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나갈 때마다 거기 서 있는 「이순신 장군」동상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는데, 이제는「세종대왕」마저 있어 입을 삐죽이지 않을 수 없다. 이분들이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성군」이고 「성웅」이다. 잘못 말하다간 위인에 대한 딴죽걸기가 돼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신성불가침적인 이분들을 폄훼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 그것도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에 과연 이분들의 동상이 자리하는 것이 적절하고 타당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인 것이다.

무릇 우리가 어느 사람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그 사람의 업적과 정신을 널리 알리고 기리기 위해서다. 동상을 세울 사람이 많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굴곡의 역사 속에서 백성들의 고난이 많았다는 증거도 되기 때문에 꼭 좋은 현상은 아니다. 그렇지만 표창하고 선양할 사람을 누락시켜서도 안 될 것이고, 공로에 합당한 예우는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국적인 것이고, 상징성이 클수록 그 위치선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앞서 지적한 표창이나 선양을 넘어서는 미래지향적인 뜻도 담아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인어공주상이 코펜하겐 항구 앞에 있고. 맥아더 장군상이 인천 자유공원 안에 있는 것이 역사성과 지리적 이점을 살린 것처럼 이순신 장군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은 각각 경복궁 근정전 옆과 태릉 육사 연병장에 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심장인 수도 서울에 그것도 서울의 심장일수 있는 광화문에는 어떤 사람의 동상이 들어서야 하는가가 이 글의 요지가 될 것이다. 먼저 이해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편의상 「적당하지 않는 그룹군」에서 「적당한 그룹군」의 순서로 진행해 나가겠다.

동상이 먼저 건립된 이순신 장군은 그 죽음에 관해 그동안의 학문적 성과로 인해「전사설」,「자살설」「은둔설」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여러 이야기가 그분의 우국충정을 퇴색시키지 않지만 결정적인 것은 노자의 「병은 불길한 것이다.」라는 언급이나 손자의 「전쟁은 위태로운 것」에서 보듯 정상상태가 아닌 비상상태이고, 그 첨병은 국군이라는 점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것은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가징 치명적인 결점은 시대적인 한계가 있었지만 백성들을 주인으로 알지 않고 군주(선조)에게 충성했다는 것이다.

구국의 영웅은 고려시대에 서희도 있었다. 그러나 고려도 요나라 성종이 마음만 먹었으면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조선시대 병자호란 때도 최명길은 놀라운 활약을 하였지만 청태종의 우연한 퇴각에 사직은 보존되었다. 그렇다면 왜 이순신인가? 그것은 시간적으로 근접한데다 「누명을 쓰고, 전사하는」등의 극적인 요소들이 많아 당시 권력자의 도덕성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국가의 수호자」라는 상징성이 필요했었고. 이는 「내기 이순신 같은 성웅이 되겠다.」는 자기도취의 결정체이고 그 선전활동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마치 유비와 제갈량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듯 통치자의 입장에서는 흔쾌한 일이였을 것이다.

그럼 세종대왕은 어떤가? 이분은 한글을 창제하고. 국경을 개척하는 등의 공로가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오늘날의 공화국과 반대되는 전제주의 국가의 군주라는 것이다. 그가 한글을 훈민정음이라고 한데서 볼 수 있듯이 우월자의 입장에서 통치수단으로서의 면이 강하고. 아주 후대 당쟁 때문에 실록이 수정되는 경우(예∴선조수정실록)를 빼고서는 왕이라도 볼 수 없는 태조실록과 태종실록을 개정하였으며, 용비어천가에서 이성계와 그 윗 조상들을 미화한 억지는 객관성을 상실한 것이고 아버지 태종이 공신들을 죄다 죽이거나 추방함으로써 무임승차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 만큼 동일시로 인한 권력자의 허영심은 만족시킬지는 모르나 종래의 호평은 반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지극힌 관료적인 것으로 전례의 답습을 지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 개념이 없는 사람들의 소행인 것이다. 아직도 왕조적인 사고의 틀을 갖고 비민주적인 행태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상층부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이 된다. 아직도 나라가 무엇을 지향해애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말도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비전통적으로 방식으로 비체계적인 방법으로 교묘하게 천편일률적인 국가관을 강요를 받았다. 그러다보니 그분들은 우상이 되어 버렸고, 존경은커녕 위압감만 느낄 뿐이다.

그것은 충상의 선택을 잘못한 충성심이었고(이순신장군). 강자의 온정주의였다(세종대왕). 오늘날 중국이 북한을 대하듯 하는 온정주의. 성삼문과 김옥균 집의 남자들은 다 도륙하되 처와 딸은 특별히 노비로 삼는 온정주의가 세종이었고. 백성에 대한 충성이 아닌 왕조나 군주에 대한 충성이 이순신이었다. 우리는 시대에 갇힌 사람보다는 시대를 넘는 사람의 얼굴을 대하고 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굴원의 「모든 사람 탁하나 나 홀로 푸르고. 모든 사람 취했으나 나 홀로 깨었다.」는 말은 이 시대에도 통용되는 것이다.

거기에는 유비무환의 무보다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온몸으로 희구했던 사람이 더 알맞을 것이고. 절대왕권보다는 백성중의 누군가가 더 알맞을 것이다. 그 사람은 「우리도 칭제건원하자.」는 묘청일수도 있고, 도학정치의 조광조일수도 있으며, 천하공물설(천하는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라는 설)이나 하사비군론(아무나 왕으로 섬길 수 있다는 론)를 주장하여 동양인 최초의 공화주의자라고도 하는 졍여립일수도 있고, 신분제 사회를 부정한 허균이나 실학파 정약용. 개화파 김옥균이나 민권사상가이자 독립운동가인 단체 신채호일수도 있다.

또 주왕을 토벌하면서 「세상은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닌. 세상 모든 사람의 것이다.」라고 선언한 강태공이나 봉건황제를 「세상의 큰 재앙」이라 하고 「세상 정치의 혼란은 어느 한 가문의 흥망에 달린 것이 아니라 천하 만민의 희로애락에 달렸으며, 신하된 자는 마땅히 천하를 위해 일 해야지 임금만을 위해서는 안 되고 만민을 위해 일해야지 일개 가문을 위해서는 안 된다.」고 설파한 황종희(명말 충신)처럼 민주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만이 적격인 것이다. 이 사람들은 권력자 입장에서는 껄끄럽고 탐탁하지 않을 것이다 .괸료적 입장에서도 선뜻 내키지 않을 것이다.

권력자 입장에서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에게 집착하는 것은 이해가 되나 이러한 「우직」이나 「시혜」는 통치자의 눈높이인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는 「현대적 가치」를 발견하고 사람의 「향상심」을 자극한 사람의 동상이 세워져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개인적 야망도 개입해서도 안 되고 정치적 계산도 숨어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으로서 사통팔달의 광화문 광장에는 「민주적 가치에 충실하고 공화국을 지지한 사람」의 동상이 세워져야 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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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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