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박근혜는 스스로 준비되고,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지만 ‘준비된 대통령’에서는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이 던진 화두가 생각나며, 강한 대통령에서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생각날 뿐이다.

그렇다면 그녀만의 독창성은 여성대통령일까? 그러나 그마저도 대처나 엘리자베스 여왕의 치마폭밖에 생각나는 게 솔직히 말해서 없다. 그렇게 얼기설기 모자이크식의 이미지는 분열된 세계관마저 연상시킨다.

오늘도 충청권에서 승리의 낟알을 줍겠다고 설치는 그녀의 뒤에서는 “박정희”, “육영수”만 연호된다. 총탄에 스러져간 박정희, 육영수의 환영 속에서 턱 밑에 카터 자국을 들이미는 예쁘장한 할머니를 보면서 화합과 용서가 아닌 증오와 복수의 데쟈뷰를 떠올리는 유권자는 없을까?

박정희로부터 연상되는 강한 대통령과 육영수로부터 필을 받게 되는 여성 대통령은 그 자체가 모순이며 언어도단이다. 물론 박 후보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강인함을 연상시킬 만큼 충분히 강하다.

너무 강한 나머지 그 어느 누구도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불통･외통의 이미지를 안고 가야 했을 것이고, 그것을 중화시켜 보고자 여성대통령론을 들고 나섰으리라 이해는 한다.

그러나 여성이어야만 새시대에 맞는 도덕적이고 참신한 대통령일 것이라는 주장은 남녀 역차별이 아니겠는가?

여성이니까 애교로 봐달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남녀 간에 불신의 벽을 만들어내는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럼에도 김지한지 뭔지 하는 인간은 그게 우주적 대세라니 개 풀 뜯어먹을 소리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준비된 대통령은 또 무슨 망발인가? 과연 무엇을 준비했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40여 년 전 어머니 돌아가시는 바람에 가족이기 때문에 우연히 떠맡았던 ‘퍼스트레이디 권한대행’의 경험?

아니면 15년 간 무주공산에서 닦은 국회의원 연임기록과 그로 인해 얻어낸 집권당 및 제1야당 대표, 최고위원 등의 경험?

미안하지만 그 둘 다 준비된 대통령으로서의 충분요건은 아니고 필요요건도 될까 말까 해 보인다. 퍼스트레이디 권한대행을 그렇게 들이밀다가도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을 말하면 그때는 소녀가장의 어려운 시절이었다는 식으로 회피한다.

박 후보는 집권당 최고책임자를 수차례 역임하고 대선후보까지 된 마당에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실정으로 돋보이는 현 정권의 책임은 분담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노무현 정권의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 후보에 대해서는 실정의 책임을 지라고 악악댄다.

어떻게 그런 아전인수격의 자세로 준비된 대통령 운운하는지 자기중심으로 양극화가 가능한 정신세계가 놀라울 뿐이다.

안철수가 대선 출마한다고 했을 때는 거의 대통령병 환자 취급하더니 그가 후보를 사퇴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정치쇄신을 위한 영웅이자 선각자로 만들어 그를 도태시킨 문재인을 만악의 근원으로 몰아간다.

늘상 입만 열면 정의와 도덕과 소통을 얘기하면서 상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가 이념전쟁에 휩싸일 것이라는 저주를 퍼붓고, 스스로 주장하던 경제민주화를 어느 틈에 내려놓은 것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중산층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 반을 차지하는 다른 후보 지지자들을 상대로 협박과 저주를 퍼부으면서 어찌 소통을 논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이상의 소행을 보고도 그녀가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할 사람 있는가?, 그녀가 강한 여성 대통령이라고 할 자가 있는가? 있다면 찍어야지, 그래서 같이 양극화된 정신세계를 경험하는 것도 좋겠지. 왠지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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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일  solbeey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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