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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씨'가 있느냐
김성춘 | 승인 2016.01.25 20:56
국회
이윤. 부열, 을파소, 소하. 주발, 번쾌, 이자성. 유종민. 만적. 홍경래. 우군칙. 홍총각···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이 이름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더러 있을 것이다. 이 이름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름들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필경「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이윤은 농사를 짓다가 은탕왕에 의해서 재상으로 초빙되고. 부열은 은고종에 의해 집 짓는 공사장의 인부에서 일약 재상으로 발탁된다. 을파소는 고구려의 고국천왕에 의해서 국상(國相)으로 등용되기 전까지는 농사꾼 신분이었다.

소하. 주발. 번쾌는 천하의 건달 유계를 도와 한나라의 개국공신이 된다. 원래 소하는 하급 사무원이었고. 주발은 가마니를 짜고 장례식에서 피리를 불었으며, 번쾌는 시장에서 개고기를 팔았다.

이자성은 명나라 말기 농민반란을 일으켜 대순황제(大順皇帝)까지 올랐지만 역졸출신이었고, 이자성의 제일가는 무장 유종민은 대장간의 대장장이였다.

만적은 고려 말의 권력자 최충헌의 사노이고. 홍경래는 조선 순조 때 몰락한 양반이었으며. 홍경래의 참모 우군칙은 풍수를 업으로 하였고. 홍경래의 선봉장 홍총각은 잡상인이었다.

이 이름들의 공통점은 삼국지의 유비보다도 더한 초야(草野)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일의 성패(成敗)는 사람이 어찌 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이 이름들이 후세에 남긴 영향이라면 사람은 누구나 모멘템만 있으면 성장할 수 있고 장대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준데 있다. 그리고 이 이름들은「개혁은 변방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증명한 이름들이기도 하다.

오늘날 전(前) 대법관. 전(前) 장관. 전(前) 검사 등 화려하고 굵직한 직함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계)에 발을 들이지만 한국정치는 퇴행하고 어지러우며. 정치에 감동이 없다고들 말하고 있다. 이치적으로는 이런 빛나는 직함들이 정치를 하면 정치가 제 기능을 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정치는 직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동하는 것이 있다. 그러한 직함들은 크게는 지식의 영역인데 정신과 예술의 영역까지 미치는 정치를 말단인 지식으로 어떻게 해보겠다고 하니까 무리를 하고 억지가 생기는 것이다. 정치는 인간학에 속하는 것으로 소통과 공유를 목적으로 한다. 명망가들이 정치를 해선 안 되는 이유는 그들을 일정한 지위로 끌어올린 지식은 이제 더 이상 효용을 잃고 돌부리로 변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고정된 것이 아님은 천심(天心)과 민심(民心)이 고정된 것이 아님과 같다. 기존의 울타리에 갇힌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정치를 하는 데는 유리하고 용이하다. 또 정치는 판결문 쓰듯 전쟁하듯 장사하듯 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있는 의식과 살아있는 정신이 필요하다.. 옛날식으로 말하면 포의(布衣)를 입은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경직된 정치를 해소하고 대의민주주의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다.

조조가 천하에「구현령(求賢令)」을 내리고. 조광조가「현량과(賢良科)」를 관철시킨 것은 문벌(門閥)이나 족벌(族閥). 관벌(官閥)이나 재벌(財閥)의 폐해가 막대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정치교육을 받았을 수많은 왕이나 황제 중에서 유독 세종과 정조. 당태종과 강희제만이 인정받는 것은 정치는 직함이 아니라 시정(市井)이나 초야에서 생성됨을 의미한다.

-한국정치가 활달하고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공식(公式)의 정치」에 얽매이지 않는 많은 포의를 입은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의 카르텔을 깨는 길이기도 하고, 정치가 생활과 밀접하여 모든 국민이 정치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나라의 흥망에만 누구에게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청탁(淸濁)에도 누구나 책임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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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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