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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인가?
김성춘 | 승인 2014.11.08 21:26

사람이 아무리 권력자이고 재벌이라고 해도 그것은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예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인간상(人間像)이 그려졌었다. 인류학적으로는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뜻의「호모사피엔스」,문학·예술적으로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뜻의「미학적 인간」, 실존주의 철학에서는 그냥 내던져졌다는 의미의「기투적企投的) 인간」등이 그것이다. 또 사회현상으로서 니체가 말한 소시민적인「최후적 인간」, 입센이 그려낸 이기적인「견실한 다수」,마르쿠제의 소외된 인간으로서의「일차원적 인간」등등. 그러나 이 많은 것을 한데 묶어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가련한 존재」가 사람이라는 것이다.

중국 당나라의 시인 백낙천은 억울하게 좌천되어 변방에 있던 중 친구를 전송하고 회포도 풀 겸 심양강에 배를 띄었는데, 달빛만 쓸쓸히 강물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아스라이 보이는 배 쪽에서「끊어질듯, 이어질듯. 높았다. 낮았다.」하는 처량한 비파소리를 듣게 된다. 시인은 소리가 너무나 애절해서 배를 저어 그 배 가까이 가니 배안에는 한 때는 자색이 빼어났을 한 중년의 여인이 비파를 타고 있었다. 궁금하여 사연을 물으니「저는 원래 한때 장안의 유명한 기생으로 뭇 명사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이제는 잇속에는 밝고 이별은 가볍게 여기는 장사꾼의 아내가 된 것이 서러워서 그만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비파를 탄 것입니다」라고 여인은 대답한다.

이야기를 들은 시인은 정중하게 비파 한 곡을 더 청한다. 그리고 다시 듣는 비파소리가 얼마나 슬펐던지 눈물이 소매 자락을 적실 정도로 울면서 시를 지으니 천고(千古)에 전해지는「비파행」이 그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그 유명한 구절,「우리는 하늘가를 떠도는 사람 (同是天涯淪落人)」이 나온다. 백낙천은 자신의 불우한 처지나 여자의 영락(零落)한 처지가 비슷하다고 보고 하늘가를 떠도는 사람이라고 한 것이다. 한 마디로「불쌍한 우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하늘가를 떠도는 사람이 어찌 백낙천과 그 여인뿐이고. 그때만 있고 지금은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가련한「윤락인」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신의 복사물」이라고 했고, 주희는 인간은「이(理)의 발현양상」이라고 말했다, 항상 근거를 가져야 존재하는 존재, 스스로 기준이 되지 못하는 존재, 마시고 마셔도 목마른 존재,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같은 서자(庶子)신세. 미(美)의 여신 비너스마저 거품으로 생겨났으니 하늘이 백낙천을 이 세상에 보낸 것은 인간의 비감(悲感)을 증폭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롱펠로우는 그의 시「인생찬가」에서『「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영혼을 두고 한 말은 아니었네.』라고 했지만 그래도 결국은 우리는 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백년을 채 못살면서 천년의 근심을 한다.」는 옛 시구에서 보듯 근심으로 날을 보내고,「장강의 무한함을 부러워하고. 인생의 짧음을 한탄한다.」는 소동파의 말에서 보듯 유구한 산천(山川)을 부러워해야만 하는 존재이다.

1978년 미국에서 락·그룹 캔자스에 의해 발표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으며 사라 브라잇맨의 미성(美聲)으로도 유명한「바람 속의 먼지 Dust in the wind」란 노래도 인간이 얼마나 가엾은 존재인가를 확인시켜 준다. 특히 노랫말 중「우리는 모두 바람 속의 먼지일 뿐 AII we are is dust in the wind.」이라는 철학적인 내용은 그것이 고급문화든 대중문화든 인식의 뿌리는 같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람이 아무리 권력자이고 재벌이라고 해도 그것은「새장 속의 영광」이고「수족관 속의 영광」에 지나지않는다. 한껏 시흥(詩興)에 겨워 절세미녀 양귀비에게 시를 쓸 종이를 들게 하는 이태백도 가엾은 사람이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디가고 마외파에서 쓸쓸히 죽는 양귀비도 가엾은 사람이다. 로마 원로원 계단에서「부르투스. 너마저」하며 칼에 맞아죽는 시저도 불쌍한 사람이고,「나는 시저보다는 로마를 더 사랑한다.」며 시저를 찌른 부르투스도 불쌍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성취는 그것이 영광이든 환희이든,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다가 태양 가까이에서 태양열에 녹아내리는 이카루스의 날개이고. 우리는 모두 추락하는 이카루스이며, 사람이 계획하고 만지는 모든 것은 부질없는 이카루스의 날개 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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