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실천 비전 김성춘의 글향기
부끄러운 '나이'
김성춘 위원 | 승인 2014.01.30 00:25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아무리「인명(人命)이 재천(在天)」이라 하지만 꿈에 용을 보고 임신했다는 이율곡(49)의 나이를 훨씬 넘어서고. 삼국지의 제갈공명(54)과「조선의 얼」단재 신채호(57)의 나이를 이미 넘어섰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저들도 감히 넘지 못한 나이를 내가 산다는 것은 혹시「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일한 사상가인 다석 유명모의 제자 박용호는 예수가 서른셋의 나이에 십자가에서 죽은 것은 그때가 가장 아름다운 나이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 견해를 취한다면 나는 더더욱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하는 사람처럼 쩔쩔매야 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약육강식(弱肉强食)을 찬양한 사회진화론이 그 뿌리인 것처럼 잘못된 생각이나 사상은 인류를 힘들게 하고 어렵게 한다. 지금까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긴「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어렸을 적 오대산 자락에서 땔나무를 많이 하고 약초를 많이 캤다.「한창 자라는 초목은 꺾거나 베지 않는 법」이라 하고.

경제개발의 후과(後果)로 육식을 하곤 했으니 이도 참으로 부끄러운 것이다. 인디언들은 만물에 정령이 깃들어있다고 믿지 않던가. 산다는 것과 나이 먹는다는 것이 온갖 생명들의 희생위에 이루어졌고. 생명의 편이 아니라 사망의 편에 내가 속해 있다는 것은 자못 겸연쩍고 낭패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시선(詩仙) 이백은 그의 시「촉도난(蜀道難)」에서 촉으로 가는 길이「하늘 오르기 보다 더 어렵다.」고 했으며, 우리의 시인 한하운은 그의 시「황톳길」에서「가도 가도 황톳길이 천리에 이어진다.」고 했는데, 한국전쟁이 바로 끝난 해에 가난뱅이의 아들로 태어난 나의 삶은 아직도 진창과 같으니 이것도 심히 부끄러운 것이다. 설사 그것이 「왕후장상의 씨」가 아닌 것이 작은 이유이고「뜻은 높았으나 역량의 모자람」이 큰 이유였다 하더라도.

그러나 무엇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옛날 이스라엘의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사람이 70 이나 80 을 산다한들 그 연수(年數)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임을 알면서도 계속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앞집 개가 짖으면 따라 짖는 뒷집 개」이거나「혓바닥 늘어뜨리며 할딱거리는 병든 수캐」마냥.

앞으로 나의 품수(稟壽)가 얼마나 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 삶의 반은 슬픔이고 나머지 반의 삶은 기쁨일 것이다. 반이 슬픔이라는 것은 지금 내가 이율곡이나 제갈공명 또는 신채호의 정신세계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이고

반이 기쁨이라는 것은 지금보다 더 오래 살게 되면「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 등의 작품들이 내 삶의 주석(註釋)이다.」라고 말한 안데르센(73)과 부인 왕불이 죽자 지기를 잃어다며 슬퍼하며 무덤가에 소나무 3만 그루를 심은 소동파(65)와 영원한「도화원(桃花院) 사람」고헌성(63), 그리고 외로이 떠도는 구름 한 점을 호로 가진 최치원(?)의 속내를 조금이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김성춘 위원  kimmaeul@hanmail.net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성춘 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최근 이슈기사
강신철 국방부장관, 추석 연휴 맞아 최전방 7사단 방문강신철 국방부장관, 추석 연휴 맞아 최전방 7사단 방문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 금메달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 금메달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추석당일 6만7천여명 관람객 입장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추석당일 6만7천여명 관람객 입장
미·중 정상, ‘이란 핵·국제수로 통행료 불허 동의”미·중 정상, ‘이란 핵·국제수로 통행료 불허 동의”
icon가장 많이 본 기사
기사 댓글 0개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동 2가 247 3층  |  TEL : 02-734-4530(代)  |  FAX : 02-734-8530  |  긴급연락처: 010-2755-6850
제호 : 푸른한국닷컴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298  |  창간일 : 2010. 07. 20  |  발행·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전영준  |  마케팅이사 : 김혁(010-3928-6913)
Copyright © 2010-2026 푸른한국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ugsum@nate.com.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