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중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당했다! 그것도 처절하게 일방적으로 당했다! 안철수 前 후보 말이다! "후보직을 내려놓겠다"는 외마디를 끝으로 술수와 간계가 주특기인 민통당과의 연대를 박살냈다.

66일 동안 "새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일념으로 안철수는 뛰어왔고 최선을 다했다. 그가 정계를 은퇴한 건 아니지만 이번에 받은 상처는 당분간 치유되긴 힘들어 보인다. 물론 어떤식으로든 안철수는 정치를 재개할 것이다. 다만 '통 큰 양보'에 '큰 형님론'까지 온갖 감언이설로 자신을 속인 민통당과는 또다시 한 배를 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대한 예를 갖추며 토론에 임한 자신과 달리 문재인 후보의 끈질긴 공격은 안철수에게 비수로 다가왔을 것이고,"피도 눈물도 없다"는 정치판의 생리에 학을 띠었을 것이다. 그도 어린애가 아닌 이상 냉혹한 정계의 특성을 미리 간파했겠지만 몸소 체험한 민통당은 상상초월이였을 것이다. 사퇴서를 낭독하며 비친 그의 눈빛에서 '정치 협오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말이 나와 말이지 안철수의 안보관은 문재인보다 훨씬 안정감이 있었다. 게다가 한미 FTA의 당위성을 역설하던 모습은 의기에 찬 장부의 모습이였다. 비록 정치 연륜은 전무하지만 출마 전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며 "안보는 보수요,경제는 진보"라는 말이 허세가 아님을 입증했다.

여하튼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한 점은 애석하지만 야비한 민통당에게 나름의 분노를 표출한 회견은 국민에게 문재인의 본성을 은연 중에 폭로한 꼴이므로 큰 의미가 있다.

흔히 안철수가 문재인과 짝짝꿍이 맞는 것처럼 인식돼 왔지만 사실 상이한 노선이 한 두개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한미 FTA도 그렇고 제주 기지도 안철수는 전면중단이란 말을 한 적이 없다. 게다가 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문재인과 달리 안철수는 국민의 정서에 맞춰 개정하는 방향으로 추진한 점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안보 만큼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흡사한 셈이다.

허면 "결론은 버킹검 아닌가?!" 민통당의 고단수 심리전에 당한 안철수의 한을 풀어줄 사람은 문재인이 아닌 박근혜다. 이건 아전인수식 해석이 아니다! 지금 온라인 게시판 및 SNS를 통해 급속히 유포되고 있는 안철수 지지자들의 문재인 질타는 공중파와 케이블 TV에선 볼 수 없는 바닥민심의 증표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박근혜는 며칠 전까지 경쟁상대였던 안철수의 억울한 중도 하차를 대신 갚아줘야 한다! 안철수는 민통당이 정치 개혁의 적임자라고 한 적이 없다. 그도 당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은 것이다. 한마디로 안철수와 문재인의 단일화 쇼는 오월동주였던 셈이다.

자고로 "적의 적은 우방"이라 했다! 박근혜의 주적이 문재인인데 그와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았던 안철수와 지지세력을 보듬는 역할은 응당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몫이다. 단언하건데 안철수는 문재인과 민통당에게 대단히 실망했을 것이다. 만약 단일화를 협의하기 전에 그들의 실체를 알았다면 안철수는 박근혜와 연대했을런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민통당은 일반상식을 지닌 사람이 이해하긴 난해한 집단이다. 민통당에게 농락 당한 안철수 지지자들이 박근혜를 바라보고 있다. 이제 박근혜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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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중  jhj7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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