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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아빠들[김승근] 검찰 수사, 기다려 줄 여유 가져야
김승근 위원 | 승인 2014.03.17 16:55

몇 년전의 일요일 오후의 일이다. 집에서 편히 쉬던 와중에 둘째가 울면서 뛰어와 이야기 했다.

[김승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뉴스파인더 대표] 오빠가 자기를 때렸노라고. 화가 난 나는 큰 아이를 불러 다그쳤다. 큰 아이는 쭈뼛쭈뼛 대답이 없었다. 화가 난 나는 큰 아이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동생을 때렸다는 사실보다, 울면서도 할 말 다하고 있는 동생과 달리 아무 말 못하고 웅얼거리고 있는 바보 같은 큰아이 모습에 더 화가 났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뿔싸. 회초리를 맞던 큰 아이 입에서 힘들게 나온 말. 동생이 먼저 자기한테 욕을 해서 밀었단다. 두 녀석이 티격태격하다 작은 녀석이 험한 말로 대들자 울컥해 밀친 모양이었다. 자초지종을 알지도 못하고 회초리를 든 나의 성급함을 후회해봤자 뭘 하나. 이미 큰 녀석 종아리는 이미 시퍼래진 것을. 

바야흐로 국정원 정국이다. 모든 신문․방송에 국정원 기사가 도배되고 있다. 국정원 협조자라는 김모씨의 자살시도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일부 정치권에서 국정원 해체 주장마저 나오는 형국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금까지 사실로 확인된 것은 별로 없다. 위조 의혹이 있는 문건을 누가 구해왔는지, 정말 국정원이 협조자에게 문서위조를 지시했는지, 아니면 국정원이 문건이 위조된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모든게 迷宮 속이다. 심지어 협조자 김씨의 자살 시도도 그 정황과 의도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이는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낼 일이다. 여론이 성급하게 단정하면 안될 일이라는 말이다. 

이번 논란을 기화로 국정원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동아시아 최고의 정보전쟁터인 중국 선양에 있는 협조자들이 소환되고 언론에 노출되면서 지난 수년간 힘들게 복구해놓은 對北 휴민트망이 붕괴될 위험에 빠졌고, 국민들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정보원 보호ㆍ외교 문제 등 족쇄로 시원한 해명도 못하고 여론의 십자포화를 얻어맞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자신이 탈북자라 주장하며, 이름을 4번이나 바꾸고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넘겼다는 간첩혐의자 중국인 유우성은 그 실체가 확인도 안된 채 공안기관의 피해자로 포장돼 ‘악의축’ 국정원과 맞서 싸우는 ‘민주투사’가 되었다. 국정원 협조자라고 알려진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확인된 게 없는, 출신 성분도 불분명한, 중국의 이중간첩인지도 모르는 정보 브로커 김씨는 유서 한 장으로 자신의 위조 실행 책임을 피하려고 있다. 언론들은 ‘국정원 조작 의혹’이라는 짜릿한 소재에 정신이 팔려 사건 뒤의 실체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모양새다.  

만약 유우성이 간첩이라면, 협조자 김씨가 중국의 이중 첩자라면 그야말로 세계사에 길이 남는 反間計를 성공시킨 셈이다. 상대국의 정보기관을 국민들 자기 손으로 난도질하게 만든 것이니. 

우리는 실체가 확인되지도 않는 의혹에 나라전체가 뒤흔들리며 극심한 혼란이 조장됐던 일을 여러 번 경험했다. 08년 촛불시위 광풍도 결국 근거없는 광우병 괴담에서 비롯됐다. 2010년에는 천안함이 침몰하자 합조단 조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미군 핵잠수함 충돌 등 온갖 황당한 소문이 나돌며 국민들의 눈을 가렸다. 이번에도 사실 확인도 하기 전에 국정원에 회초리부터 들이대는 모습이 못내 불안하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국민이라면 검찰 수사정도는 기다려 줄 여유를 가지는 게 도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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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근 위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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