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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스님의 사랑이야기
김성춘 | 승인 2014.09.14 18:51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세상 전반을 아우르는 말로써 남녀간의 '사랑'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바꿔 말하면「사랑도 아는 만큼만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선남선녀」들의 사랑은 익히 알겠지만, 우리보다 정신이 뛰어나고 의식이 높은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할까? 과연 그들에게도 일반인 같은 사랑의 감정이 있기라도 하는 것일까?

일찍부터「음·양하는 것이 도(道)」였었다. 물론 이성을 사랑하고픈 것도 음·양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타고난 것으로서 감춘다고 감춰지고 비껴간다고 비껴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도 우리 같이 사랑에 눈 뜨거나 눈멀기도 하고. 사랑에 들뜨거나 낙담하기도 하며, 사랑에 함몰되기도 하면서 사랑의 기쁨이나 사랑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법명(法名)이 다이구 료칸(大愚良寬.1758-1831)은 일본 도꾸가와 말기 시대의 유명한 탁발승 시인으로「거리의 성자(聖者)」라고도 불리었다.「다섯 줌의 양식만 있어도 나는 아주 행복하다.」고 말할 만큼 물질에 욕심이 없어서 유파는 다르지만 저 안회의「안빈낙도(安貧樂道)」를 방불케 하였다. 그는 평생 동안 명예와 명성을 멀리 했으며. 일본 전국을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녔다.

오직 아이들과 같이 노는 것만을 즐거움으로 알아 아이들과 같이 연을 날리거나 숨바꼭질 등을 자주 하였다. 그런 료칸도 노인 되어「 사랑의 화살」을 맞게 되었다. 그 사랑의 화살은 젊었을 적 맞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도 꼭 맞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가 사랑한 사람은 그의 애제자이자 같은 시인이었으며, 자질이 빼어난 젊은 여승 데이신(貞心.1798-1872)이었다.

그들은 정신적 사랑을 하였는데, 비록 정신적 사랑이었지만 세상의 그 어떤 만남보다 각별했고. 그 어떤 사랑보다 뜨거웠다. 그들은「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부터 사랑이 달아나거나 불경(不敬)하다는 것을 알았으며, 그 말이 사랑을 죄다 담을 수 없음을 알고는 말로써가 아니라 시구(詩句)로써 사랑을 고백했다.

먼저 제자 데이신이 「내가 본 것이 정말 그대였던가. 아니면 지금 내가 느끼는 기쁨은 꿈인가요?」라는 시구를 보냈다. 그러자 료칸이「나를 잊었던가. 머나먼 길을 잃었던가. 하루 종일 그대를 기다렸지만 그대는 오지 않는구나!」라는 답구를 보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선문답식의 사랑의 밀어를 나누었다.

세월이 흘러 드디어 료칸이 죽음에 이르게 되었을 때, 데이신은 마지막으로 료칸에게 사랑의 시구를 써준다.「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어야 한다고 하지만 , 이별의 슬픔은 참기가 어렵구나!」. 이에 료칸 역시 마지막이 되는 화답의 시를 쓴다.「 내가 세상에 남길 것은 봄에는 꽃, 여름에는 두견. 가을에는 단풍잎뿐이라.」.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료칸은 숨을 거둔다.

「이기적이고 정략적인 사랑만 넘실대는 세태」에서 그래도 이렇게 시대를 뛰어넘고 장소를 건너뛰어 우리의 탄성을 자아내고 마음속에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균열을 가져오는 멋진 사랑도 세상에는 있는 것이다. 그것은 흙으로 돌아가야 할 인간을 영혼이 있는 존재로 만드는 사랑이었으며, 우주를 그리움의 대상으로 하는 사랑이었다.

다이신과 료칸은 그들의 처지와 교양이 빚어낸 사랑을 하였고, 성품을 바친 최선의 사랑을 하였다. 오늘날 사랑도 속물적으로 값이 매겨지는 세상에서 그 언젠가 비속(非俗)하고 탈속(脫俗)한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희망을 갖게 한다. 비록 그들은 가고 없지만, 그들의「사랑하는 법」만은 향기로 남아 언제나 우리를 취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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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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