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한국닷컴 김성춘 칼럼니스트]

어느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그가 「부끄럼 없이 살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자 한 야당의원은 그런 소리는 성인이나 하는 소리라고 힐난하였다.

그런데 이 말은 일개 한 청문회장에서 끝날 성질은 아닌 것이다. 여기에는 프란츠 페르디난트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의 사라예보에서의 죽음이 제 1차 세계대전을 불러온 것 같이 인생과 역사, 철학과 종교라는 담론이 개입되고 넘쳐나고 있다고 볼 것이다.

일찍이 맹자가 군자3락에서의 으뜸으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것을 든 것을 보면 부끄럼 없이 산다는 것은 우리 같은 범인은 흉내도 못 낼 거침없고 드높은 도덕적 기상임을 알 수가 있고, 또 민족시인 윤동주가 서시(序詩)에에서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 없기를」라고 표현한데서 볼 수 있듯이 맑은 영혼의 소유자들이나 희구할 수 있는 시정(詩情)임도 분명해 졌다.

사도 바울의 「오호라. 나는 곤고한 몸이로다. 누가 이 사망의 몸에서 나를 건져내라!」는 탄식은 원죄론과는 상관없이 우리 인간이 얼마나 죄 앞에 허약하고 취약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오늘날들이 중국 진나라의 환관 조고가 사슴을 말이라 하고. 조지 오웰의 「1984」에서처럼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하는 시대라 하지만 모든 사람 다 세뇌되고 마비된 것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적어도 「부끄럼 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을 면하기 위해서 필요한 의인(義人) 열다섯 명에는 속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적어도 부끄럼 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유마힐 거사처럼 「중생이 병들면 나도 병들고. 중생이 기뻐하면 나도 기뻐한다.」는 정도의 경지에는 들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적어도 부끄럼 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신라사람 검군처럼 도적질은 절대 하지 않지만 도적들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독주를 기꺼이 마실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며. 우리가 적어도 부끄럼 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중국의 사가 사마천이 아무런 연고 없는 흉노에 항복한 이릉장군을 변호하다가 궁형에 처할 정도가 되거나 같은 나라 명나라 말엽의 이탁오처럼「50 되도록 앞집 개가 짖으면 따라 짖는 뒷집 개였다.」에서 그 개는 아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부끄럼 없이 살았다고 말하려면 남아공에서 백인 폭도들에게 폭행을 당하자 사적인 이익을 법정에서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간디정도는 되어야 하고.

우리가 진실로 부끄럼 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동료 사제 루틸리오가 엘살바도르 군사독재에 참혹하게 죽어가자 나 역시 같은 길을 걸울 수밖에 없다고 하며 끝내는 비명에 간 로메로 대주교의 용기 정도는 지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른 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를 정도가 되어야 부끄럼 없이 살았다는 대도(大道)에 들어섰다고 비로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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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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