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한국닷컴 정해중 리얼콘칼럼니스트]이번에 발생한 강화군 소재 해병 2사단 총기난사 사건을 유심히 살펴보면, 지난달 있었던 민항기 오인 사격과 차원이 다른 고질적인 해병 내부의 악습이 사고를 유발시켰음을 알 수 있다.

사건이 터진 직후 일부 언론은 김 상병이 가혹행위와 따돌림 등으로 범행을 계획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언론의 예상처럼 군 내부 조사로도 동료들의 집단 따돌림이 사건의 단초가 됐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문제는 따돌림이라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끼리끼리 어울려 특정인을 고립시키는 차원이 아닌, 이른바 '기수열외'라는 해병대의 폐단이 불러온 참극이라는 점이다.

‘기수열외’란 '한강철교는 녹슬어도 해병대 기수만은 녹슬지 않는다'며 자부하던 그들의 전통이 모순이였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고참 눈 밖에 난 병사를 그의 후임병 조차 반말을 써가며 조롱하고 무시하도록 강요받는다고 한다.

후임병이 경례를 생략하는 것은 물론, 투명인간 취급하고 PX가서 뭘 사오라며 모욕감까지 준다니,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것이다.

이런 기수열외를 당했다고 해서 동료를 계획적으로 사살한 김 상병의 만행을 두둔하진 못할 것이다. 더욱이 취침중인전우를 향해 조준사격한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죄악임을 인정한다.

다만,위계질서가 서릿발 같아야할 군조직, 그것도 해병대에서 후임병이 고참에게 아저씨라 부르며 잔심부름을 시켜도 왕 고참들은 벌을 주긴 커녕, 히히덕거리며 즐긴다는 것은 일당백의 기개를 지녔다는 해병대의 자부심에 먹칠을 하는 짓이다.

아니 아무리 후임병이 좀 어리숙하고 못나게 굴었다고 해도, 새까만 쫄따구에게까지 바보 취급하라며 명령한다는 것은 얼빠진 짓꺼리다.

한 해병대 전역자는 ‘기수열외’를 당한 선임을 무시하라는 왕고참의 지시를 어기면 자신도 왕따를 피해갈 수 없는 분위기라니,이 저질 따돌림 문화가 해병대 내부에 얼마나 뿌리깊게 박혔는지 알 수 있다.

우리 국민은 해병대가 민항기를 오인하고 사격했지만, 질타하지 않았다!더 나아가 "철통방어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 해병대의 성실함을 감안해 문책을 말아달라"는 격려가 비난여론을 잠재울 정도였다.

허나, 이번 기수열외가 불러온 참극을 보면서 해병대의 해괴한 문화를 뿌리 뽑지 않는다면, 제2,제3의 총기사건이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에 재발방지책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나의 조국을 함께 지키는 전우를 집단따돌리다 못해 하극상을 부추기며 투명인간화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럽고도 서글픈 일이다.

기수제도가 똑같이 존재하는 해군과 공군에도 따돌림은 존재하겠지만, 후임병이 고참을 무시하는 겁 없는 작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군기가 더 빡쎄다는 해병대에서 서열을 짓밟는 기수열외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경악할 일이자 반드시 근절해야할 병폐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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