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10월의 마지막 밤은 잊지 않았던가? 420년 전 4월14일 부산진 함락으로 시작된 임진왜란이 숱한 공방과 승패를 반복하면서 결국 일본 왜군이 패각과 이순신장군의 전사와 함께 11월 19일 조선의 승리로 기억되는 임진왜란, 11월은 우리의 바다에서 승리를 외쳤던 거룩한 달이다.
임란 후 420년이 지난 11월, 열흘 전 10일은 대청해전의 승리, 내일 23일은 북한이 평화의 섬, 연평도를 포격한 날이다. 아직도 우리 바다에서는 포성이 멈추지 않았지만 420년 전은 물론, 10년 전 사건도 2년 전 사건도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오로지 ‘개념의 전쟁’에만 매달린 채 역사의 진실은 다큐멘터리로 방송국의 창고 속에 잠들고 있다.
서해 교전의 기록을 보면, 제1연평해전(1999), 제2연평해전(2002), 대청해전(2009)과 천안함 폭침(2010), 연평도 포격(2010)사건이 차례로 일어났다. 그러나 , 가장 짦은 시간에 적을 격퇴시킨 대청해전은 짧은 만큼 우리의 기억에서 쉽게 사라졌다. 교전 규칙에 따라 경고로부터 적을 퇴각시키기 까지 걸린 시각은 7분, 교전시간은 단 3분. 통쾌한 승리였다.
오전 11시 27분, 대청도 동쪽 6.3마일 지점에서 NLL을 1.2마일 침범 2함대에서 2차례 ‘북상하라’ 경고통신(국제상선 공통 핫라인)에 이어 3차례의 경고사격 의사를 전달하였으나 이를 무시 계속 2.2km를 남하하였다. 이에 경고사격(북 경비정으로부터 1km 떨어진 곳)을 하고 북한 경비정 ‘383호’가 우리 고속정을 향해 14.5mm로 50여발을 직접 조준사격, 15발이 외부격벽에 맞자 대응사격을 실시, 북 경비정이 반파되어 퇴각(인명피해 9명), 아군 피해는 없었다.
2차 연평해전의 실패를 교훈삼아 교전규칙을 개정하였다. 종전의 교전규칙은 경고방송-시위기동-차단기동 -경고사격-격파사격으로 복잡하였지만, 경고방송-경고사격- 격파사격의 3단계로 단순화하였고 현장 지휘관의 재량권을 강화 하였다. 북경비정 ‘383 호’와 우리의 참수리 ‘325 호’는 10년 전 1차 연평해전 당시 교전을 벌였으며 고속정 편대장 연제영 소령(당시 대위, 정장)은 제1연평해전에 이어 두 번째 무공훈장을 받음으로써 악연을 이어갔다.
북한은 1차 연평해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하여 2차 연평해전을 도발하였다. 2차 연평해전은 교전규칙의 패배였다. 따귀를 맞아도 밀어내기만 해야지 맞장구치면 안 된다고 못 박아 버렸다. 당하고 나서 교전규칙을 바꿨다. 최적의 교전규칙으로 준비한 대청해전에서 북한은 일방적 패배를 맛보았다.
그러나 ,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그것은 6개월이 채 안된 이듬해 3월 ‘천안함 폭침’으로 나타났다. 승리의 북소리가 귓가에서 멀어지기도 전에 북한은 보복을 가해왔다. 이러한 앞뒤 인과 관계를 애써 외면하려는 좌파 세력들로 해서 국민들의 시야는 서해 바다 속만큼이나 가려져 있다.
좌파지식인 중에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군의 어뢰공격일 가능성을 0.0000000001%라고 우겨댄다. 예를 들기를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화씨911’에서 보듯이 2001년 9월11일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공격한 빈 라덴과 부시 대통령이 한패라는 주장은 해괴하다 못해 망측하다. 화씨 911도면 자유를 태운다는 유치한 가설로 세계를 기만했지 않은가? 그도 별 수 없이 민주당 엘 고어를 지지하던 종파분자인 것을 황금종려상까지 수여하다니! 뛰어난 재치일 수 있으나 그것이 다큐일 수는 없다.
