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현 기자=푸른한국 닷컴] 최근 성경 공부를 하고 싶었던 최진형(43)씨는 20년 넘게 교회를 다니고 있는 손윗동서에게 성경 공부 의사를 내비쳤다.

그런데 손윗동서로부터 “교회만 열심히 다니면 되는데 무슨 성경 공부를 하느냐? 목사나 전도사가 될 것 아니면 그렇게 어렵게 신앙생활 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을 듣고 최 씨는 충격을 받았다.

신앙을 하지 않았지만 막연히 성경에 대해 알고 싶었던 최 씨는 이번에는 인터넷상에 자신의 닉네임을 ‘그리스도의 편지’로 자칭하는 지인 김 모(49)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김 씨 역시 “교회 열심히 다니고 목사님 말씀 잘 들으면 천국 갈 수 있다. 성경 공부에 집착하면 이단에 빠질 수 있다”는 답을 하는 것을 듣고 최 씨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얼마 후 최 씨는 대학교 후배를 만나 ‘그리스도의 편지’가 고린도후서 3장에 나오는 구절이며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을 새긴 ‘새언약의 일군’이 되길 당부하는 구절이란 얘길 들었다. “그만큼 하나님의 말씀을 알고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구절을 통해 알 수 있다”는 후배의 말을 듣고 최 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 씨는 목사나 전도사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인 후배가 이렇게 성경을 잘 아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 후배가 기성교단에서 이단이라고 하는 신흥교단 소속 교회를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 씨는 “20년 넘게 교회를 다니면서 성경은 몰라도 된다는 사람과 이단이라는 교회에 나가면서 성경을 잘 아는 후배를 보고 과연 기독교의 이단 논쟁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독교 내부의 이단 논쟁은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종교학자 장석만 박사(종교문화비평학회장)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통과 이단을 가르는 것은 궁극적으로 권력의 크기다. 이단도 힘을 가지면 정통이 된다. 기독교도 처음엔 유대교 안의 이단 분파였다. 개신교를 기초한 루터나 칼뱅 역시 가톨릭의 이단 아니었나?”라며 정통과 이단의 구분을 ‘권력의 크기’ 문제로 해석했다.

그만큼 기독교 내부의 이단 규정이 신도 숫자의 많고 적음이나 교단이 가지는 사회적 권력의 크기 등에 의해 다수파에 의해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 내부에서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기득권 싸움이 이단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은 최근 벌어지는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둘러싼 교계의 다툼에서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오는 10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WCC 제10차 총회를 앞두고 기독교 교단들은 대회 개최 지지 여부를 두고 서로를 ‘이단’으로까지 규정하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WCC를 지지하는 목사들을 ‘악령의 종’이나 ‘난동꾼’으로 표현하고 WCC를 ‘공산주의자 단체’ ‘동성애자 지지 단체’ 등으로 비난하는 글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러한 내용의 설교 역시 일부교회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장로교가 지난 1959년 WCC 참여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통합과 합동으로 분리되면서 서로를 이단, 사이비로 규정하며 맹비난했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대표회장 선거와 관련, 지난해 3월 홍재철 대표회장 체제를 반대하는 20여 개 교단이 한국교회연합회(한교연)로 분리해 나가면서 서로를 이단, 사이비로 규정하고 현재까지 대립하고 있는 현실 역시 교계 내부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이단 규정’이 남용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계 대표적 보수·진보 교단이 최근 WCC와 관련해 발표한 공동선언문에는 ‘성경 66권이 신앙과 행위의 절대적인 표준’이라고 천명하고 있지만 이미 성경이 기독교 주류 교단에서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 교계의 솔직한 고백이다.

성경에 근거한 교리 논쟁으로 이뤄져야 할 ‘이단 규정’ 역시 기득권 지키기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을 부인하기 힘들며 이는 결국 성경을 내세운 신흥교단의 부흥을 불러오는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 교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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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현 기자  uhyun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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