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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이 칼자루 잡은 세월호특별법.
안호원 | 승인 2014.08.21 19:25

   
 
슬픔에만 잠겨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수필가 겸 시인]최근까지도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둘러싸고 소수 강경파에 끌려 다니는 새정치연합을 바라보면 참으로 분통이 터지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130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거대 제 1야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떻게 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사안마다 몇몇 되지도 않는 당내 강경파에 밀려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리더도 없는 오합지졸이 모여 있는 집단으로 전락했다.

물론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절박한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그 충정은 어느 정도 받아드린다 해도 여당이 거의 백기항복의 자세로 여당 몫 추천권 마져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 추천을 하겠다고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족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야당인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합의안을 추인하지 않아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이번 합의안을 통해 느낀 것은 새정치연합이 여전히 타협과 합의보다는 선명성과 강경투쟁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하는 운동권적 악습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도 하루 종일 부산스러웠지만 우려한대로 세월호유가족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오히려 기소권과 수사권을 요구하며 여야원내대표가 합의한 특별법에 대해 동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새정치연합은 한술 더 떠 박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떼만 쓰면 뭔가가 이루어진다는 발상은 버려야하는데 우겨다짐으로 떼만 쓰는 야당과 유가족가족들을 보면 정말 이 나라, 이 땅에서 살고 싶지 않다. 한마디로 우리 정치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서로간의 불신이 쌓이면서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앞서 새누리당은 ‘단원고 3학년생 특례입학법’ 및 ‘국정감사 분리 개최법(국감법 개정안)’ 만이라도 먼저 처리하자고 제안 했으나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특별법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본회의를 무산시켰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속셈은 모두 따로 있는 것 같다.

2016년 4월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여야 모두가 유권자인 국민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또한 특위가 구성되어 운영되어도 짧게는 일년, 길게는 국회임기가 끝날 때까지 갈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분위기도 강해 자칫 대치국면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니 모두 눈치만 보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 그만큼 국민을 희롱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정치연합에 대해 말한다. “의원 130명을 갖고 있는 교섭단체가 그 힘을 가지고 국회에서 입법 활동을 해야지 어째서 장외투쟁이나 하고 국회를 점거하고 시중잡배처럼 농성이나 하는지....” 농성하면 저리가라 하는 정의당도 요즘 들어 불필요한 농성을 최소화하고 있는데 계파싸움만 일삼는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농성정치를 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때문에 모든 민생법안이 올 스톱 되면서 지난 한 달 동안 국회 기사를 한 건도 쓰지 못했다”고 한 정치부 기자의 말처럼 국회가 세월호 특별법에 묶여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혈세로 받는 세비만 챙기는 국회의원들만 있다.

사실이다. 새정치연합이 이번 국회들어 통과시킨 법안이 뭐가 있나. 유치원 상속을 쉽게 한 신학용 의원의 유아교육법, ‘직업학교’를 대학처럼 격상 시킨 신계륜 의원의 근로자 직업능력개발법, 로비 혐의를 받고 있는 몇몇 법안 말고는 얼른 떠오르는 법안이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당 안 밖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나름대로 ‘투쟁정당’ 체질을 바꿔보려고 무단히 노력을 했지만 당내 강경파와 세월호유가족 들의 비판을 받고 재협상자리로 끌려나왔다.‘전권’도‘비상대책’ 도 다 소용없는 무용지물인 대표가 되었다. 마치 세월호 유가족을 버린 나쁜 사람으로 소속 의원들이 내몰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제대로 된 당의 리더십을 갖출 수도 없을뿐더러 국민에게 신뢰감을 줄 수 없는 정당으로 하락했다.

심각한 것은 새정치연합이 이런 모습을 보인 게 최근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강경파에 반발로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내 민주화도 좋고 의원 개인의 자율성 강화도 좋지만 정당이라는 조직이 리더의 권위에 대한 복종과 최소한의 기율이 없다면 그 조직이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새정치연합이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유가족과 어떤 밀약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세월호 특별법에만 목을 매고 있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야가 사회적 갈등을 국회 안에서 해결하는 의회정치 리더십을 보여주기는커녕 합의안을 가지고 국회 밖의 승낙을 받기위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참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은 20일 하루 종일 유족들을 붙잡고 재협상은 못한다고 못 박으며 단식을 중단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유가족대책위원회에서는 전체 투표를 통해 합의안에 대해 거부의 뜻을 밝혔다.

그나마 실 날 같은 희망이 사라지면서 한국의 의회정치가 실종 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박영선 비대위원장에게 “야당이 뭐가 두려워 그렇게 합의를 했느냐” 고 따지기도 했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런 새정치연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분위기는 ‘더 이상 양보는 없다. 아울러 법과 질서체계를 무너트리는 합의는 할 수 없다’ 는 것이다. 일부 유족은 재협의안을 수용 할 뜻이 있었지만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또 한 유족의 경우 “개인적으로 재협의안 정도면 받아들여도 될 것 같은데 워낙 반대의 목소리가 커서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웠다고 심경을 털어 놓기도 했다.

유족대책위원회 부회장은 ”단원고 3학년의 대학특례입학과 희생 학생 전원을 의사자로 지정하는 것 등은 우리 유족들이 요구한 사항이 아니다“ 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새정치연합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의 합의안을 그대로 밀어붙치려해도 의총 추인을 받아야 하고, 설령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합의안에 추인을 시도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실패 할 가능성이 크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과 유가족들이 연대해 박위원장을 공적(公賊) 으로 삼아 압박 할 경우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장외투쟁을 거론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보여주면서 형성된 분위기를 타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교황이 인간적인 마음에서 아픔을 함께하며 위로를 한 것이지 법질서체계까지 무너트리면서 특별법을 통과시키라는 것은 아니다. 이를 두고 야당과 진보진영 및 시민단체는 “교황의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며 세월호 특별법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보수 측은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라고 충고한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도 벌써 넉 달을 넘어서고 있다.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무슨 말로도 대신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한없이 안타깝기만 하다.

많은 국민들이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는 자신의 일 인양 애타는 심정으로 함께하며 슬픔을 나누었다. 물론 세월호 사고에 대한 진상조사는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사고 수습은 여전히 중요한 현안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슬픔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다.

슬픔에만 잠겨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비극의 아픔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 시켜야 할 때다. 아직도 찾지 못한 팽목항의 10명의 실종자와 그 가족을 잊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사고수습을 포함한 국정 현안에 대해 모든 것을 국회에 맡기자는 것이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결국 여의도 국회는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매듭짓지 못하고 교황을 떠나보내고 말았다. “대화가 독백이 안 되려면 다른 사람을 받아들여야한다” 는 교황의 메시지는 허공에 떴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국회의 주역은 누가 뭐라 해도 새누리당 158명, 새정치연합 130명의 의원들이다. 이제 요리 몫은 이들 몫이다. 더 이상 비난을 받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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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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