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한국닷컴 김성춘 칼럼니스트]

역사책을 많이 읽게 되면 사람을 보는 안목이 높아진다. 마치 백락(伯樂)이 마상(馬相)을 잘 봐 천리마를 탁 끄집어내는 것처럼 역사책을 많이 본 사람은 고금(古今)의 사람들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을 보는 눈이 예리하다고 볼 것이다. 이른바 형안(炯眼)이다.

그래서 사람을 알려면 역사책을 읽어야 하는데 역사책은 그중에서도 정치하는 사람을 알게 하는 선악과(善惡果)이기도 하다. 여기에서는 감추거나 숨겼어도 드러나게 되고. 은폐나 위장도 판명된다.

무수한 사람. 무수한 나라들의 흥망성쇠를 보고 거기에서 고유한 규칙을 찾아내며 취할 것과 버릴 것. 포상할 것과 폄훼할 것을 알게 된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신문지상과 tv화면에서 -광고처럼 나오는- 정치한다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그저 무덤덤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보다는 차라리 나는 아주 오래전에 사막의 먼지가 되었거나 아니면 초원에서 백골이 되어있을 어느 한 사람에게서 계속적으로 「정치의 감동」과 「감격의 정치」를 느끼고 있다.

그 사람은 바로 한 때 유라시아 대륙을 질풍노도처럼 치달은 몽골군에서 칸의 참모 역할을 한 야율초재(耶律楚材)란 사람이다.

야율초재는 그 성씨에서 보듯 요나라의 황족이었으나 금나라에게 나라가 망하자 금나라에 복속하였으며 또 금나라가 몽골에게 망하자 징기스칸에게 픽업되어 징기스칸 및 그 후계자들과 함께 전장을 누비게 된다.

야율초재의 으뜸가는 공은 「항복하면 살려주고. 저항하면 도륙하는」초원의 법칙을 무디게 하거나 억제한데 있다. 중국대륙에서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도살자들을 깨우쳐 「문명文明」을 고수하고 「문명」을 확산한 것이다.

「문명」은 자체의 의미로서도 각별하지만 그 카운터인 「미개未開」나 「야만野蠻」을 떠올리면 보다 뜻이 더욱 선명해 진다.

그것은 「권력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와 「인간의 조건을 개선하고, 인간의 외연을 넓히는」질문과 대답의 미학을 그가 「문명」을 가지고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도 고목수 비풍다(高木樹 悲風多)에 해당되는가! 공로가 크면 시기도 커지는 법. 당시 서하(西夏)사람으로 활을 잘 만드는 상팔근(常八斤)이 징키스칸 앞에서

 「지금은 천하가 전쟁 중이다. 야율과 같은 유학자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거드름을 떨었다. 그러자 야율초재는 「활을 사용하자면 확실히 궁장(弓匠)이 필요하다.

그러나 천하를 다스리자면 치천하장(治天下匠)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대꾸하여 상팔근과 야율초재의 다른 점. 궁장과 치천하장의 다른 점을 보여주었다. 역사책을 읽다보면 이런 황금 같은 대목도 있어 후세사람을 횡재하게도 하는 것이다.

도살은 꼭 총칼을 갖고 죽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역사의 후퇴」나 「보편적 가치의 외면」도 야만이라 볼 수 있다. 오늘날 자천 타천 정치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문명」을 아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 자칭 타칭 치천하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치천하장은커녕 궁장도 안 되는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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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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