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안철수 후보가 결국 중도 사퇴를 했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였지만, 그래도 끝까지 가는 것으로 봤는데 어쩌면 의외의 반전이었다. 설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때 처럼 또 아름다운(?) 사퇴를 하겠나 싶었는데, 정말 이번에도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문-안의 단일화의 끝은, 우끼는 어설픈 단일화, 단일화도 아닌 단일화가 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안철수를 정치판에는 견딜수 없는 인물로 볼건지, 아니면 정치를 역으로 잘 이용하는 전략가로 볼건지 그의 모호한 행보만큼이나 햇갈릴 경우가 많다. 이번 사퇴의 경우에도 그가 정치 물을 먹기에는 아직 여린 인물인지,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는 순간에 반전을 과감히 하는 능숙한 모사꾼인지 모를 일이라 그렇다.

정치신인인 안철수에게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의심의 꼬리표를 항상 붙이지 않을 수 없었던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미국의 젊은 오바마도 최소한 상원의원을 지낸 경험은 가지고 있기에 그 증명자료 부족은 안철수가 결국 문재인에게 예속될 수 밖에 없음을 간파케 했던 것이다. 그는 여전히 과학자로서의 역할이 맞는 것인가!

아무튼 지금에 와서, 현 상황을 보면 안철수가 문재인 즉, 민주당에 먹힌 꼴이 되고 말았다. 안철수 지지자 중 20%는 비민주당파라는 말은 안철수가 문측이 요구하는 룰을 거부할 수 밖에 없는 중대 이유이기도 하다. 사전합의도 없는 일방적 사퇴와도 연관되는 사실이다.

안철수가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서울시장 선거때와는 다른 분위기임을 절감한다면, 안의 향후 진로가 단일화 룰 협상때보다 더 흥미로워 보인다.

사실, 문재인측은 6일 전격회동을 통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안측에 모든 단일화 룰을 일임했었다. 하지만, 협상에 들어가면서 조금의 양보도 없었으며 특히, 지지도와 적합도 문제에 있어 첨예하게 대립했다. 어느 룰을 택하느냐는 자체가 승패와 연관된다는 생각에 이들 문-안은 룰 협상부터 대립했던 것인데, 결국 승패 조차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제 문측 대선기획단이 해체를 선언했다고 한다. 이는 안측 인사들과 공동 대선체제를 갖추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정치를 아는 자들이라면 이런 민주당의 행태가 얼마나 간사한 것인가를 잘 알 것이다. 포용력과 통큰 양보를 선전했지만, 오히려 그 욕심은 하늘을 찌를듯 했고, 안철수가 사퇴한 시점에선 그들 체제를 싸그리 흡수하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이들 민주당은 안철수를 얼마나 잘 이용해 먹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다.

안철수의 등장은 대한민국 정치에 충격 요법을 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는 오래 전 "교수가 학생 몰래 다른 일을 하면 학생은 불행한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은 청춘콘스트 등 외부활동에 전념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는데, 그의 이런 많은 상반된 행위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여린 감성과 기성 정치에 반감을 가진 자들의 지지는 그의 자산이기도 했다.

이번에 이회창씨가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문측은 기득권 세력의 연합이라고 폄하했는데, 10년이란 국가 권력을 지낸 자들이 아직도 자신을 기득권에 눌리는 약한 존재로 선전하고 있다니 우스울 뿐이며, 더구나 안철수와의 룰 합의에 실패한 책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또 다시 정치를 수렁으로 모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러선 안철수가 알아야 할 것은 산처럼 쌓여 있다. 안철수는 문측 즉, 민주당의 통큰(?) 전략의 실상을 이번에 제대로 복기하길 바란다. 다시말해, 정치를 계속 할려면, 민주당에 기웃거리지 말고 보다 세련되고 선진화된 패러다임을 가진 합리적 조직을 메이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멀리보라는 것이다.

민주당을 도우고 민주당에 기웃거리는 바이러스식 기생 전략은 그 결말만 처량해질 뿐이다.

21세기 바이러스(컴퓨터 바이러스 프로그램)를 퇴치하는 자가 오히려 바이러스화 되는 우는 범하지 않길 바라며, 지금보다 훨씬 깊은 정치적 내공과 경험을 쌓아 바른 역사관과 사회관을 갖춰 대한민국의 진정한 미래를 담당할 일익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것이다.

안철수 자신은 지금까지도 대북관계, 한미FTA 등에서 국민들에게 입장을 정리해주지 않고 있는 것은 일찌기 대선후보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했던 측면이 있다.

안철수 자신은 현 기성정치 행태에서 벗어나 있다 자아자찬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혹 자신만의 제약된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편협함이 있는 지도 진지하게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비판에만 몰두하는 자라면, 다방면에서의 국정운용 능력은 상실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안철수는 자신의 지지자 중 비민주당 20%를 생각하는게 자신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야 한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최준수  suresu_99@naver.com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