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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지금은 "소통과 화합" 이 필요한 때다
안호원 | 승인 2015.02.01 17:10

   
 
큰마음 먹고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내 자신이 어렵게 살아온 추억을 떠 올리며 향수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수필가 겸 시인]주인공 ‘덕수’라는 한 남자가 어깨에 짊어진 가장의 무게, ‘자기 인생에 자기는 없는’ 우리들의 아버지들의 삶의 방식은 기성세대의 가슴에 응어리로 맺혀있다. “아부지예~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그런데 저 진짜 힘들었거든예” 덕수의 독백처럼 우리는 힘겹게 살아왔다.

잘했건 못했건 한 가족을 지켜왔다. 힘은 들었지만 우리 아버지들은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그런 영화 ‘국제시장’ 을 박대통령이 관람을 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파독 광부. 간호사들과 배우 황정민(덕수 역), 윤제균 감독과 함께 영화를 본 박 대통령은 미리 손수건까지 준비해왔다고 말까지 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 등 여러 장면에서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단다.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인 고(故)박정희 대통령의 상처투성이인 추억이 떠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은 영화관 불이 켜진 이후에도 한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아픈 흔적이 나타나는 ‘국제시장’ 은 ‘정윤회 문건’ 파문이 한창인 시점에 개봉했다. 이 영화는 개봉이 되자마자 흥행에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였다. 역대 대통령 중 지지율이 최하위로 곤두박질했다.

분위기 반전에 인적교체가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

최근 청와대 삼인방 비서관, 김기춘 비서실장 유임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진데 이어, 연말정산 파문으로 인해 취임 후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박대통령은 이같이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최근 ‘이완구 총리 카드’를 꺼냈다. 신임 청와대 수석 비서관 3명과 대통령 특보 4명도 발표했다.

그러나 민심은 차갑기만 했다. 분위기 반전에 인적교체가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최저치는 지난 2008년 이후 세종 시 수정안 문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갈등했던 2010년 2월 4주차의 29.7%와 같다.

많은 전문가들의 한 결 같이 박 대통령이 당시처럼 핵심고정 지지자들을 제외한 유권자들이 지지를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겉으론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으로는 지지율 하락에 대해 고심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제시장’ 관람도 대중과 소통하는 스킨십 정치의 일환인지도 모른다. 청와대가 지지율 하락에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집권 3년차를 맞은 박 근혜 정부의 국정 동력과 직결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밝힌 바 있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공무원 연금 개혁 등 굵직굵직한 과제들을 추진하려면 야당의 반대를 돌파 할 수 있는 여론이 절실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간해선 스타일을 잘 바꾸지 않는데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 파문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민심이 흔들리자 스킨십 정치를 복원하고 스타일을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고 언급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스타일 변화로는 민심을 되돌 릴 수는 없다. 아직도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가 불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모습들이 ‘불통(不通)’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헤쳐나가는 데 리더십이 중요하다.

선거의 여왕 소리를 듣던 박 대통령은 견고한 지지층을 가진 드문 지도자다. 어쩌면 다시는 그런 정치인을 만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갈 적임자다. 문제는 소통과 인재 등용 방식이다. 지난 연말 친박계 의원들만 청와대로 불러 자기 계파만 불렀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면 어떤 가 앞으로 비박계 의원들도 부르고, 또 야당의원들도 부르면 된다. 이를 계기로 각계 인사들도 초청해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늘려 가면 된다. 이에 앞서 박대통령은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의 사표를 전격 수리 했다.

이를 계기로 인적 쇄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제는 대통령이 수첩과 서면보고서는 내려놓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새 진용은 국정을 함께 논의해 방향을 정하게 하고 구체적인 업무는 믿고 위임 할만 한 사람을 찾으면 된다. 크고 중요한 과제, 꼭 필요한 요직만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맡길 수 있는 장관을 고르면 된다.

