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자체장 및 기초의원 당 공천 폐지 주장은 기초의원 장악력 부족 때문.지역권력도 분점해야.

[전영준 푸른한국닷컴 대표]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올 6·4 지방선거에서 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 후보를 모두 경선 방식으로 공천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당이나 시·도당 지도부에서 후보를 낙점하는 기존의 '지명식 공천' 관행을 전면 폐지해 공천 비리 등을 막겠다는 취지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은 자체적으로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당내 경선을 통해 모든 지방선거 후보자를 결정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했다.

황 대표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 후보 공천에 대해 당헌·당규를 개정, 당내 경선에서 1위를 한 후보자가 공천을 받도록 하겠다"며 "경선 공천 방식을 도입하면 중앙당과 국회의원이 공천에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천 비리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당헌·당규에 따라 대통령과 광역단체장 후보를 대의원과 당원,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당내 경선을 통해 선발해왔다. 그러나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의 경우 일률적인 공천 기준이 없었다.

새누리당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 후보 경선공천을 몇 가지 측면에서 환영한다.

첫째 기초의원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다.지역 국회의원들이 할 수 없는 사소한 지역 민원을 해결한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국회의원들이 지역민들의 보도블록 깔아달라는 것과 같은 지엽적인 민원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또한 기초의원의 당 공천 폐지는 국민의 정당 선택 권리에 반하는 일로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일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철저하게 지역 당원을 중심으로 당 출신을 지역을 대표할 후보로 선출한다.

둘째 새누리당 기초의원 경선공천은 지역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당 분열을 막는 촉매 역할한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각 시·도당의 공천심사위원회가 자체적으로 공천 기준을 만들어 후보자를 결정해왔다.

이 때문에 중앙당이나 국회의원이 미는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공천 룰이 만들어져 공천 잡음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후보가 공천에서 탈락하면 탈당하여 타당내지는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지지자들의 분열을 야기시켜 어부지리로 타당의 승리를 가져오는 요인이 됐다.

물론 민주당 등 다른 정당들도 공천불복으로 탈당하여 출마하는 경우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새누리당이 더 심했다.

셋째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의 민주당은 기초의원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후보 선출을 철저하게 민주주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야권의 승리는 야권연대로 이루어진 결과로 분석할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 야권연대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민주당이 철저하게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해 분열을 막은 것이 큰 효력을 발휘했다.

필자는 민주당 모 지역의 기초의원으로 있는 선배를 예비후보 신청단계부터 당선 후 선거반환금 서류작성까지 도와주면서 민주당의 선거과정을 지켜 불 수 있었다.

대한민국 최대의 야권성향지역에서 안철수 신당 등을 포함하여 야권의 정치메카니즘 즉 야당의 생리를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민주당은 일단 일정기간 당비를 납부한 사람이면 누구나 당내 경선후보 등록을 할 수 있게 했다. 1차로 서울시당 공천심사위원회가 2-4배수로 압축해 경선에 참여할 후보를 선정한다.

선정기준은 음주운전,공직선거법 위반 등 전과사실과 당의 기여도 등 본선에 나갈 자가 결격사유가 있는 지 심사한다.

이 과정에서 당협위원장은 공천심사위원회에 출석해 후보들에 대한 의견을 개진 한다. 물론 공천심사위원회는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존중한다. 하지만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처럼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당내경선 후보군이 결정되면 지역 및 기초.광역의원 기초단체장 등에 따라 다르지만 200-500여명 대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당시 민주당 당내경선은 여론조사 50%, 대의원 투표 50%로 상당히 합리적으로 진행됐다. 지역토호도 지명도만 높은 사람도 안심할 수 없는 공천제도였다.

결국 선거후 결과를 보면 후보로 선출될 사람이 선출되 경쟁자의 반발을 잠재우며 단일대오로 본선에 임할 수 있었다.

그 지역 현 지자체장은 당내경선에서 아슬아슬하게 후보로 당선되었다.대의원 투표에서는 특정지역의 지지를 받은 경쟁후보에게 졌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승리하여 합산투표에서 겨우 10여표차로 이겼다.

이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요, 당에 충성심을 갖게하는 촉매역할을 한다.당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치적 판단에 따라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당원에게 주는 것 얼마나 멋지고 기쁜일인가.

참고로 공직선거법에는 당내 경선 전에는 탈당하여 타당 후보내지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지만 경선에 참여한 사람은 탈당하여 출마할 수 없다.

