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무엇일까?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그것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는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슬픔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오늘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별의 한을 노래했다. 고려의 문인 정지상은「임을 보내며」란 시에서「이별의 눈물 흘리느라/ 대동강물이 마를 날이 없다.」고 하였고, 초나라 시인 굴원은「슬프고 슬픈 것은 살아 이별하는 것」이라고 말하였으며, 송나라 진소유는「오작교의 노래」에서「어찌 차마 고개 돌려/ 오작교 밟고 돌아갈까?」라고 하였다.

이렇게 서로 살아 이별하는 것도 목 놓아 울만큼 슬프건만, 그것이 죽음이 사람을 갈라놓는 데서는 슬픔 밖에 또 슬픔이 있고 고통 밖에 또 고통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일제시대 저항시인 이상화는 애인 유보화가 25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죽자「이별」이라는 시에서「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눠야겠느냐.」라고 부르짖었고. 정약용이 극찬한 이용휴는 문인 유서오가 죽자「늦게 핀 꽃이 일찍 저버렸다.」고 탄식하였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 유배 중에 부인 예안이씨가 죽자「내세에는 그대와 나 바꿔 태어나/ 이 슬픔 이 마음 알게 됐으면」라고 애도했다. 당나라의 문장가 한유는 조카가 죽자「나이 어린 이가 죽고. 나이 많은 이가 살아남으며/ 건강한 자가 일찍 죽고. 병약한 자가 온전하구나. 이게 생시냐, 꿈이냐? 아! 슬프다! 이제 나는 아무런 낙이 없게 되었구나.」라며 통곡하였고. 신라의 월명사는「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곳저곳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한 가지에 나서 가는 곳 모르는구나!」와

청나라 원매는「오호라! 살아서나 죽어서나 우리의 일을 누가 알까?/ 네 영전에서 아무리 울어도 네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구나.」라며 누이동생들을 애도했다.

이렇게 모든 죽음이 슬프고 애달프지만 더욱 슬프고 애달픈 것이 있으니 그것은 자식의 죽음이다. 아무리「인명은 재천」이라지만 자식의 죽음은 예로부터 참척(慘慽)이라 하여 새끼를 잃은 어미 원숭이가 죽어 속을 보았더니 창자가 전부 끊어졌다는「단장(斷腸)의 슬픔」에 비유된다. 그 아들과 딸은 옛날 왕자와 공주를 지칭하는 금지옥엽(金枝玉葉)이고, 성경 시편의「장사(壯士)의 전통에 든 화살」이 아니던가.

세상에 단 하나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자식을 잃은 슬픔, 자식을 잃은 애달픔이다. 그래서「부모가 돌아가시면 청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고. 그래서 공자의 제가 자하는 아들이 죽자 너무나 상심하여 밤낮으로 울어 실명까지 하는 것이다.

자식을 잃은 슬픔, 자식을 먼저 보내는 슬픔은 부처님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라훌라여, 나는 이제 열반에 들면서 다시는 다른 사람의 아버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도 다시는 다른 이의 아들이 되지 마라.」. 자연스러운 죽음의 이별에도 육친의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생이별에서는 말해 무엇하랴. 오직 한 마디「네가 살고. 내가 죽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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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위원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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