모든 일을 청와대에서 챙기니 무슨 일만 터지면 청와대로 달려가는 게 아닌가. 소통할 시간도 없다. 곳곳에서 인사 공백이 길어진다. 소속 부처의 국. 과장 인사도 제 맘대로 못하는 장관이라면 무슨 영이 서겠는 가.

아직은 집집마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 가 존재하고 있다.

1930~40년대에 태어나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맞닥뜨리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온 세대의 삶은 영화 이상으로 절절하기만 하다. 특히 70~80대 아버지들은 말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아버지의 말에 귀를 기우리는 자식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부족해 세대 간 소통의 단절은 가치관의 차이로까지 이어졌다. 그런 ‘덕수’ 또래의 아버지들이 주위에 많이들 살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6.25전쟁을 겪은 아버지는 반공정신이 강해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민주화시대에서 교육을 받은 자식들은 안보에 무관심하고 정치에도 관심이 없다.

한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위아래 세대 모두와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영화 속 주인공인 덕수는 죽을 만큼 고생하고 그 고생한 만큼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제대로 고생 할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다.

특히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삼포세대’ 가 가족을 위해 평생을 희생한 아버지 세대를 그래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아버지 세대의 고생 후일담을 듣는 것을 지겨워하는 젊은 세대도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아버지 세대는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돈도 벌고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는 땅 값 오른 사람이 성공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무너져버린 시대가 된 것이다. 많은 젊은이가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 덕수의 독백에 눈시울을 적셨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다.” 라는 드라마 ‘미생(未生)’의 대사에 더 공감을 하게 된다. 이는 젊은이들에게는 할아버지(아버지들) 세대의 노고에 대한 감상보다는 여전히 풍파 속에 있는 현실이 훨씬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들은 미생이라도 취업하고 싶고, 완생(完生)을 꿈꾸기보다 직장에서 쫓겨 나 사석(死石)이 되지 않기를 소망할 뿐이다. “우리가 취업 못하면 부모님 세대도 죽어난다고요. 청년을 ‘봉’으로 알면 우리는 순순히 연금을 내주지도, 집을 사주지도 않을 거란 말입니다. 알겠습니까?” 거리를 방황하는 젊은이들은 이렇게 아버지들을 향해 외쳐대고 있다. 어떤 개인에게 대한 항변이라기보다는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기성세대를 향한 경고 매시지다.

지금의 상황이 어렵더라도 우리 모두 ‘국제시장 출신’이라는 생각으로 아버지들을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자. 그래야 ‘국제시장 세대’ 와 ‘미생 세대’가 서로 소통하면서 지속적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박 대통령의 능력과 애국심을 믿고 있다. 정치적 반대자들도 그 점은 인정한다.

박 대통령은 덕수 부부가 다투다가 애국가 가 들리자 어쩔 수 없이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바로 애국심이라고 말했다. 그런 자세가 되어야 나라가 발전한다고도 했다. 일부 관객은 이 부분을 놓고 권위주의와 이념 논쟁을 벌리기도 했다.

이야말로 미묘한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현상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 이라 이해하고 끌어안으면 모두에게 힘이 된다. 소통과 화합을 위한 취지와는 달리 갈등이 폭발한 ‘국제시장’ 영화의 흥행 코드인 아버지 세대의 ‘향수’와 최근 논란을 촉발시킨 아들딸 세대의 ‘냉소’는 양쪽 모두에게 녹록지 않은 현실에 대한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다.

배우 황정민이 ‘국제 시장’ 속 덕수로 분해 1000만 명 넘는 사람들에게 팔아넘긴 눈물이 이 삭막해진 사회를 조금은 물기가 촉촉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영화 ‘국제시장’ 은 영어 제목 ‘아버지에 대한 헌시(Ode to my father)'처럼 과거를 끌어와 아버지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로 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로 아버지의 과거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그 날은 언제쯤 오려나. 박 대통령의 인사쇄신과 더불어 소통과 화합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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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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