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그래서 만나면 반드시 헤어진다는 의미인「회자정리(會者定離)」란 말을 보면서 사람들은 천고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스산한 마음을 가졌습니다.철석(鐵石)같이 맹세하고. 하늘이나 산천, 또는 칼에다 대고 서약하지만 맹세는 깨지고 서약은 바래집니다. 또 강물줄기가 바뀌듯 헤어져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날씨가 자주 바뀌듯 사람들의 마음도 바뀝니다. 날씨가 변덕스럽듯 사람들의 마음도 변덕스럽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바뀌고 변덕스럽다는 것은 흐른다는 것이고 흐른다는 것은 생명력이 있다는 표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친구지간이든 연인간이든 이별도 세태를 닮아가는 지 험상궂고 아름답지 않습니다.

헤어지는 마당이라 그런지 온갖 저주를 퍼붓고. 악담을 늘어놓습니다.「옛 군자는 친구와 절교해도 악평하지 않고. 충신은 그 나라를 떠나도 누명을 벗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옛말은 이제 글자 그대로 옛날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워낙 험악하고 너무나 살벌하기 때문에「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는 종류는 쪽도 못쓰고. 원수 보듯 하고. 원수 되어 헤어집니다.

그래도 한 때는 서로 마주앉아 박장대소(拍掌大笑)했고. 한 동안은 내 마음의 한켠에 자리 잡았던 사람인데,「언제 봤더냐.」고「언제 볼 거냐.」입니다. 우리는 온갖 욕설과 비방을 하는 사람에게서 그 사람의 인품과 교양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설사 그것이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똑같다고 여길 것입니다. 우리는「다른 사람은 모두 그래도 나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스스로를 높이면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샤르댕은 인류학 연구를 위해 오랫동안 중국에 있었는데, 모국 프랑스에서 날아오는 친지들의 부음을 받을 때마다 자신도 생병을 앓듯 앓았다고 합니다. 유마거사는「중생이 병들면 나도 병들고. 중생이 슬퍼하면 나도 슬프다.」고 했습니다. 생명에 대한 외경(畏敬)이고 생명에 대한 연대(連帶)입니다.

김소월의 시「진달래 꽃」은「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〳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의 약산〳진달래꽃〳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고 하여 빼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룹니다.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는 그의 시「하늘의 융단」에서「나 가난하여 오직 꿈만을 가졌기에〳 그대 발밑에 내 꿈을 깔았으니.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라고 하여 사랑의 지극함을 드러냅니다.

믿음의 사람 다니엘은 사자우리에 던져지고 풀무불에 놓이는 상황에서도「나의 아버지께서 능히 구해내실 것이지만, 그리 아니 하실지라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중용에는「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는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不怨天, 不尤人)」는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는 다니엘이나 중용처럼 못하지만 그것들을 사모하는 마음만은 가져야 할 것입니다.

사람이 이별할 때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별리(別離)의 미학(美學)」이 성립되기도 하고.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헤어짐에도 상대를 축복하는 마음,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 이것이 이별의 규칙이고. 이별의 법도이며, 이별의 질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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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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