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도봉구 도봉산 국립공원. 100% 무상급식을 저지하기 위한 주민투표 거리 서명장은 서명에 동참하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자원봉사자가 “무상급식 가격이 한 아이당 2450원으로 책정됐는데, 과연 그걸로 질좋은 밥을 먹일 수 있겠느냐”며 “우리 어머니들이 더 잘 아시지 않느냐. 누가 내 아이에게 저질 급식을 먹인다면 참을 수 있겠느냐”고 외쳤다. 40대 부부가 서명 테이블로 다가갔다. “나는 반대 안하는데?”라는 남편의 말에 아내가 “무슨 소리야, 세금 더 낼 거야?”라고 눈을 흘기자 남편이 “그건 그렇네”라고 선뜻 서명용지에 이름을 적어나갔다.

매표소 바로 앞 등산로 한켠에 서명 테이블을 마련하고, 자원봉사자들이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지난달 18일부터 거리 서명을 시작한 뒤로 매주 주말이면 도봉산 등산로 입구에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어려운 아이들부터 챙겨야 합니다. 100% 무상급식은 저질 급식이나 다름없습니다. 서명에 동참해주십시오”를 외쳤다.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설득하기 위해 자원봉사자 2~3명이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이렇게 ‘설명’하는 일을 한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 이야기에 상당수의 시민들이 잠시 흥미를 보이다가 “나는 서울에 살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고 지나쳐 갔다.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100% 무상급식 반대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수도 많다. 하루 평균 800~1000명의 서울시민이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와 뜻을 같이했다.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엔 1700여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에 참여했다.

◇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 한 회원이 3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상급식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에 적극적인 연령층은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를 둔 30~40대층. 대부분이 “세 부담이 늘어나고 실제 급식 질이 담보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유효숙씨(51·도봉구 창동)는 “나도 고등학생이 아이가 있는 학부형”이라며 “어느 엄마가 좋은 밥을 공짜로 준다는데 싫다고 하겠나.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겉만 번드르르한 일이 될 것 같아서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같이 산을 찾은 지인 2명과 함께 서명에 동참했다. 지인들도 “급식이 잘 되지 않는다고 아이들이 그러는데 어떻게 믿느냐” “가난한 아이들에게 공짜밥 주고, 돈 있는 아이들에겐 좀더 받아서 균형을 맞추는 게 좋지 않으냐”고 거들었다.

젊은 서명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황영래 씨(24·강북구 미아동)는 “직장을 다니는 입장에선 세금이 조금이라도 더 오르는 게 반갑진 않다”며 “일하는 친구들도 ‘세금 더 오르면 어떻게 하냐’는 이야기를 한다. 세금 얘기를 쏙 빼놓으니까 큰 혜택이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아들이 급식 식자재를 납품한다는 한 할머니가 ‘예산이 부족해 재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얘길 아들에게서 들었다. 그런 밥을 우리 손주들에게 먹일 수 없다’고 하더라”면서 “학교 현장에 계신 분들의 호응이 상당하다. 현장에서 직접 해보니까 문제점이 눈에 보여서인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모 초등학교 급식 담당 교사는 두 딸의 손을 잡고 서명에 동참하거나 초등학생인 아들이 “학교 (급식) 밥 정말 맛없고 나빠졌다. 저 아저씨 말이 맞으니 이거 서명하라”며 부부의 손을 이끌고 오는 광경도 벌어졌다.

하지만 서명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수와 비례해 100% 무상급식을 지지한다는 표현도 적극적이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한 시간 동안 서명자 10명당 1명꼴로 ‘비판자’들이 나타났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서명장 인근에 세워진 피켓을 손으로 탁탁 치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아예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양심도 없다. 돈 없는 애들 공짜밥도 주기 싫다는 거 아니냐”고 삿대질을 하는 시민도 있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혀를 끌끌 차며 지나가는 학부형도 눈에 띄었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주민투표 서명자는 25만1600명, 주민투표 청구 수임권자도 4만493명에 달한다. 주민투표 발의를 위해 필요한 서명자 수는 41만8000명. 지난 2월 서명운동을 시작한지 세 달만에 절반 이상을 채운 셈이다. 국민운동본부는 서울 50개 지역에서 6월 말까지 거리 서명을 계속해 최소한 60만명 이상을 채울 예정이다.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민주당 등이 절차상 하자를 문제삼는데, 근거가 없다. 자원봉사자들에게도 법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잘 설명하고 (현장에서) 감독하고 있다”며 “많은 시민들에게 100% 무상급식의 문제점을 알리는 활동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사출처: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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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안 기자  news2@bluekoread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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