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광주는 아침을 열고 있는가

[푸른한국닷컴 정재학 칼럼니스트]

다시 5.18이다. 나는 오늘 이 시간 이 말을 전하기 위해서, 분노와 슬픔, 질곡의 과거를 살아왔다. 나의 추억과 나의 청춘과 나의 문학은 30년이라는 긴 시간의 터널 속을 지나오면서, 의문과 분노의 지층을 쌓고 있었다.

분노의 살은 썩어 노령산맥의 거름으로 변하였고, 의문의 뼈는 검은 우울의 화석으로 굳어있었다. 나는 오늘날까지 광주의 우물물을 마시며 살아온 광주가 낳은 생명이요, 열매요, 변함없는 자식이었다.

더하여, 나는 절망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올바름을 향해 나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 광주를 버려야 한다. 광주를 사랑하기에 나는 광주를 나의 굳어진 슬픈 관념에서 풀어주어야 한다.

애증의 끈을 놓고, 나 역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기 위해, 이기와 집착을 넘어 광주의 진실을 알아야 하기에, 나는 지금 광주를 손에서 놓아주어야 한다.

광주는 비상(飛上)하여야 한다. 누군가의 포로에서 해방되어야 하고, 누군가의 압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진실은 자유에서 오는 선물이다. 그리고 그 진실 속에서 광주는 다시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한다.

우리 곁에는 북의 적화노선을 좇는 이가 있고, 붉은 음모를 이끄는 정당이 있으며, 붉은 무리들이 들고 있는 붉은 깃발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광주는 서기(瑞氣)를 잃고 붉은 구름 속에 묻혀 있다.

5.18은 신(新) 군부의 음모가 아니라 북의 지령에 의한 비극이었다. 싸늘한 주검, 우리의 벗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다만 한 사람의 시민이었을 뿐, 그리고 우리는 북에 의해 이용당했을 뿐이다.

이 검은 우울에 대해 나는 다시 통곡한다. 광주여,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오라. 포악을 놓고 평화로운 깊은 호흡, 그 심오한 순수로 돌아오라. 우리는 북의 음모에 의해 희생당한 가엾은 과거를 지닌 사람들이다. 그리하여 다시 새로운 아침을 맞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우리에게 스스로 채찍을 가해야 하고, 닫혀진 관념에서 열린 비판을 맞이해야 한다. 왜 우리는 북을 잊고 있는가?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정재학 news1@bluekoread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