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와 「반노」, 「반이」와 「친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렇게 편을 갈라 싸울 만큼 과연 그 노무현이나 이명박(존칭생략)은 가치가 있는 것인가? 가치가 있다면 노무현의 가치 아이콘은 무엇이고. 이명박의 가치 심볼은 무엇인가?

영국의 탁월한 역사가 E.H.카는 「역사는 역사가가 바라보는 입장과 시각」이라는 논지를 견지하여 역사는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규명될 수 있다고 말하였는데 노무현적 가치와 이명박적 가치가 앞으로 활발하게 규졍되는 시도의 암시라고 생각한다.

그럼 먼저 「노무현적 가치」에 대해서 말해보자. 사람들은 노무현의 가치를 말할 때, 「주류세력 교체」나 「탈권위주의」, 또는 「남북화해」나「사람 사는 세상」과 같은. 컨셉이나 아젠다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들도 좋은 가치지만 보다 우뚝 선 가치가 있으니 그것은 이것들을 가능케 하는 「정체성正體性의 추구와 이에 따르는 책임의식」이다. 정체성의 추구는 숙명처럼 도덕을 말해야 하고 수시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책임의식은 「빚진 자의 의식」이고 「깨친 자의 의식」으로서 「빚진 자의 의식」 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代贖을 믿는 것과 같은 것으로서 나라로부터 운혜를 입었거나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았을 때 생기기도 한다.「깨친 자의 의식」은 조선왕조 말기 신문명 신문화를 수혈하기 위한 유대치 오경석 이동인 같은 선각자의 소명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역사에서 〈동료들의 도적질에 가담하지 않았으나 도의적인 책임감에 자결한 신라 사람 검군劍君〉을 볼 수 있고, 〈병자호란 때 친구 권순장, 김익겸과 아내는 자결했으나 비겁하게 살아남은 것을 부끄럽게 여겨 평생을 초야에 묻혀 산 윤선거(1610-1669〉를 통해 정체성을 찾고 책임감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사례들을 알고 있다. 노무현적 가치는 바로 아이덴티티identity를 잃고 칙임 질 줄 모르는 이 시대를 고발하는 아이콘인 것이다.

이명박적 가치는 인센티브incentive 또는 모티프motif로서 인간의 향상심을 계속적으로 자극하고 유도하며 조성하는 것, 즉 동기부여의 기능이다. 인간은 동기가 촉발될 때 「금자탑」을 쌓을 수 있고. 「기념비」를 세울 수 있는 존재이다. 선비가 마음이 촉발 되는 경우는 자객 형가荊軻가 연燕나라 태자 단丹의 「알아줌」에 감격하여 진시황을 죽이러 떠나는 것과 이세민을 먼저 주살하자고 했으나 오히려 이세민에게 중용되자 「인생감의기」를 노래한 위징魏徵으로 나타난다.

허균은 「나는 성인의 말씀을 좇느니 천성에 따르겠다.」고 하였고, 명나라 말기 유교의 이단자 이탁오는 「공자가 죽어야 천하의 학문이 살아난다.」고 하여 권위주의를 배격하고 속성俗性이 천성天性임을 강조하였다. 이명박적 가치는 바로 이것이어야 하는데도 그동안 너무나 멀리 간 것이다. 버려야 할 것에 집착하고 떠나야 할 것에 안주한 것이다.

이명박적 가치의 심볼은 복고주의(유신 5공)일 수도 없고, 궁정정치 그것은 더 더욱 아닌 것이다. 이명박적 가치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심어주는 것으로서 인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여주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데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이명박적 가치는 실패하였고. 또 이명박적 가치는 없었다고 말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신명을 지펴줄 때, 이명박적 가치는 제 방향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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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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