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수원 IC를 조금 지나면 오른 쪽에 거대한 건물이 나타난다. 그곳이 삼성전자 지하 5층, 지상 35층 규모의 디지털미디어연구소와 지상 27층 정보통신연구소다. 7천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삼성전자가 만들어내는 제품 중에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연구개발 인력이 모여 있는 첨단 디지털 메카다. 디지털미디어 연구소에는 디지털미디어 사업본부 내 연구조직들이 입주, 첨단 디지털 융·복합 제품에 대한 종합 연구를 하고 있다.

다른 외국기업들의 연구소는 조용하고 공기 좋은 숲속에 위치해 외관상 볼 때 연구 환경이 좋다. 안락함과 편리함 그 자체다. 삼성전자 관련 연구소와는 비교가 안 된다.

경부고속도로 만에도 출퇴근시간엔 주차장이요, 서울 수원 간 전철은 만원이다. 국도도 출퇴근 차량으로 꽉 찬다. 이런 환경에서 삼성전자 연구원들은 근무하고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이 만들어낸 휴대폰, 반도체, LED(발광다이오드) TV, LCD, DVD플레이어 등이 세계 제품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고 세계 최고의 매출과 명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다. 연구원들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편안하고, 안락한 세상이 아니라 출퇴근하면서 겪는 즉 부딪치며, 기다리는 고통 속에서 고객이 원하는 아이디어를 창출하며, 복잡하고 다난한 현실의 ‘사람 사는 세상’에서 더불어 살게 꿈을 만들고 있다.

고 노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다. ‘분하고 설움에서, 먹고사는 것으로 걱정 안하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이었다. ‘그런 것으로 자살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은 오류였다. 분함도, 설움도, 먹고사는 것도 상대적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1억 원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고 10억 원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고 노 전 대통령의 분함과 서러움은 다른 사람에겐 아닐 수도 있다.

그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부딪치며, 싸우며, 경쟁하며 사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란 것을 망각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법과 제도,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지는 세상이다. 잘못한 사람은 법에 의해 처벌받는다. 용케 법망을 피한 사람은 ‘자연발생적 질서’ 즉 하늘의 심판을 받는다. 그게 이치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이 사람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은 이해가지만 살아온 환경과 가치가 다르다고 사람이 사람을 부정하는 것은 안 된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고 노 전 대통령은 기존질서를 부정했다. 이승만, 박정희를 부정했다. 고국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은 미국을 등에 업은 자본주의 분열 세력이 세웠다.”고 주장했다.

변호사인 노 전 대통령은 “정당하지 않은 법 안 지켜도 된다.” 며 대한민국의 헌법을 훼손했다.

“그놈의 헌법, 별난 보수”를 외쳤던 그는 “시민혁명을 완수하자''자며 ” 행정수도 이전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층의 교체“ 라며 체제변환을 도모하였다.

김수환 추기경이 별세했을 때 문상 가지 않았다. 자기를 정치에 입문시켜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친상에도 상가가 코앞인데도 가지 않았다.

고 노 전 대통령의 눈에는 그들도 부패한 세력, 청산의 대상이었을까 참으로 인간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인간미 없는 사람이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다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올해 초 쓴 글에서 “세상을 바꾸자면 국민의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고 했다. 국민의 어떤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 지 의문이 갔다.

우리 국민은 세계 제 1위 아이큐를 갖고, 부지런하게 살아 온 국민들이다. 군사독재 정권을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완성한 국민이다. 60년 전 아프카니스탄같은 국가를 세계경제대국으로 일군 국민들이다.

고 노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인이었다면 ‘민심이 천심’이라는 것을 알아야 했다. 생각이 바꾸어야 할 사람은 국민이 아니라 그였고, 경청할 사람도 국민이 아니라 바로 그였다.

사람끼리 부딪치며 더불어 고생하는 연구원의 아이디어는 인간을 위하여 좋은 제품으로 연결되게 되듯이 너와 내가 부딪치며 사는 세상이 ‘ 사람 사는 세상’이란 것을 저 나라에서 알아주었으면 한다.

나와 뜻 맞는 사람만이 끼리끼리 모여 사는 곳은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라 공기 좋고 물 좋은 신앙촌일 뿐이다.

[푸른한국닷컴 전영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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