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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나그네
김성춘 | 승인 2014.11.02 01:08

   
 
가을 나그네는 서럽다.〳 바람소리 예사롭지 않고. 핏빛 단풍은 마치 망한 나라의 궁녀를 보는 것 같다.〳 가을은 푸른 하늘도 서럽고. 흰 강물도 서럽게 보인다.〳그냥 서러운 것이 아니라 사무치도록 서럽다.〳이 가을에는......

가을 나그네는 시인이다.〳가을에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〳무성한 여름을 보낸 사람이 시인이 아닐 리 없다.〳가을에는 우리 모두 시를 써야 한다.〳가을 나그네는 더욱 시를 써야 한다.〳어느 가을에는......

가을 나그네는 호젓한 산길 또는 공원에서 낙엽을 밟아야 한다.〳 겨울 나그네는 30대의 감성을 지녔다.〳구르몽의「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제인가는 가련한 낙엽이리라.」와〳 김용호의「나도 낙엽인 것을, 끝내 한 잎 낙엽인 것을.」〳반추하며 사색에 잠겨야 한다.〳 어떤 가을에는......

가을 나그네는 구름도 흐르고 강물도 흐르고 〳 별빛·달빛도 흐르고 사랑도 흐른다는 것을 안다.〳 세상에 도대체 흐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〳받은 정 있으면 돌려주고〳 다시는 정(情) 따윈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〳 또 가을에는......

가을 나그네는 인생의 나그네이다.〳 인생 나그네는 우리 모두의 목숨은 빌린 것임을 잘 안다.〳 주인이 회수하면 돌려주어야 한다,〳 나그네가 이 땅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〳 그 가을에는......

가을 나그네는 여정의 끝에 다다랐다.〳 지나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〳 「이젠 다시 헤어지지 말자.」고 다짐하지만〳 그 사람은 여기 없다.〳그러나 곧이어 들리는 소리.「고맙습니다.」「사랑합니다.」〳 붉은 가을에......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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