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문-안 단일화 과정을 보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너털웃음이 나게 된다. 그런데, 이들이 후보등록일 시한 25일~26일 전에 단일화를 성사시킬려면 최소 11월 20일 전 까진 룰을 포함한 모든 협상을 마무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너털 웃음의 배경엔 이들이 소위 치킨게임을 하고 있음인데, 결국 단일화로 가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데 이의가 없다면, 문-안은 치고 빠지는 꼼수와 야합에 자신들을 내던질 것으로 보인다.

사활을 건 쪽은 문재인이 먼저였다. 새누리당이 제안했던 ‘후보 사퇴시 정당 국고보조금 반환’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단일화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결국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안철수에게 내보인 것이다.

사실 박지원 이해찬 등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작전에 돌입하면서 소위 흥행몰이에 올인하며국민 현혹 작전에 함몰되어 있었다. 흥행이 최대 필살기임을 천명했었다. 하지만, 경선흥행 실패를 포함하여 단일화 과정도 국민들에게 집중적 관심을 모으는데 실패하고 있음은, 화려한 정치꼼수에도 끄떡않을 수준높은 국민들의 정치감각 덕분이리라. 사실, 문재인의 후보 확정이 이해찬-박지원의 작품이라는 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유연하지만, 우유부단한 문재인을 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철수의 정치적 식견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자신을 국민 후보로 자처하면서 국민을 팔고 있음은 물론 기존 정치집단과 조우하면서도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전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는 그 스스로가 자아자찬의 울타리에 갇혀 이율배반적 정치행태를 메이킹 하고 있는 초짜로서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안철수는 최근 어느 후원회 행사에서 “이제 강을 건너고 정말로 다리를 불살랐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는데, 이제는 세치 혀로 즐기는 정치적 쑈에도 능숙해지고 있음을 잘 알만 하다. 그가 새 정치를 견인할 적임자인지는 그 끝을 봐야 하겠지만, 한편으론 국민을 팔며 자기 식의 장막 쑈의 달인이 되고 있음은 안타깝다 하겠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후보 지지도를 꾸준히 올리고 있는 문재인은 후보 적합도(44.4%대 37.4%)에서 그리고 안철수는 후보 경쟁력(42%대 41.1%)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론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조사(10월 30일)한 바에 따르면, 47.9%가 ‘단일화 논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결국 단일화는 이들의 마지막 숙명이 되고 있다 하겠다.

40% 대 36.6%로 문재인 지지자들이 안철수 지지자들 보다 단일화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는데, 이는 문에 의한 단일화시, 안철수 측의 지지세의 이탈이 불가피하겠지만 적어도 플러스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솔직히 다급하면서도 좀 더 유연성을 갖을려고 애써 노력하는 문재인측은 우선 단일화를 재촉 압박하고 있고, 느긋하지만 이슈 선점을 해야만 하는 안철수측은 정치개혁, 정책우선을 내세우고 있다. 안은 한 술 더떠 단일화에 대해서도 국민 팔기를 서슴치 않고 있다. 안의 정치개혁 우선은 일단, 자신의 민주당으로의 입당을 터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도 보인다. 정치개혁 운운하는 자가 기성 정치권과의 합의를 선뜻 하는 것은 초딩이라도 볼쌍 사나운게 사실이다. 그런데, 안철수측이 그런 기성 정치권을 매도할 처지냐는게 문제다. 안철수에게 녹아 있는 과거의 이율배반적 각종 언행은 물론 권력을 한자리 차지하겠다고 자신들을 열심히 표백하고 있는 측근들을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핵심이었던 박선숙과 송호창 등 그리고 4.11 총선시 박근혜 전 대표가 지역구(관악)를 공석으로 만들며 호의를 베풀었던 김성식 등 한마디로 정치 권력을 위해 헤쳐 모여든 비둘기떼들의 조합이다.

