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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단 두 줄의 글만 보여줘라”
안호원 위원 | 승인 2013.11.08 00:28

   
▲ 안호원 칼럼위원
“우리 시대에 영웅(英雄)은 모두 어디로 갔나, 우리의 아이들이 정직한 삶을 사는데 모범이 될 만한 지도자들은 과연 어디에 있나.”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수필가 겸 시인]몇 해 전 일이지만 상원의원 40년, 하원까지 합치면 거의 반세기를 미(美) 의회에서 보낸 미국의 노(老)정객 로버트 버드 의원이 본회의장 연설에서 의원들을 향해 개탄한 말이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스캔들을 둘러싸고 입 가진 이들이라면 모두 나서서 한마디씩 내뱉는 와중에 모처럼 신선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CBS-TV의 ‘60분’ 시사프로의 진행자인 엔디 루니가 방송도중 스캔들의 주역과 야단법석을 떠는 언론 및 논객들을 싸잡아 “모두가 개○○들”이라고 몰아붙여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그는 이 같은 시사프로만 20년간 사회를 맡아 온 방송계의 원로다. 버드 의원의 연설이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 것이라면 루니의 튀는 발언은 시청자들의 답답한 가슴을 대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연극 같은 정치란 사람들에게 감동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은 공정하고 명쾌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참신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나 언론이나 때로는 우울하고 낙심에 빠진 국민들에게 충격과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치행위가 국민에게 주는 감동은 대중들에게 지도자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국민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자학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정치는 이미 죽은 정치나 다름없다.

따라서 약자에겐 군림하고 강자 앞에선 꼬리를 내리는 언론 역시 독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기는 정치와 매한가지다. 특히 정치나 언론이 세상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위험한 것도 없을 것이다. 사회가 혼돈스러울 때일수록 신뢰가는 지도자의 참신한 언행은 나라의 가는 질에 국민의 믿음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리고 힘에 밀려 몰매 맞는 이들의 억울함을 언론이 대변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국민은 기댈 곳을 찾아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는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이구동성으로 정책과 민생을 최우선시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국민을 우습게 여겨서일까. 당면한 민생문제는 외면한 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논란으로, 국회는 매일 같이 건달들의 싸움터를 방불할 정도로 고성이 오가고 있다.

수백 건에 달하는 감사자료, 수박 겉핥기식 감사, 고함치는 의원들, 비아냥거리는 피감사인들, 무더기 증인 채택, 막말 등 구태가 재연돼 대선 때 약속했던 ‘새 정치’는 한껏 거품에 지나지 않았다. 국정감사가 끝날 즈음까지 여야는 여전히 정쟁으로 일관하면서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 대선개입 의혹에 이어 기무사령부와 정보사령부 일부 요원도 여권 편향의 정치 댓글을 게재했다며 새누리당을 물고 늘어지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도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전국공무원 노동조합을 매개체로 SNS를 통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고 맞서고 있다. 문제는 결론도 얻지 못할 이런 정치 논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이런 행태를 지속적으로 자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일련의 사실이 밝혀진들 어쩌자는 것인지 여야 정치권에 묻고 싶다. 이제 늦게나마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등에 대한 철저 수사 및 관련자 문책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과를 요구하고 수사와 재판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책임자 문책을 주장하며 대여 공세를 계속하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억지를 부린다는 느낌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재보선 완패를 안긴 국민의 뜻을 되새겨 보지도 않았다는 뻔뻔함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새누리당 역시 매한가지다. 도대체 명색이 집권 여당임에도 너무 무기력해 보인다. 지도층은 박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고 젊은 의원들마저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야당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고 남의 일로만 여기는 것 같다. 거기다 행정부를 책임질 총리와 장관들까지 복지부동 행태를 보이고 있어 가슴을 치는 국민만 멍이 든다. 이석기 의원 세비지급 중지와 통진당 해체에 대해서도 어물쩡한 민주당의 작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말 잘하는 민주당이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게 그렇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 ‘정당 설립’ 등 원론만 말하는 것은 국민을 희롱하는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설령 표가 떨어지더라도 눈치를 보지만 말고 안보, 경제, 민생 문제를 먼저 생각하는 여야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내게 단 두 줄의 글만 보여줘라. 그 필자를 사형시킬 꼬투리를 잡을 수 있다” 프랑스 재상 리슐리의 말을 한번쯤은 새겨듣는 정치인들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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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위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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