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크든 작든 한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 나라의 질서와 안정을 위해서는 단순한 물리적 강제력에 의한 통치보다는 이데올로기를 무기로 하는 도덕적 지배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동중서의 유교건의. 콘스탄티누스의 기독교 공인, 법흥왕의 불교 공인 등은 이의 본보기이다.

일찍이 중국 진나라는 상앙 등의 법가에 의해서 강력한 국가를 이룩했으나 법가의 자승자박적 셩격 때문에 곧 멸망했다. 중국 역대 황제 중의 으뜸이라는 당태종은 수나라를 패망시킨 뒤 신하들에게 국가경영을 물었는데, 위징은 「아직 나라가 혼란하고 백성들이 피폐하므로」 「인의정치仁義政治」를 권고하였고. 봉덕이는 똑같은 이유로 법가에 입각한 엄법을 실시하자고 했다. 인의사상에 기초한 입법정신이 우월하였음을 우리는 안다.

조선의 이율곡은 「왕도정치의 귀함과 패도정치의 천함을 알게 한 것은 조광조이다.」라고 하여 왕도정치는 인의사상과 맹자의 「백성이 제일 귀하다.」는 사상을 뿌리로 하고 있고. 패도정치는 강압과 권모술수임을 보여주고 있다.

똑같은 조선의 이순신은 그 군기의 엄정함에도 불구하고「법령은 세 번까지 깨우쳐 이른 뒤에 적용한다.」고 하여 형술의 말단적 기능을 깨닫게 하였다.

우리가 애써 오늘날 희미한 개념인 「도덕적 정부」와 「왕도정치」를 언급하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바탈에 맞는 것이고, 사람이 조물주의 창도행위에 참여하는 것이며, 그것이 사람의 가치를 가장 아름답게 드러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널리 사랑하는 것을 仁이라 하고, 행하여 인에 맞는 것을 義라한다. 인의에 맞게 하는 것을 道라 하고. 자기에게 족하여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은 것을 德이라 한다.」는 한유의 풀이는 오늘날에도 새로워 그것은 사람을 짐승의 단계인 약육강식에서 벗어나 공생 공존의 단계인 약속과 회복의 아이콘으로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라에 도가 있으면 가난하고 천한 것이 부끄럽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부하고 귀한 것이 부끄럽다.」는 공자의 말은 오늘 여러 사람의 폐부를 찌를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최고단계 즉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겠다.

한 시대에 도덕이 느슨해지거나 도덕성을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 사회는 준거나 지향을 잃게 된다. 도덕을 말하지 않는 지도자나 도덕관념이 없는 상류층은 당연히 썩었고 타락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사실 제나라에는 수조·역아·개방이 있는 것을 근심할 것이 아니라 관중이 없는 것을 근심해야 한다.」는 소순의 주장에서, 「의인 15명만 있어도 멸망을 피할 수 있는 소돔과 고모라」에서 그 관중과 의인은 바로 도덕의식 도덕감인 것이다.

도덕적정부는 사람의 자주역량을 키워주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북돋워준다. 곧은 기개 굳센 기상을 장려하고 자존의식과 자긍심을 심어준다.「저들도 우리처럼 눈을 뜨게 하고. 저들도 우리의 먹는 것을 먹게 하자.」한다.

도덕적정부는 샤먼의 기능을 잘 수행한다. 정치는 기술이고 조절이며 해원임을 안다. 땅으로 원통하거나 하늘로 분노하는 것이 없게 한다. 억울함을 없애는 것을 국정의 제일방침으로 정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굴복과 패배 대신 동의와 승복을 이끌어낸다.

도덕적정부는 관용을 자랑으로 여긴다. 정부의 그 어떤 것도 신성한 것이 없어 언제라도 모독될 수 있으며, 금지옥엽 같은 기존 체제도 부정되거나 전복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도덕적정부는 「생명존중」과 「쟈연존중」을 그 생명력으로 한다. 선우휘의 「단독강화」에서 남과 북의 병사는 곧 우리의 아들들이며, 지리산에서의 차일혁과 이현상은 우리의 자화상임도 인정한다. 최고의 개발은 그냥 놔두는 것임도 인정한다.

그러나 파쇼정부는 전체주의와 공리주의를 신봉한다. 개성과 다양성 대신 국가나 민족, 당이나 지도자를 절대시하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것을 수와 양에 의해서 결정한다.

파쇼정부는 상업주의와 자유주의와 결합하여 영웅과 우상을 양산한다. 언론의 선전 선동 기능을 알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서 스타 플레이어를 부각 시킨다. 대리만족을 얻으라 하지만 많은 「貧女」「貧男」을 읊는 것은 꼭 조선시대만은 아니다.

파쇼정부는 작당作黨위주로 움직인다. 요직은 친분의 멀고 가까움으로 이루어지고, 이분법에 뛰어나 상대방은 악마이고 진멸할 대상으로 간고한다. 한통속의 사람들이다보니 위험분산이나 균형있는 시각은 도저히 바랄 수 없다. 마냥 유위有爲만 알뿐이고. 무위의 이로움은 모른다.

어찌 위 구분만이 구분이고 위 기술만이 기술이겠는가?

중국이란 나라이름은 원래 도가 통용되는 나라나 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중국은 어디이며, 남과 북의 정부, 미국 일본 차이나 러시아 정부는 어느 수준의 정부일까? 그것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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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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