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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이히만
김성춘 | 승인 2016.04.03 17:09
아이히만.사진@온라인커뮤니티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한「인간백정」아이히만은 예루살렘에서 열린 재판에서 자신이 칸트의「실천이성비판」을 읽었으며. 가정에 충실하는 등 칸트의 도덕적 명제에 의거해 전체의 삶을 영위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아이히만의 이 말에서 악인이라 하면「눈은 하나에 머리에 뿔 난 사람」을 연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악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안나 아렌트가 말한「악의 평범성」이다.
 
아이히만은 칸트를 읽었다고 했지만, 비록 그가 칸트의 철학을 꿰고 실러의 시에 눈물 흘리며, 베토벤의 음악에 전율했다고 해도 어떤 것이 참이고 어떤 것이 거짓이며, 어떤 것이 아름답고 어떤 것이 추한지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 모두 소용없는 것이다.
 
아이히만은 자신의 행위가 무슨 의미를 갖는가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세상에는 아이히만처럼 자신의 행위의 의미를 모르면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지각이나 개념, 또는 영혼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아이히만의 문제는 적게 배우거나 많이 배우거나 돈이 많거나 적거나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와 상관이 없으며,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불의에 침묵하며 평화·사랑·정의·관용·다양성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들에 무관심해도 아이히만과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아이히만을 의심해 보아야 하고. 단세포적인 사람들도 역시 그러하다. 사람이 의심도 하고 회의도 하며 부정도 하고 성찰도 해야 하는 데 그렇지 않고 목석처럼 사는 사람도 아이히만의 기색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꼭 사람을 살육해야만 아이히만이 아니다.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에 낙담하게 하는 것도, 민주주의를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것도, 네 편 내편 편을 가르며 증오와 적개심을 부추기는 행위도 아이히만의 짓인 것이다.
 
인간이 멸시를 당하고 학대받으며, 생명이 가볍게 취급되는 나라는 문명국가라 할 수 없고 문명세계라 할 수 없다. 비판정신 없이 오직 현실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삶도 온전한 삶.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아이히만 같은 사람이나 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율초재라는 거란인은 몽골 오고타이 칸의 군사가 금나라의 수도 변경(옛 개봉)을 함락시켰을 때 도성규칙(屠城規則 항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성민을 모두 도륙하는 것)의 페지를 건의하여 140여 만 명을 살리기도 하였다.
 
아이히만이「이성의 타락」이었다면 야율초재는「이성의 빛」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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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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