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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인간 그리고 은자(隱者)와 고사(高士)
김성춘 | 승인 2016.03.06 21:30
해와 달을 옥(玉)으로 삼고. 청풍(淸風)과 명월(明月)을 제물(祭物)로 삼았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위 말은 고려 말과 조선 초기를 살았던 조운흘이란 문인이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쓴 묘비명이다. 그런데 몸은 비록 풍진(風塵) 세상에 살지만 마음만은 죽어서까지 라도 산수(山水)에 살고자 한 사람이 어찌 조운흘 그뿐이겠는가.
 
조선시대 묘향산에 한 번 갔다 온 뒤로 연하벽(煙霞癖, 산간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와 노을을 지극히 사랑하는 것)에 걸렸다는 조호익이나 주인 없는 강산(江山)과 풍월(風月)의 주인으로 살겠다는 조한천도 또한 그러한 사람이었다. 이들의 소망은 심리적·관념적 공간일지라도 산수 속에서 사는 것이었다.
 
이들의 모범으로는 먼저 중국 후한시대의 사람들로 거처하는 곳이 쑥대머리가 사람의 키만큼 자랐어도 아랑곳하지 않던 장중률과 큰 눈이 지붕을 덮을 만큼 내렸으나 방안에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던 원앙이었으며, 송나라 때 매화를 찾으러 서호(西湖) 눈보라 속을 헤맨 임포가 있었다.
 
이들은 타고난 마음을 지키면서 학문과 품성을 닦는 것을 즐거움으로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 세상의 명리(名利)는 부질없는 것이었고. 이들에게 인생사는 뜬 구름과 같은 것이었다. 장 자크 루소의「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은자와 고사의 뒤늦은 서양식 이야기였던 것이다.
 
- 오늘 내가 옛 은자나 고사를 생각하는 것은 일제 때 천황페하제도를 비롯한 일체의 세상제도는 사악한 것이므로 세상과 우주는 절멸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우선적으로 천황을 살해하려다 실패한 박열 열사의 세상절멸론이나 우주절멸론에 설사 공명한다고 하더라도 산수만은 예외적으로 그렇지 않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것은 또 최고의 인간. 최고의 삶은 미학적(美學的) 인간으로 사는 것이고. 미학적 인간은 진선진미(盡善盡美)한 인간이라는 것이며, 그러한 진선진미는 오직 운자나 고사의 삶에서나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저자거리에 사는 은자가 대은(大隱)이며 진짜 은자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산간이나 강호(江湖)가 우리의 상상인 것이다.
 
아! 나는 몸은 비록 풍진 세상에 살지만 뜻만큼은 저 옛사람들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환경적으로 타고 날 때부터 세상명리와는 인연이 없었고 천성적으로도 세상 명리와는 어울리지 못했었다. 현실적으로도 이제 세상 명리는 손으로 잡기에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다.
 
내 삶이 힘들고 피곤할수록 세상이 아이러니로 더욱 가득 찰수록 시대와 반목함이 더욱 거셀수록 나의 산수에 대한 집착이나 운자나 고사들에 그리움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산수간에 학문을 즐기며 사는 인간이 최고의 인간이라는 것. 옛날에는 그래도 최고의 삶. 최고의 인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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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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