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에게 숙제 내 준 안철수

[박광철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12월 3일 대선캠프 해단식을 하면서 발표한 성명서인지 해단식 회견문인지 선언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자신의 심경을 밝힌 것을 보면 안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를 내준 것 같아 보입니다.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돼버렸습니다.

문재인 후보측에서는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적극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하지만 안철수 전 후보가 발표한 글 전문(全文)을 아무리 읽어보고 또 읽어봐도 문 후보를 돕겠다는 표현은 물론이고 그럴 의향도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직설화법을 구사하지 않는 안철수식 표현을 잘 헤아려 가면서 읽어보면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는 말 보다는 문재인 후보에게 제대로 해서 자기 맘에 들면 도와줄 수도 있다는 것 정도로까지는 해석해 볼만 합니다.

선생님이 내준 숙제 잘 풀면 도와줄게 뭐 이런 경우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음은 안 전 후보가 밝힌 글 전문 입니다.

[감사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지나온 여정, 돌아보니 전 여러분께 평생 다 갚지 못할 큰 빚을 졌다. 아직 저는 여러분 아름다운 열정을 제 가슴 속에 다 새기지는 못했다. 아직 저는 여러분들 얼굴 하나하나를 제 가슴 속에 다 담지 못했다. 오늘 진심캠프는 해단하지만 지나간 나날을 감사하며 살아도 모자랄 것임을 이미 저는 절감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의 주역이셨던 지지자 여러분들, 팬클럽 회원 여러분들, 또 어려운 여건 이겨내면서 성심으로 뛰었던 캠프의 일꾼들, 전국에서 정성을 다해 민심을 모아내던 지역포럼 회원분들, 밤새 공약토론하고 다듬던 정책포럼회원님들, 님들 지혜를 주셨던 국정 자문단, 국민소통 자문단, 노동연대 센터 비롯한 많은 자문위원분들, 그리고 생업을 뒤로하고 궂은일 도맡아주신 시민자원봉사자 여러분 지난 66일 바로 여러분이 안철수였다. 저는 여러분의 진심어린 눈빛, 헌신적인 손길, 결코 잊지 않겠다. 다시한번 더 감사인사 드린다. 여러분들, 고맙다. 여러분들, 사랑한다

국민들이 만들어주신 새로운 정치의 물결,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저는 더욱 담대한 의지로 정진해나가겠다. 제 부족함 때문에 도중에 후보직을 내려놓아 많은 분에게 상심을 드렸다. 미리 설명드리지 못하고 상의드리지 못해서 참으로 죄송하다. 이번 기회를 빌어 깊이 용서 구하고자한다. 그러나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국민들께 드린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지난 11월 23일 제 사퇴 기자회견 때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 성원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저와 함께 새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오신 지지자 여러분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

저는 더이상 대선후보가 아니지만 국민적 우려를 담아서 한말씀만 드리고자한다.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여망과는 정 반대로 가고 있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며 싸우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대립적 정치와 일방적 국정이 반복되면 새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저는 이번 선거가 국민을 편가르지 않고 통합하는 선거, 국민에게 정치혁신과 정치개혁의 희망을 주는 선거, 닥처올 경제위기를 대비하고 사회 대통합을 마련하는 선거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지자여러분, 캠프 자원봉사자 여러분.

안철수의 진심캠프는 오늘로 해단한다. 그러나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시고 여러분이 닦아주신 새로운 정치의 길 위에 저 안철수는 저 자신을 더욱 단련하여 항상 함께할 것이다. 어떠한 어려움도 여러분과 함께 하려는 제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이다. 여러분이 계시기에 저는 항상 감사하며 더욱 힘을 낼 것이다. 진심으로 고맙다. 진심으로 사랑한다. 감사하다]

안 전 후보가 유난히도 자주 언급하고 강조하는 말이 바로 새로운 정치, 새로운 미래인데요, 문재인 후보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지요?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며 싸우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대립적 정치와 일방적 국정이 반복되면 새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저는 이번 선거가 국민을 편가르지 않고 통합하는 선거, 국민에게 정치혁신과 정치개혁의 희망을 주는 선거, 닥처올 경제위기를 대비하고 사회 대통합을 마련하는 선거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구절이 이번 회견문의 백미로 보이는데요,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며 싸우고 있다며, 그동안 안 후보가 보여준 모습과는 아주 다르게 강한 어조로 강력하게 규탄을 합니다. 이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만 국한되어 공격을 한 말로는 보이지 않는데요, 오히려 요즘 들어서 문 후보측에서 네거티브와 과거 울궈먹기를 심하게 하는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문 후보측에게 하는 말로 들립니다.

좀 더 유연하게 해석을 해보자면 문 후보 측에서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로 향하고 분열이 아닌 통합으로 나아간다면 도와줄 수는 있을 것 같다는 해석은 해볼 만 합니다.

나 안철수의 지원을 받을려면 문 후보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안철수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지요? 안변하면 더욱 단련하여 지지자들과 함께 마이웨이 내 갈 길로 가겠다는 것이지요.

안 전 후보의 심경을 한 마디로 요약을 해보자면, ‘정권교체를 바란다. 그러나 현재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행태로는 아니다. 문 후보가 새로운 미래로 통합으로 변하면 지원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내 갈 길로 갈 테니 나를 원망하지 마라’. 이정도로 보입니다.

“지난 11월 23일 제 사퇴 기자회견 때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 성원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저와 함께 새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오신 지지자 여러분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

이 구절을 잘 보면요, 언뜻 보기에는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 단일후보 문재인 후보 성원해 달라‘ 이렇게 보일지 몰라도 그 뒤에 바로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언급하며 그 뒤 문단에서는 구태정치를 세차게 비판을 합니다.

이 구절은 이렇게 해석을 해봅니다. ‘문 후보측이여, 잘 들으시오. 난 내 지지자들에게 선택권을 주었소. 나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을 무조건적으로 붙들고 있지는 않는단 말이오. 무조건적인 정권교체만을 바라는 내 지지자들은 당신을 돕고 새정치를 바라는 내 지지자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니 내지지자들을 다 가져가려면 당신이 새정치를 표방하시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게 큰 숙제를 내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문 후보측에서는 한 번 도전해볼만한 숙제로 보입니다. 친노세력과 민주당이라는 크나큰 구태가 가로막고 있어서 쉽게 풀 숙제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박광철 21kc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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