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反日)만이 능사가 아니다"

[정해중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중국의 객기(客氣)가 위태롭다. 방공식별구역 말이다. 난데 없이 이어도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까지 자신들의 관할권이라고 선포했으니 말이다.

우리 정부에게 사전 통보 했다곤 하나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발표 30분 전에 전달했으므로 생색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어로 연설까지 해가며 성의를 보였지만 역시 공산국가다운 무대포 정신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일본과 영유권 다툼 중인 센카쿠 뿐아니라 허구헛날 '수중암초'라며 평가절하하던 이어도까지 포함시켰다는 건 방공(防空)보다 확장(擴張)이 목적이란 걸 알 수 있다.

손자는 속전속결을 강조하며 "적진에 먼저 도착해야 승산이 높고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금 중국이 식별구역을 넓히는 건 손자의 가르침대로 최대한 자국 영토 밖에서 미,일(美,日)을 상대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센카쿠를 식별구역에 포함시켜야 영유권 주장에 탄력을 받으므로 이번 조치는 "무력 충돌을 감내하더라도 영유권을 뺐어오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다.

금일 한,중 간 국방 고위급 회담에서 우리측은 중국의 일방적인 선포에 항의하며 이어도를 제외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허나 중국은 정면으로 거부하며 이어도에 대한 야욕을 노골화 했다.

냉정히 말해 저들은 우리의 통일을 가로막은 철천지 원수(怨讐)다. 시대가 흐르고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호호실실하고 있으나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의 근간을 이루는 상황에게 중국은 충견(忠犬)이 아닌 맹수(猛獸)일 뿐이다.

맹수는 언제든 조련사를 공격할 수 있다. 아무리 조련하고 훈련시킨다 해도 본능은 변하지 않는다. 중국을 적대시해선 안 되지만 막연한 기대로 본질을 호도해선 곤란하다.

한,미,일 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동맹이다.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 등을 이유로 외교 단절에 가까운 무시 전략은 이번 중국의 횡포해서 보듯 고립(孤立)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걸 상기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주변국 뿐아니라 프랑스,영국 등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세련된 외교로 호평을 받았다. 헌데 일본과는 불편을 넘어 적대감만 증가하고 있으니 개탄할 노릇이다.

박근혜는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기 앞서 우호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중국편에 서서 일본을 제압하겠다"는 생각은 당장 버려야 한다.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엎고 중국과 일전(一戰)도 불사할 나라다.

저들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미국과의 동맹이 견고하다는 소리다. 중국도 미국과는 정면대결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이를 일본이 모를리 없다.

역사 인식에 대해 사과와 조율은 박근혜의 몫이 아니다. 그러한 사안은 실무자에게 맡기고 아베와 만나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대응책을 논해야 한다.

일본도 미국과 같은 동맹이자 한반도 급변사태 때 미국의 후방기지 역할을 담당할 지원국이란 걸 박근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정해중 위원  jhj7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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