대로 한다. 

버스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정류소 안내도 버스기사가 직접 한다. 녹음으로 알려주는 우리와는 다르다. 택시기사는 짐을 들고 있는 우리 일행을 보고 바로 내려서 트렁크에 짐을 싫어 주었다. 이들 일본의 공공부분 근무자들은 우리가 어설픈 영어나 일어(日語)로 길을 묻기라도 하면 말끝마다 “하이, 하이”하면서 응대한다. 말만 그러는 것이 아니고 눈빛을 맞추면서 대답한다.  

일본에서 그런 응대를 받다가 한국에 도착하면 순간 당황하게 된다. 일본과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어지간해선 트렁크도 열어주지 않는 택시, 여행객 짐을 보고서도 멀뚱멀뚱 있는 공항버스 근무자들, 뭘 물어보면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건성으로 “저쪽이요”라고 답하는 안내원 등등,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금세 알게 된다. 공항 버스에 오르면 여기저기서 핸드폰이 터지고 저마다 크게 말한다. 마치 자신만이 외국에 다녀온 것 마냥 자랑하듯이 통화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결국 참다참다 나는 큰 소리로 핸드폰 통화하는 사람에게 소리쳤다.
“지금 버스에 혼자 탔습니까?”

기후驛 앞 광장의 이름은 오다 노부나가 광장 
  
기후기지는 나고야에서 북쪽으로 약 40여km 떨어진 곳에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활주로가 기후기지에 있다. 특히 기후기지는 항공자위대에서 매우 중요하다. 항공자위대의 운용항공기와 장비등을 시험하는 ‘비행개발실험단(飛行開發實驗團)’이 기후기지에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다노부나가의 황금 像.사진@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기후기지(岐阜基地)를 취재하고 짬을 내어 기후시(岐阜市)를 둘러봤다. 기후시는 일본 전국(戰國)시대의 全일본 통일을 목전에 두었다가 부하였던 미쯔히데의 모반으로 生을 마감한 오다 노부나가의 근거지이다. 그런 지역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기후驛에 내리자 넓다란 광장이 펼쳐졌다. 광장 한가운데는 오다 노부나가 황금像이 우뚝 서 있다. 광장 이름도 오다 노부나가 광장이다. 시내 곳곳에 오다 노부나가와 관련된 곳마다 안내판이 붙어 있다. 심지어는 기후시내를 운행하는 버스에도 오다 노부나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기후시민들에게 오다 노부나가는 지금도 살아 있는 듯 했다.

 기후市 시내버스에도 그려져 있는 오다 노부나가 

일본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다 노부나가(織田信張)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오와리의 멍청이’라 불리던 오다 노부나가가 일본 전국(戰國)시대를 평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혁신과 경쟁’이라는 key-word’가 있었다. 조총을 전투현장 전면(全面)에 등장시킨 ‘나가시노 전투’는 너무도 유명하다. 기노시타 도키치로(木下藤吉郞: 훗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이마가와 요시모토(今川義元) 본진의 위치를 오다 노부나가에 알려주고 최고 공로(功勞)로 인정받았다. 무공(武功)이 아닌 정보(情報)를 높이 샀던 오다 노부나가의 새로운 정책이었다.    
 

기후시 시내버스에도 그려져 있는 오다 노부나가.사진@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미츠히데와 김재규  

오다 노부나가의 죽음은 어떤 면에선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과 비슷한 면이 있다. 부하의 손에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아케치 미스히데(明智光秀)를 경쟁시켰던 오다 노부나가의 모습과 차지철과 김재규의 갈등 속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된 사례가 떠오른다.
 

기후시내 금화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오다노부나가의 기후성.사진@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오다 노부나가는 귀족출신의 미츠히데와 농민출신의 히데요시 中에 히데요시를 더 중용(重用)했다. 미츠히데는 오다 노부나가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결국 미스히데는 모반을 감행했고, 오다 노부나가는 혼노지에서 자결하고 말았다. ‘敵은 혼노지에 있다’라는 유명한 말이 그때 나왔다.

거사(巨事) 후 미츠히데는 敵인 모리(毛森)진영에 오다 노부나가 제거 사실을 알리는 밀서(密書)를 보냈다. 그러나 중간에 그 밀서는 토요토미의 손에 들어가고 말았다. 결국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손에 떨어졌다. 이는 박정희 대통령 암살 직후 정보를 취득한 전두환 보안사령관에게 권력이 집중되었던 것과 매우 흡사하다. 

이런 저런 역사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보낸 기후시(岐阜市) 탐사는 하루를 짧게 만들었다. 기후시를 둘러보고 나고야(名古屋)로 귀환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지정에 美日 동맹으로 대처하겠다는 일본 

나고야 시내 숙소에 돌아와 TV를 켜니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중국이 센가쿠까지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켰다는 긴급뉴스였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지정뉴스에 이어 美 존 케리 국무장관과 헤이글 국방장관의 소식도 전해졌다. 매 시간마다 첫번째 뉴스로 반복되었다. 

핵심은 美日동맹으로 중국의 도발에 대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마치 중국이 아무리 위협해도 일본은 미국과 함께 대응해 나갈 것이기에 두려울 게 없다는 뉘앙스였다. 해설뉴스에선 센가쿠 지역에서 대치하는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비교가 자막으로 깔렸다.

