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실천 수범 안호원
가난, 어두움, 그늘진 삶에서 사랑의 꽃 핀다.
안호원 위원 | 승인 2013.11.05 21:45

   
▲ 안호원 칼럼위원
여호와여 나의 기도에 귀를 기울이시고 내가 간구하는 소리를 들으소서, 나의 환난 날에 내가 주께 부르짖으리니 주께서 내게 응답하시리이다” <시편 86:6~7>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시인 수필가]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은 누군가의 흔적이다. 아이가 문을 꽝하고 닫고 나갈 때 아무도 아이의 안타까운 마음을 보지 못한다. 아이가 내 앞에서 던지고 간 굉음만 들을 수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생명 자체를 관찰할 수 는 없다. 누군가의 생명을 이 시간 이 자리에 남기고 간 흔적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일까. 인생이란 제 정신으로만 산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 앞에는 여전히 흔적만이 남겨져 있다. 그러나 믿음과 확신의 눈이 열리게 될 경우 그 흔적을 뛰어넘어 본체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맑은 하늘은 가을의 축복이다. 가을엔 태양고도가 점점 낮아져 지면이 차가워진다. 하층의 기온이 상공보다 내려가 지표면에서 바람이 일지 않는다. 이에 따라 상공의 먼지가 아래로 떨어져 하늘이 맑아지는 것이다.

어느 해인들 가을 하늘이 이처럼 맑지 않으랴만 가을의 하늘은 천고마비 소리를 들을 정도로 높고 푸르다. 공기가 맑아서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쩜 하늘 아래 이 땅의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어둡고 혼탁하게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을의 상념(想念)도 속절없이 깊어만 간다. 때로는 갈증도 느끼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된다. 새 싹이 피어나는 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가하면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초가을의 산들 바람에 넋을 잃는 이가 있는 가하면, 낙엽 쌓인 숲길을 거닐며 우수(憂愁)에 흠뻑 젖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세상의 빛깔을 다 풀어 놓은 듯 농익을 대로 익은 단풍철도 아직 가을의 절정은 아닌 것 같다.

가을의 멋에 흠뻑 취하려면 아무래도 11월 중순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찬란했던 단풍잎들이 볼 품 없이 퇴색되어갈 무렵, 벌써 겨울인가 싶어 질 때 그제야 비로소 가을의 맛이 그윽해지고 상념은 원숙해진다.

어쩜 그런 가을은 모순투성이의 계절인지도 모른다. 풍성한 수확의 기쁨도 잠시, 가을 거두기가 끝나 휑한 들녘엔 이삭 잘라낸 볏단 더미만 덩그런히 남아 성취의 덧없음을 우울하게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들은 무성했던 잎을 다 떨어뜨리고 벌거벗은 가지 끝에 힘겨운 세월을 겨우 매달고 있지만 실상은 시들어가는 줄기 속엔 또 다른 생명의 물길을 오롯이 품어내고 있다.

“가난하여도 성실하게 행하는 자는 부유하면서 굽게 행하는 자보다 나으니라”<잠언 28:6>

가을은 지금 성취와 허탈, 쇠락과 창조의 갈등으로 심한 중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이 처럼 중병을 앓고 있는 가을이 가을인 것은 서늘한 바람 때문만은 아니다.

가을을 가을이라 부르는 것은 오직 갈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도 그런 가을과도 같다. 가난하고 어둡고 그늘진 삶의 자리에서 진정한 사랑의 꽃이 피어난다.

한 달 남짓 있으면 가난한 이들에게 선물을 주기위해 산타할아버지가 오시지만 그에 앞서 고액 기부자들의 약 70%가 예순이 넘는 할머니들이라고 했다.

공부 길이 막힌 청소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장애우, 오갈 데 없이 외로운 노인들을 위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 놓는 삯바느질 할머니, 거액의 장학금을 선뜻 기부하면서도 알리지 않으려고 하는 김밥 장수 할머니, 구멍가게 할머니, 모두가 다 우리 이웃들이다.

진정한 사랑은 그 낮은 곳, 깊고 어두운 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재산이든, 권력이든, 무엇인가 좀 있다 싶으면 몽땅 제 새끼들한테 물려주려고 혈안이 되어 안간힘을 쓰는 탐욕의 시대.

이 각박한 경제 만능, 물질 만능의 사회에서 가을 같은 사람들은 먹을 것 먹지 않고, 입을 것 제대로 입지 않으며 어렵사리 모아 온 전 재산을 가난한 이웃들에게 선뜻 건네주는 것처럼 비(非) 경제적인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러나 사랑이란 본디 비경제적인 것이 아니었던가. 그래서일까 어렵사리 사는 할머니들이지만 제 것을 버림으로써 가장 귀한 것, 금보다 더 소중한 사랑이란 보화를 채굴(採掘)해 낸 것이다.

대학원 후배인 미모의 여교수가 “가을비 내리는 주말, 아직 남산 길도 못 걸었는데 오늘 비에 나뭇잎이 다 떨어지면 어쩌지요?” 하는 문자를 카톡을 통해 보내왔다.

“끈기 있는 나뭇잎들이 이 교수가 찾아줄 그날을 기다릴 겝니다”라고 즉시 답신을 보냈다. 또 한 후배가 역시 문자로 “선배님, 제 마음이 너무 공허해요.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제 마음을 저도 모르겠어요”

“네가 네 마음을 잘 알지 못하는 까닭은 네 마음이 우주보다 더 크기 때문에 그런 거야”라고 회답해줬다.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명예와 재물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펼쳐진 흔적들 가운데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우리의 마음은 비로소 채워질 것이다.

이미 ‘10월의 마지막 밤’도 다 지나갔지만 문득 떠오르는 곡이 하나 있다. 바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다. 유럽의 음악그룹인 시크릿가든의 원곡 “봄으로 가는 세레나데(Serenade to spring)에 한경혜씨가 가사를 붙인 곡이다. 임태경·박소연이 함께 부르는 이 곡을 따라 부르며 마무리 하려고 한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라는 구절이 듣기 좋았다. 맑은 가을 날 사랑하는 사람과 지난 밤 꿈처럼 함께 한다면 정말 행복하고 멋진 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도 훌쩍 지나갔지만 11월에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멋진 가을 하늘을 맘껏 즐겨보고 싶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나는 내가 정한 날에 그들을 나의 특별한 소유로 삼을 것이요. 또 사람이 자기를 섬기는 아들을 아낌 같이 내가 그들을 아끼리니” <말라기 3 : 17>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안호원 위원  egis0191@hanmail.net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호원 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최근 이슈기사
화재 진압 중 사고로 숨진 20대 소방관화재 진압 중 사고로 숨진 20대 소방관
우리가 모르는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 실업학교 선린상고우리가 모르는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 실업학교 선린상고
문재인 탈원전 피해는 국민들 피눈물로 돌아와문재인 탈원전 피해는 국민들 피눈물로 돌아와
대한민국 주적은 주사파 운동권이 장악한 민주당대한민국 주적은 주사파 운동권이 장악한 민주당
icon가장 많이 본 기사
기사 댓글 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동 2가 247 3층  |  TEL : 02-734-4530(代)  |  FAX : 02-734-8530  |  긴급연락처: 010-2755-6850
제호 : 푸른한국닷컴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298  |  창간일 : 2010. 07. 20  |  발행·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전영준  |  마케팅이사 : 김혁(010-3928-6913)
Copyright © 2010-2023 푸른한국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ugsum@nate.com.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