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김종인 @푸른한국닷컴

4. 13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시인 겸 수필가]북한이 청와대를 정조준한 뒤 폭파하는 영상을 공개하는 등 김정은이가 핵탄두를 놓고 쏘아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15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연일 군사 행보를 이어가며 긴장감을 고조시켜도, 경제침체로 젊은이들의 취업난 등 불경기로 아우성치는데도, 각 정당 정치인들은 오직 금배지를 달기위한 싸움만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여야의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공천. 재공천. 전략공천, 자객공천, 표적공천, 돌려막기 공천, 심지어는 셀프공천, 킬러 공천이라는 ‘신 종어’까지 동원해 상대후보를 저격하기 위한 맞춤형 후보를 내세우며 미운사람을 처단하는 주먹구구식 공천을 하면서 집안싸움만을 하고 있다.

정당이념도 없고, 상식, 정의, 진리가 적용되지 않고,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듯 하며 이권을 위해서는 양심까지도 버려야 하는 곳이 바로 정치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마디로 정당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무당파. ‘불평비난,’ ‘비난 당적’을 갖고 있는 집단에 불과하다. 더구나 안타까운 것은 야권이 분열되다보니 당의 기반인 호남 차지하기에 혈안이 되어 진흙탕 싸움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청, 수도권도 최대 승부처인데 오직 호남에만 목메는 두 야당, 이번 20대 총선에는 70대 베테랑 노(老)정치인 두 사람이 검투사를 자처하고,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며 정치판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공천권을 거머쥔 이들은 당 핵심인사의 ‘컷오프’(공천배제)도 마다하지 않았다. 주변의 우려와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마이웨이’로 고집불통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위원장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비상대책 위원회 대표. 특유의 카리스마로 공천정국을 주도하는 이들 두 사람을 빼면 이번 총선을 논하는 건 불가능 할 정도로 칼날을 세우고, 휘두른다.

선거판을 마구 흔드는 이(새누리). 김(더불어)의 ‘공천행마’가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두 사람의 브레이크 없는 독주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와 친박계가 원하는 물갈이에는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지만, 유승민 공천 유보 등 옥죄기로 무소속으로도 못 나오게 하려는 야비한 처사, 자칫 여론의 역풍이 불 경우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 대표도 마찬가지다. 컷오프 수위를 높이면서 당내 주류인 친노(친 노무계)와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해찬.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는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당의 중론을 따르기보다 독선적인 행태로 질주한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가 무책임한 기분에 따른 공천을 하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총선 전 공천 탈락자들이 탈락불복 등으로 인한 ‘잡음’은 언제나 나타나는 현상이라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이번 공천 과정을 보면 여야 공천관리위원장들의 돌출 행동에는 신중하게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당의 경우,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김 대표를 향한 ‘취중 막발’은 소위 친박(친 박근혜)계의 공천전략을 전면 수정케 했고, 야당 역시 대표적 ‘당 대포’로서 전위대장의 악역을 자처했던 정청래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시키면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당초 우려한대로 공천에서 배제된 윤상헌 의원은 23일 오전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서 인천은 다여다야(多與多野)구도로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해찬 의원 역시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 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총선용 ‘인재 영입’은 한국적인 현상이다. 폐쇄적인 한국 정당들은 선거 때만 진입 장벽을 낮춘다. 물론 그 대상자는 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은 사람에게 국한 한다. 영입의 진짜 목적은 의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도 있듯 각 당이 인재영입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형식적으로 여야 정당만 구분되어 있을 뿐, 각 정당의 정체성. 이념의 차이는 별로 중시되지 않고 있다. 이러다보니 각 정당들은 정강. 정책에 기반 한 선거 전략을 세우고, 인재영입을 하기보다, 뜨는 인물을 영입, 표를 얻는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의 영재영입을 보면 상대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저격수 고용’ 이나 대중적 인지도만 이용하려는 ‘이미지 영입’으로 바뀌었다. 과거의 인재영입엔 그마나 철학이 있었지만 요즘 정당들은 그런 철학이 없다. 이슈가 되고 유명인이 되면 서로가 영입을 하려고 혈전(血戰)이 벌어지기도 한다.

각 당의 영입인재를 면면히 살펴보면 정치. 정책에 무지하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람들을 영입대상으로 삼는다. 한 번 쯤 이용할 가치를 느낀 사람들을 영입하는 것이다. 그나마 과거에 인재영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은 그들이 성장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이후에도 쓸 자리까지 지도자가 관심을 갖고 배려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1회성 영입이 많다. 결국 그들은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비리 혐의로 기소만 돼도 공천을 배제하겠다던 안철수 국민의당도 초심의 마음과는 달리 뇌물 혐의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야당 의원을 받아드리면서 교섭단체를 위한 20석 확보에 심혈을 기우리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에 21석까지 확보한 국민의당이 교섭단체가 되면서 국고보조금 88억 원을 지급받게 되었다.

이 와중에 국민의당 안철수에게 대권 욕심을 부린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냈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이른바 ‘셀프 공천’으로 비례대표 순위 2번(남자 1번)에 자신으로 확정하면서 당 중앙위에서 심한 반발이 일고 있다

.“자신이 아니면 총선 이후에도 당이 제대로 될 것 같으냐”라며 당무 거부에 들어갔던 김 대표. 당 중앙위에서 애매한 표정을 보이며 무(無)발언으로 당을 제압하려는 고수(高手)의 면모를 읽으면서 김 대표가 아무리 변명을 해도 욕심이 지나치다는 것을 부정하긴 힘들어 보인다.

결국, 터질 것이 터졌지만, 군주적 리더십을 발휘하며 칼자루를 마구 휘두르는 김 대표의 의지를 꺾지도 못하고 비대위 위원들이 사표를 내는 등 오히려 김 대표에게 더 힘을 실어준 결과로 나타났다. 독주하는 김 대표가 손을 놓을 경우 당이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빠져 김 대표를 꺾지 못하는 더불어당의 운명도 안타깝다.

자신의 실책은 전혀 무시하고, 뻔뻔한 모습으로 배짱만 부리는 김 대표로 인해 따가워진 국민들의 선거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정치권에 대한 절망은 오래 된 고질병이지만 지금은 해도 너무하다는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하위인 40%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럴수록 투표장에 나와 저질 정치를 심판해야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누군가는 다수표를 획득한 후보가 금배지를 달게 된다.

정치를 바꾸는 힘은 결국 유권자인 국민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게 하려면 지금이라도 국회를 해산하자는 국민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세비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하되, 200여개나 되는 특혜도 줄여야 하고, 또 회의에 불참하는 의원에게는 세비는 물론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감점까지 주어 출석 성적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일당제를 적용, 불출석시는 세비를 삭감해야 한다. 이런 체제에서 사람만 바꾼다면 아무 의미도 없다. 오죽하면 ‘알파고’에 공천을 맡기고, 의회 정책도 ‘알파고’에 맡기자는 말이 나왔겠는가.

차라리 감정도 없고, 부정부패도 없는, 그리고 비용도 감축 할 수 있는 ‘알파고’ 의원을 만드는 방법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동풍으로 선거철만 빼놓고 국민을 무시하며 대통령에게까지 막말을 하고 폄하하는 국회의원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국회 해산이 최상의 방법인 것 같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못된 버릇을 고쳐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