日中간의 가상 전쟁 시뮬레이션을 담은 일본 군사잡지 

일본의 군사잡지도 센가쿠諸島(제도)에서의 중국과의 가상전쟁 시뮬레이션을 싣기도 했다. 내용을 보면 어디까지나 美日 군사동맹 하에서 중국에 맞선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일본은 對中 대결에서 어떻게 하든 중국을 이길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실제로 해공군으로만 보면 센가쿠제도에 대한 군사력 집중은 일본이 중국보다 앞선다고 분석하고 있다. 설사 일본이 센가쿠에서 중국과의 국지전에서 밀린다면, 이를 기화로 平和(평화)헌법개정을 통한 본격적인 군사력 增强(증강)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센가쿠에서의 일본과 중국간의 가상 전쟁 시뮬레이션을 담은 일본 군사잡지.사진@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오키나와 항공자위대 나하기지에 F15J를 증강할 계획이라는 내용도 소개되었다. 인터넷으로 국내뉴스를 보니 한국 역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지정이 톱뉴스였다. 그러나 일본처럼 韓美동맹으로 중국에 맞선다는 그런 부분은 없었다.  
  
일본은 동북아 국제관계를 다루는 뉴스에서 중국의 팽창에 대비해 미국과 어떻게 협력하면서 보조를 맞출 것인가에 골몰하는 듯 했다. 향후 美日동맹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했다. 일본의 뉴스는 한국보다 미래지향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위안부라는 과거에 메여있다. 

 “일본하고 한국하고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방문에서 색다른 경험을 몇 번 했다. 길거리에서 어둔하게 일본어로 물어보면 “한국사람입니까?”라고 되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깜짝 놀라서 在日(재일)동포냐고 물어보면 ‘일본인’라고 답했다. 그래서 어떻게 한국말을 배웠느냐고 물어보면 한국 드라마 보면서 배웠다고 말해 一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길가던 여학생이 들고 있는 핸드폰을 보니 삼성 갤럭시 노트였다. 필자가 학교다닐 때 소니 워크맨을 들고 다니던 때와 비교하면 정반대가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마지막 날 귀국하기 위해 나고야驛까지 택시를 탔다. 어눌하게 일본말로 행선지를 말했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일본식 억양이 섞여있는 한국말로 “한국에서 왔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깜짝 놀랐다. 택시기사의 성씨가 이(李) 씨 였다. 그래서 在日동포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중국계 이(李) 씨 姓이라며 일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더욱 놀라웠다. 택시內에서 일행들과 한중일 관계를 이야기 하는데 일본인 택시기사가 끼어 들었다.  

“지금 아베 수상의 선조(先祖)는 한반도에서 건너왔다고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놀라면서 답했다. “아! 맞습니다. 아베 수상 집안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발해(渤海)에서 건너왔다고 합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 다음 택시기사의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일본하고 한국하고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습니다”   

택시 안에서 짧게 일본어도 배우면서 유쾌한 대화가 이어졌다. 나고야驛에 도착하자 택시기사는 트렁크를 열고 직접 가방을 꺼내주면서 “아리가토 고자이마시다”라고 정중히 인사했다. 필자 일행 역시 “아리가토”를 연발하며 가방을 건네 받았다. 이런 모습을 접하다가 한국에 도착하면 짜증이 안날 수 있겠는가?

한국 공군의 블랙이글 시범비행을 통한 韓日 관계 물꼬 트기 

일본 항공 자위대의 각 基地는 매년 한번씩 항공제(AIR-SHOW)라는 이름으로 기지공개행사를 갖는다. 항공축제(航空祝祭)에 대한 일본 국민의 참여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기지 인근 전철역부터 人波(인파)로 가득 메워진다.
 

항공제를 보기위한 인파는 플렛폼을 가득메웠다.이로인해 열차가 지연운행되기도 했다.사진@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일본인의 항공제에 대한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플렛폼에서 기지정문까지 이런식으로 입추의여지가 없었다..사진@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일본 항공제에서 하일라이트는 항공자위대의 공중곡예비행단인 ‘블루임펄스(BLUE-IMPULSE)’의 곡예비행 시범이다. 곡예비행이 시작되면 항공제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한국 공군의 블랙이글스의 시범비행보다 박진감이 떨어지는데도 일본인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시범 비행이 끝나고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블루임펄스 조종사들에게 보내는 박수갈채는 마치 연예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항공제를 보기위한 人波는 플랫폼을 가득메웠다. 이로 인해 열차가 지연운행되기도 했다  

일본인들에게 영웅시 되는 블루임펄스 조종사

한국과 일본은 지구가 없어지는 날까지 숙명적인 관계다. 미우나 고우나 지리학적으로 떨어질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이 으르렁 거릴수록 좋아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일본이 얄미운 여우라면 중국은 늑대다. 여우가 밉다고 늑대와 같이 할 수는 없다. 설사 일본이 밉더라도 미국이라는 친구를 두고서 본다면 한국과 일본은 친구일 수 밖에 없다. 얄미운 친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적이다. 미국과 친구인 우리는 중국과는 군사적으로 적일 수 밖에 없다.
 

기후기지 상공을 비행하는 일본항공자위대의 블루임퍼스 시범비행 .사진@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블루임펄스 조종사는 일본인들에겐 영웅시된다. 사진@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중국때문에라도 韓日 관계는 정상화 되어야 한다. 만약 외교정책을 시행한다면 일본인이 열광하는 일본의 항공제(AIR-SHOW)에 우리 공군의 자랑인 블랙이글 팀을 보내고 싶다. 우리의 걸그룹 소녀시대를 보면서 열광하고 한국어를 배운 일본인들처럼 우리의 블랙이글의 멋진 비행을 보면서 감탄스러워 할 것이다.

한국 공군이 일본에서 시범비행을 한다는 것은 군사적으로도 또하나의 뉴스가 될 수 있다. 미국이 핑퐁외교로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 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 공군의 블랙이글 시범비행단을 이용하는 것을 제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