<김현철 칼럼>이 주장하는 대로, 한·미·일 3국이 오키나와 기지 반환을 연장하기 위한 구실로 천안함을 격침시켰다고 하는 것은 일부 과학자들이 미국의 달나라 탐사를 사기로 몰아 세우는 논리와 비슷하다. 조작극이라면 좀 더 세련되게 시도하지 않았을까? 나꼼수와 추종세력들이 전적으로 믿고 주장하고 있는 그런 정도의 넌센스다. 자유를 태우는 온도 911도(섭씨488도)는 한반도에서도 유효하다.
물속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함을 탓하기라도 하듯, 북한은 연평도 포격으로 11월의 하늘을 두 쪽 내버렸다. 이보다 명확한 답변은 없다. 물과 뭍, 하늘이 다 하나로 이어져 있다. 누가 북한의 소행을 의심하겠는가?
'서울 불바다' 최초발언(1994년 3월 판문점 회담 시 북한대표 박영수) 이후 천암함 사태로 재개된 심리전 방송에 놀란 북한이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면서 그해 6월 재차 ‘서울 불바다’를 거론하였다.
예행연습이라도 하는 건가? 말이 씨가 됨을 보여 주려는 건가? 연평도를 포격했다. 휴전 이후 무차별 폭격사건은 처음이다. 민간인 거주 지역을 폭격하는 잔인성과 무모함은 어떤 행위도 저지를 수 있다는 가능성과 북한 내부의 심상치 않은 강성기류를 엿볼 수 있다. 예측 불가의 호전성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북한 내부의 불안, 세대교체에서 비롯된 돌파구였다. NLL남쪽을 향하여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사격훈련을 그 동안 지켜보았던 북한이 생트집을 잡고 122mm 방사포까지 동원하여 포격한 이번 사태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하였고 중경상도 19명이 되었다. 재산파괴는 말 할 것도 없다.
북한이 염치도 없이 자위권 운운하는 것은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우리의 대응조치를 떠보기 위한 엄포일 수도 있고 김정은의 위치를 부각시키기 위한 전력 쌓기일 수도 있다. 어쨌건 이번의 무력시위를 K-9자주포로 대응하였다고는 하지만 적의 170발에 80발로 대응한 것은 정전 교전규칙(AROE)에도 못 미쳤다. 필요성과 비례성 모두 미흡했다.
평화는 힘에 의해 지켜진다. 주도권을 뺏긴다면 항상 당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교전규칙은 징벌적 응징력을 갖추어야 재발을 방지하고 확전의 기미를 차단할 수 있다. 징벌은 재기를 할 엄두를 못 가지게 만들어야 효과가 있다. NLL은 압록강까지 서해안 전부를 장악했던 우리 해군력을 확전을 방지하기 위하여 미군이 설정한 제한선이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NLL의 덫에 걸린 꼴이다. 동시에 교전규칙마저 우리를 속박하고 있다. 교전규칙은 확전방지가 아닌 도발억지가 그 목적이 되어야 한다.
선제적 조치권, 자위적 응징권을 확보해야만 평화를 보장받을 수 있다. 두들겨 맞고 눈치 보는 입장을 단호히 벗어나야 한다. NLL을 통째로 헌납하려는 세력이 나서기 전에 확고히 우리 영토임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설전(舌戰)만으로 대응하리란 패를 적은 이미 다 읽고 있는데 될 말인가? 현장 지휘관의 교전권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선제적 조치권이나 응징권은 능력 밖이다. 통신 두절이 아닌 상황이라면 비례성을 초월한 응징력은 합참이 행사하고 합참의 응징권은 충분한 보복능력을 포함해야 한다.
작전권 환수는 돌려주더라도 교전규칙 결정권은 우선적으로 돌려받아야 할 것이다. 연평도 포성에 불안한 주민은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고 섬을 떠나게 만든다. 멀리서 지켜보는 국민은 NLL의 개념전쟁에 휘말려 벌써 포성 소리를 잊은 지 오래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을 흉내 내지 못할 것이라면 북한의 전의를 굴복시킬 망치라도 든든해야 한다.
‘서울 불바다’ 발언에 한 발 다가선 북한의 위협은 NLL상에서 벌어지는 접촉사고에 비하여 위험수위가 높다. 연평도 조기가 씨까지 말라가고 있다. 부서진 잔해를 치우고 새 집 짓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곡사화기에 의한 연평도 포격은 의미심장한 적의 도발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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