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한국닷컴 김성춘칼럼니스트]

한 때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표심（票心）을 출렁이게 한 적이 있었다. 이성적인 방법으로는 한계에 부딪히니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우리의 생활에서 감성이 갖는 영향력을 극명하게 보여는 사례다. 확실히 감성은 예술이나 문학에서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거나 달래준다. 그러나 정치나 현실생활에서는 우리의 눈을 가리거나 착시를 하게 한다.

사람은 뿌리를 찾고. 계통을 밝히며, 관계에 천착하는 존재이다. 그 뿌리나 계보. 관계는 귀소〘歸巢〙의 대상이며, 정체성〘正體性〙으로 상징된다. 또한 소속감의 배경이고.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 앞에서 말한 「우리」란 것이 이에 해당하며 그 「우리」란 어느 지역뿐만 아니라「 어느 집안」 「어느 학교」 「어느 종교」「어느 민족」「어느 이념」을 망라하는 개념인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미분화되고. 사회의 발전이 느렸을 적에는 비합리성이나 근접성 또는 가시적인 것들이 우리의 선택이 되고 비빌 곳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오늘에는 「어린이가 자라면 어른의 옷을 입어야 하듯」가치온존적 태도에서 가치창출이나 가치지향적으로 나가는 것이 진화이고 발전인 것이다. 우리가 전근대적이라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감성에 휘둘린다면 우리는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다.

사람은 추억을 공유하는 것도 아름답지만 가치를 공유할 때 더 아름답다. 우리는 출발선을 같이 할 때도 호감을 느끼지만 지향점이 같을 때 더 호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이성을 되찾을 때」 그것은 공자가 「태산에 올랐더니 천하가 작아 보였다. 」는 것처럼 시야가 넓어져 「인류적 덕목」이나 「인류적 가치」를 알게 되어 「고슴도치 제 새끼 사랑」식에서 「미운 자식에게 떡 하나 더 주는」식의 삶으로 전이 될 수 있다.

일제 때 「박열과 가네꼬 후미꼬」부부의 동지애적 결속에 의해 「천황제 철폐」란 대의가 세워지고, 「몸을 허락한 사이가 부부라면 마음을 허락한 사이가 도반」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에서 우리는 인생에서 가치공유와 가치 지향이 얼마나 중한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죽마고우도 좋고. 동포애도 물론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들인 「정직」「생명존중」「자유와 자율」「민주주의」등을 같이 추구할 때 더 좋은 것이 된다.

바로 우리가 「패거리 의식」식에서 탈피하여 「사해(四海)」에서 통하는 것들이 우리의 계보가 되고 준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본다면 오늘날 불붙고 있는 중동의 민주화 바람에 우리가 오불관언해서는 안 되고.남북관계에서는 「민족공조」란 말의 공허함을 알아야 하며, 각종 선거에서도 우리에게「꿈과 가치」를 심어주는 사람에게 표를 주어야 할 것이다. 「물」이 「피」를 얼마나 부정하고 얼마나 대체하는가를 보면 나라의 선진정도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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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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