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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오르려면 낮은 데서부터
안호원 | 승인 2013.05.03 12:14

중국어로 “천리의 먼 길도 첫 걸음을 내딛는 데서 시작된다(千里之行. 始於足下).”는 말이 있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수필가]주역에는 “군자는 일을 함에 있어 그 시작을 잘 도모한다(君子以事謨始).”라는 성어가 있다.‘시작이 중요하니 잘 준비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잘 해보라’는 것이다.

설사 처음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다가도 일단 시작해서 한 걸음 한 걸음 가다보면 방향이 잡힐 수도 있으니 용기를 가지라는 뜻이다.

“높이 오르려면 낮은 데서부터, 멀리 가려면 가까운 데서부터” 라는 고사가 있다. 이 역시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가 겸손의 마음으로 새 날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는 그리 중요치 않다.

이유는 새 날은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는 첫 날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과거에 이 같은 날을 살아본 적이 없다. 새 날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노만 빈 세트 필’ 이 한 말이다.

우리 속담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이와 흡사한 고사 성어는 ‘망양보뢰’(亡羊補牢)다. 그런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어떤 의미에서 볼 때 뒤늦은 처방에 대한 책망의 의미가 담겨있지만 ‘망양보뢰’는 그래도 늦지 않았다는 긍정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이제라도 우리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괴테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과 기적이 모두 숨어 있다.”고 했다.

채근담에도 이런 말이 있다. “쉬워 보이는 일도 해보면 어렵다. 못할 것 같은 일도 시작하면 이루어진다. 쉽다고 깔보지 말고 어렵다고 미리부터 포기하지 마라. 쉬운 일도 신중히 하고 곤란한 일도 겁내지 말고 해야 한다.” 요즘 세계적 경제위기에 사람들의 마음이 한껏 얼어붙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찌든 삶에 너무 지쳤나보다.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침반 하나 달랑 들고 망망대해(大海)에 떠있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이었던가. 독일광부, 간호사, 새마을 운동, 월남파병 등으로 경제 발전을 이룩해 냈고 IMF를 가장 먼저 이겨내며 선진대열에 낀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이 아니던가. 눈(雪)에 파묻힌 보리는 추운 겨울 동안 힘을 축적한 뒤 봄이 되어서야 푸른 싹을 내민다. 원인과 결과가 고루 덮인 이 세상에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해도 좌절해서는 안 된다. 이는 아침에 눈 뜰만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는 게 힘이 드는가. 억울한 일이 어디 한 두건이겠는가. 힘없는 자들의 설음을 자로 잴 수나 있겠는가. 거목에 가려져 큰 빛을 발하진 못하지만 한 그루, 한 그루가 각각 아름답고 소중한 나무 같이 되어 숲을 이루듯 그런 사람이 되면 어떤 세상으로 변화 될까.

세상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행여 억울한 일이 생긴다 해도 우리는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주는 나무처럼 되어야한다. 아울러 또 다른 시작을 위하여 뒤를 돌아보고 앞을 바라볼 줄도 아는 혜안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들의 본래 마음은 별빛보다 밝고 봄 햇살보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포근함과 넉넉함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분별할 줄 아는 마음을 내어 언제부터인가 수많은 것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무한경쟁의 시대, 이기적인 삶을 사는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 놓았다.

언제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지금 살면서, 느끼면서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깜깜한 암흑 속에서 잠을 자면서도 오만함이 넘치는 불들을 밝히고 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우연히 어느 선사(禪師)의 글을 보게 되었는데 마음으로 말하면, 마음에는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다고 했다. 본시 마음이란 깨끗하고 고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행여 출렁인다면 그것은 마음이 감정을 따라갔기 때문이다.

본래 마음의 빛을 만나고자 했다면 잠시 멈춰야 한다. 사찰(寺刹) 뜰의 방범등을 꺼야 별빛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듯 여기저기 켜 놓은 마음의 불빛을 잠시라도 꺼야 어둠속에서 반짝이는 빛을 볼 수 있다.

책을 읽다가 ‘겸손은 땅이다’라는 글귀에 눈길이 멈췄다. 왜 땅일까? 겸손은 땅처럼 낮고, 밝히고, 쓰레기까지 받아 들면서도 그곳에서 생명을 일으키고 풍성하게 자라 열매를 맺게 한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동안 내 자신이 생각했던 겸손의 무지였다.

나는 그런 겸손을 내 몸 높이로 보았고 내 발만큼만 낮아지는 것으로 알았다. 오만의 극치였다. 그런데 진정한 겸손은 그게 아니었다. 내 발이 아니라 더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밟히고, 눌리고, 다져지고, 아픈 것이 바로 겸손이었다. 겸손은 나무도, 물도, 바람도 아닌 바로 발에 밟히는 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마음에 찌든 때를 회개의 눈물로 닦으려 하지 않고 구구한 변명의 입술로 닦는 어리석은 사람은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새 아침은 밝아오고 새 날은 시작된다. 새 날은 기회의 시작이기도 하다.

바람이 있다면 해맑은 웃음 띠며 창가로 문안 온 낮의 햇빛같이 가난한 이웃의 외로운 마음에 고운 미소와 함께 상냥한 인사 나누며 진실의 땀으로 짠 소박한 적삼 걸치고 위선이나 가식이 아닌, 참 된 길을 따라 더딘 걸음이라도 겸손의 땅 밟으며 새 날, 새 아침에 선하고 아름다운 길을 가고 싶다. 매일 같이 새롭게 시작하는 겸손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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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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