과거 새누리당의 공천심사위원회의 심사의 경우는 심사에 탈락한 후보는 탈당하여 본선에 출마할 수 있다.

이후 야권연대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타당 후보가 출마하여 야권 표의 분열을 가져온 경우는 있지만 최소한 민주당 당적을 가졌던 사람이 출마하여 표의 분산을 획책하는 일은 없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방선거에서 나갈 당 후보 추천을 당 유력자 몇몇의 나누어먹기식 구태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당원들에게 돌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후보경선은 당원 및 지지자들이 관심이 집중돼 하나의 이벤트로 당의 결속감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문제는 후보들이 난립하다보니 매표와 음식제공도 있었고 당 지역 유력인사들의 횡포 등도 있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당협위원장에게 뭉칫돈 갖다 주고 공천을 받는 일은 최소한 없었다. 물론 당협위원장에게 예선에 올려달라고 애교성 청탁은 있을 수 있었다고 본다.

당내경선은 당 실력자 및 국회의원들에게는 매력 없는 일

민주당이 기초의원 당 공천 폐지는 이유는 그들이 내세우는 표면적 이유와는 달리 기초위원을 과거와 같이 수하처럼 부릴 수 없는 국회의원들의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민주당 기초의원 및 광역의원들은 새누리당과 달리 애당심과 충성심이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들보다 강하다.

그들은 몇 십년동안 민주당 당원으로 활동하며 김대중.노무현 정권 창출에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따라서 국회의원 선수만 갖고 그들을 대하다가는 큰 코 닥치며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눈에 가시다.

더군다나 당내 경선을 통해 기초의원 및 광역의원에 당선되었으니 과거와 같이 종처럼 국회의원 말들을 듣지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국회의원들도 총선에서 이기려면 현장에서 뛰는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하기에 그들위에 군림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지방선거 출마자 당내경선 분명 부작용이 있지만 지역권력의 분점, 당내 결속도 강화, 실제적인 부정부패 약화(국회의원 한사람에게 목돈 주는 것보다 지역민 밥 사주고 돈 몇 푼 주는 것이 되레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임),풀뿌리 민주주의 강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이점이 많다.

지방선거 출마자 당내경선 없이 국회의원 후보자 상향식 공천은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다. 당내경선이 정착되면 국회의원 후보 당내경선도 정착되리라 본다.

새누리당은 대통령·광역단체장 경선 방식을 준용할 것인지, 새로운 형태의 경선 방식을 도입할 것인지, 전국 시·도당에서 동시에 경선을 실시할 것인지 등에 대해 검토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비용절약 측면에서 볼 때 과거 민주당의 여론조사 50%.대의원 투표 50%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국민들의 참여도를 높힌다고 지나치게 투표영역을 확장하면 막대한 돈과 인력낭비를 감당할 수 없다.

투·개표 비용 등은 국고에서 지원받을 수 있지만, 만약 당내 경선에 일반 국민 선정 등을 하면 당이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지방선거 출마자 선출을 위한 당내경선은 철저하게 당원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명분도 있고 비용절감에도 효과적이다.

당내경선을 위한 선거관리 자금과 여론조사 비용은 후보들의 당 선거기탁금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기초의원.광역의원 기초단체장 당내경선에 나가려는 사람들이 민주당보다 새누리당이 더 많아 자금 충당에는 그리 큰 걱정을 안 해도 된다.

2010년 민주당은 이 제도를 통해 당 분열도 막고 충분한 당 재정도 확보해 양수겹장 득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 지지자들이 경선에 참여해 새누리당의 가장 약체 후보를 미는 역선택의 우려도 있지만 진정성있는 대의원 투표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치열한 역선택 전쟁의 결과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인물됨과 진정성이 있으면 역선택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2010년 새누리당 지방선거 실패의 책임은 진보의 단일화, 15년만의 높은 투표율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분열을 막지 못한 공천제도와 당 지도부의 독점적 공천이 원인이었다.

잘하는 구청장을 계파가 다른 국회의원이 명분 없이 공천을 주지 않아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면 표의 분열은 뻔하다. 몇 십표 차이로 당락이 판가람 나는 상황에서 자당 지지자들의 표 분산은 대통령도 막을 수 없다.

불합리한 공천으로 탈락하면 열 받는 데 누구 말을 듣겠는가. 당원들의 선택만이 불만세력을 잠재울 수 있다.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전영준 대표  dugsum@nate.com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