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오적五賊이 활개를 친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똥파리」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그때의 오적은 민주화와 산업화과정의 부작용이라고 해도 「열정」이라는 약간은 낭만적인 요소는 있었지만 지금의 똥파리들은 그야말로 똥파리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교양 있는 사람은 웬만해서는 온화한 얼굴색을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분노의 빛도 띠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인 조선시대의 사대부들은 「성리학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했다. 성리학은 많은 폐해도 남겼지만 자기 자신의 내면적 수양을 강조하는 훌륭한 장치를 가지고 있었다. 자기 자신이 올바른 토대위에 있을 때에만 남을 교화할 수 있는 벼슬에 나아갈 수 있다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옛사람들의 미의식美意識은 약할 줄 몰랐고 저절로 우주의 근원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들은 권력은 덕과 재능이 있고. 마음이 바르며 어진 사람이 쥐어야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쥐게 되면 작게는 한 집안이 통곡하고 크게는 나라가 통곡할 수 있음을 알았다. 「호랑이가 없는 산에서는 여우가 왕 노릇 한다.」는 것을 알았으며, 한 마리 개가 새벽에 짖으면 따라 짖는 개나 물결을 바쁘게 타며 사는 물오리 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것은 곧 여우나 개나 물오리가 아주 많이 득세한다는 말이었다.

유교의 이단자인 이탁오李卓吾에 관한 평전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탁오가 볼 때 대인과 소인의 구분은 권세와 지위의 높고 낮음, 자녀와 옥백玉帛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고(그 관점도 문제인데), 오로지 한 가지 표준 즉, 남에게 비호를 받느냐의 여부였다. 집에 있을 때는 부모의 비호를 받고. 관직에 있을 때는 상관의 비호를 받으며 조정에 있으면 재상의 비호를 받고 성현이 되면 공맹의 비호를 받으며 문장을 지으면 반고나 사마천의 비호를 받는다.」고.

이탁오가 살돈 시대는 비록 중국 명나라 말기였지만 이것이 예스럽지 않은 것은 「카르텔 정치」 「카르텔 신문」「카르텔 건설」 「카르텔 문학」등 카르텔이 아니면 어느 분야라도 도저히 행세 못하는 우리 대한민국이 연상되기 때문인 것이다. 카르텔 문화에서는 천하의 영무자(賢士)도 어리석은 척 해야 하고, 원효는 술을 마셔야 하며, 매월당은 단지 바람과 구름· 강산만을 벗 삼고 임제는 황진이와 무덤에서의 대화만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옛날 월나라 범려는 구천이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패자覇者가 되자 산림으로 몸을 숨긴다. 한나라 제일의 개국공신으로 특출한 책사를 가리킬 때「나의 장자방」이라는 말을 낳게 한 장량도 강촌으로 피신한다. 명나라 일등공신 서달은 향촌에 은거하였다. 「고생은 같이 할 수 있지만 권력은 같이 할 수 없다.」는 말은 너무나 고전적인 것이고 우뚝할수록 짐이 되고 자기의 때가 다함을 알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우리나라에는 자기들이 범려·장량·서달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은 때로 「천지가 감응한다.」고 하여 극적인 것을 표현하거나 극적일 때 「사물과 일체가 된다.」고 말을 한다. 자고로 한 고을의 책임자가 어질면 그곳의 산천초목도 그의 은덕을 입어 번성하고 용렬하고 탐학하면 그곳의 선천초목도 재앙을 당하여 자라지 않아 피폐해 지는 법이다. 그렇다면 오늘 대한민국 산천의 모양은 어떻고 초목들의 빛깔은또 어떠한가?

정신과 영혼을 가진 사람의 다스림을 받고 싶다. 나는 현대문은 눈을 내리깔고 고문古文에서 향기를 느끼는 사람이라 당송팔대가중의 한 사람인 소순의 말로서 이 글을 마친다. 「이 사람이 불우하다고 탄식하면 재앙은 이 정도에서 그칠 것이나 그를 등용하면 천하는 화를 당하게 될 것이고, 나는 식견 있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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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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