문재인도 안철수의 이율배반적 언행에 결코 뒤지지 않는 과거를 안고 있다. 자신도 핵심세력으로 참여했던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나 미국과의 FTA 등에 대해서, 이미 손바닥 뒤집듯 국민 기만적 처사를 보이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늠름함(?)을 보였으며, 또한 얼마 전 북한과 NLL 공동어로구역 추진이란 섣부른 망상적 발언들을 통해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게 만들었다. 신뢰정치에 있어, 문-안이 박근혜에게 뒤진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지난 6일 오후 6시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문-안이 전격 회동을 갖고 단일화 7개항에 합의하며 전격 논의에 들어간 것은, 이들의 의지를 뛰어넘는 불가피성으로 인해, 그럴 수 밖에 없는 처지라는게 더 정확하다 하겠다. 3자 대결은 이들에겐 악몽이다.

문제는 이들의 단일화 과정이 훤히 보인다는 것이다. 서로의 단점을 가려줄 상대방의 강점을 취하겠다는 꼼수이자, 정치권의 구태의 전형이며, 결국 야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최대의 걸림돌이다. 안이 그동안 잘 포장해 온 참신성은 결국 구태로 그 허물을 벗을게 자명하다.

문-안은 단일화를,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가치와 철학을 함께 하는 단일화, 미래로 가는 단일화로 규정했는데, 결국 단일화는 한쪽이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은 물론 지분을 쪼개는 국민 우롱이 동반되는 외길 수순임을 감안한다면, 한마디로 최대의 국민 우롱쑈가 될 전망이다. 토사쿠팽은 짭짤한 양념이다.

사실, 안철수가 자신이 주장하는 소위 정치혁신(국회의원 감축, 중앙당 폐지, 민주당 퇴진 등)이 민주당에서 수용되지 않을 경우 단일화에 전격 합의할 수 있을지도 관심꺼리다. 이래저래 치고 빠지는데 이제는 달인이 된 안철수이기에 어떤 모양새를 보일지 자못 궁금한게 사실이다.

결국 여론의 지지도에서 오차범위인 문-안이 과연 어떤 단일화 결과를 보일까!

현재는 문재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문-안 46.6%대 45.9%). 안철수에 대해 그가 내세울 최대 강점은 역사를 가진 정당에서 치열한 경선을 뚫고 당당히 승리했다는데 있다. 정당성은 문의 가장 큰 무기다. 이러한 분석 과정 속에서 안철수는 '무소속 부호 불가론','신당창당설' 진원지 그리고 '안철수 후보 양보론','측근들의 인신 공격'을 이유로 단일화 협상을 잠정 중단하는 동시에 '후보 양보 절대 없다'며 문을 오히려 압박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급할거 없다는 신호다.

결국 이들의 합의 결론은 절충안으로 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판을 그대로 가져가고픈 문재인과 판을 흔들어야 뭔가 나오는 안철수측 입장을 볼때, 남은 시일은 촉박할 뿐이다. 그들이 작성하고 싸인할 종이 조각엔 각종 국민 우롱메뉴(공동정부론, 안철수 총리(또는 문재인 총리)설, 차기 대권설, 신당 창당설, 민주당 입당설)가 등장할 것도 자명하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이미 곽노현을 통해 이 세상에 힘을 발휘한 '사후매수죄'라는 죄목이 기다리고 있음은 참 흥미롭다.

좌파 매체인 오마이뉴스는 '후보매수죄'에 대해 논평을 냈다. 문-안 단일화 이전에 헌법재판소가 하루속히 그 위헌 여부를 선고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외국에선 이미 사문화된 법이라는 것도 덧붙였다. 솔직히 이런 '후보매수죄'는 좌파진보측에서 먼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기득권 세력이 보수우파라고 볼때 말이다. 하지만, 이 죄목에 위헌 판정을 가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제는 좌파도 기득권 세력임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하겠다.

이제 문-안은 자신들의 지지도를 올려줄 것으로 믿는 단일화를 위해 결국 give & take라는 야합적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이는 정치개혁이 아닌 또 하나의 정치쑈로 국민 기만을 잉태할 것이다. 그 끝이 정말 흥미롭다. 정치개혁을 부르짖는 자들이 승리를 위해 오히려 권력을 강제로 분점하는 toss 메카니즘에 함몰된다면, 국민 우롱적 권력의 사유화는 가속화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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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수  suresu_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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