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구주류 친이계 의원들이 모여 모임을 갖고 있다. 사진@데일리안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131호. 4.27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 친이(이명박)직계 의원 20여명이 이른 시간부터 하나 둘 모여 앉았다. 이날 모임에서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반성’을 화두로 떠올렸지만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세를 규합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쇄신그룹에 대한 견제구를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처한 위기를 부문별로 진단하는 강원택 서울대 교수의 강연 후 본격적으로 펼쳐진 의원들의 토론에서는 “친이계가 친박과 소통이 부족했다”, “국민들의 진정한 고통에 귀기울이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지만,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 이후 급속도로 세를 불리고 있는 당내 소장파를 겨냥한 ´경고´도 나왔다.

안형환 의원은 “당내 쇄신이 당에서 권력을 잡기 위한 쇄신, 나만 살아남기 위한 쇄신은 안 된다”며 “당의 목표는 정권장악이며 어떤 쇄신의 목적도 국민의 마음을 사는 것이 목표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모든 것을 개혁해도 마누라는 던질 수 없었던 것처럼 우리도 한나라당은 던질 수 없다. 결국은 자기반성을 통한 쇄신을 해야한다”고 부연했다.

김영우 의원은 “각자 자기 위치에서 반성을 시작하는 것이 옳은 쇄신의 출발”이라며 안 의원의 말을 받았다. 김 의원은 “당내 쇄신 논의가 ‘난 잘했다, 넌 못했다’, ‘당신이 물러나면 내가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권력투쟁으로 가지 않게 위해 많은 일을 해야한다”며 소장파를 꼬집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집권여당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위해 국민에 봉사할 막중한 책무를 가졌다”며 “계파와 계보를 다 떠난 ‘쇄신대토론회’를 개최해 모든 것을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

한편 국민들의 회초리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철저하게 쇄신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반성문’ 낭독도 이날 모임의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진영 의원은 “국민의 욕구를 반영하는데 게을렀다고 할 수 있고 열심히 했더라도 정치적 생산성이 떨어졌다”며 당이 처한 위기를 진단했고, 박준선 의원은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 청와대에 맡겨놓고 지역구만 왔다 갔다 하는 등 초선 의원임에도 게을렀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형환 의원은 “작년에 6.2% 경제성장 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빠른 위기탈출을 했다고 이야기해왔는데 그것이 (서민들) ‘염장 지르는’ 이야기인 줄 모르고 했다. 우리 스스로 국민을 몰랐다는 이야기”고 고백했다.

이와 함께 ‘보수의 가치’에 대한 의원들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손숙미 의원은 “요새 (한나라당의 위기 극복을 위해) 진정한 보수의 가치로 돌아가자는 의견이 많은데 한국사회에 과연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있어왔는지 의문”이라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계획 경제와 평등주의를 좋아하는 국민들에게 보수의 가치를 내세우며 보수운동을 전개할 때 국민들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장제원 의원은 “현 정치시스템에서는 어떤 정부, 어떤 대통령이 나와도 현역 시절에는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쇄신은 이러한 대한민국 정치의 틀을 바꾸는 데서 시작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역 대통령은 50~60년 후 역사가 평가할 것이며 보수나 진보의 가치도 국민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는 진 영 전여옥 조해진 권성동 임동규 김성동 원희목 배은희 김영우 장제원 김금래 강승규 안형환 손숙미 유정현 박준선 현경병 조진래 이춘식 김성회 강성천 의원등 2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앞으로 이들은 매주 화요일 오전, 정기 회동을 갖고 당의 변화와 개혁을 논의키로 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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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안 기자  news2@bluekoread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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